‘초거대 테마파크’ 된 광화문 광장
공공 공간 점령한 슈퍼 IP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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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의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방탄소년단의 컴백을 앞둔 ‘광화문’은 지금 ‘격동’의 전야다. 대한민국 역사의 심장부가 단 1시간의 공연을 위해 초거대 테마파크로 옷을 갈아입고 있기 때문이다. 공연 1회당 최대 1조 원의 생산 유발 효과를 내는 방탄소년단의 귀환은 이제 단순한 가요계 이벤트를 넘어 범국가적 ‘문화 프로젝트’로 격상됐다.
공연계 관계자는 “광화문 콘서트를 앞두고 분 단위로 현장 상황이 바뀌고 있다”며 “세종문화회관과 광장을 둘러싸고 통제 구역과 관람객, 시민 동선이 실시간으로 재조정되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컴백쇼 D-2, 광화문의 저녁에 울려 퍼질 ‘아리랑’이 가장 달콤한 선율이 될 주인공은 누구일까. K-팝 거물의 귀환이라지만, ‘광화문 광장’의 공연으로 지금 모든 업계가 고무된 상태다. 하이브는 물론 이날의 공연을 생중계할 넷플릭스, 공연을 내려다볼 세종문화회관, 세종문화회관 내부와 광화문 일대의 식음료점, 숙박 시설까지 동반 가치 창출에 한껏 들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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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윙즈’ 투어에서의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
방탄소년단의 컴백과 월드투어의 경제 파급 효과는 총 92조 7000억원(하이브, 현대경제연구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KCTI)의 최신 데이터).
가장 큰 수혜자는 단연 하이브와 ‘슈퍼 IP(지식재산권)’를 보유한 산업 주체다. 광화문 컴백 공연으로 시작하는 이번 월드투어는 최대 2조 원대 매출이 예상된다. 티켓·굿즈(MD)·스트리밍·라이선스가 결합된 ‘총소비지출(TCS)’ 모델의 정점이라 할 만하다. 공연은 무료로 진행되나, 공간의 상징성에 더해 전 세계 생중계는 티켓 가격 이상의 가치로 돌아온다.
특히 군백기 동안 20% 미만으로 떨어졌던 방탄소년단 매출 비중이 다시 회복되면서 하이브의 기업 가치 역시 급반등하고 있다. 2026년 연간 매출 1조4000 원~2조원 이상의 투어 수익 전망이 나온다.
플랫폼 권력자 넷플릭스 역시 강력한 수혜자다. 이번 광화문 공연의 핵심 전략 중 하나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거물’인 넷플릭스와의 독점 협업이다. 넷플릭스는 방탄소년단의 공연과 함께 ‘디지털 제국’의 영토를 더욱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방탄소년단은 자체 플랫폼인 위버스를 통해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해 왔으나, 이번에는 전 세계 190개국 3억25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에 생중계하며 팬덤을 넘어선 보편적 시청층까지 타깃으로 삼았다.
이번 방탄소년단 컴백 공연은 ‘넷플릭스 생중계’라는 순풍 덕에 과거 라이브 기록과 비교할 때도 동시 접속자 수와 총시청자 수 측면에서 압도적인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분석된다. 2020년 위버스에서 연 방방콘 유료 온라인 공연이 동시 접속자 75만 6000명, 이듬해 ‘소우주’ 공연이 133만 명의 유료 시청자를 모았다. 넷플릭스 측은 이번 공연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서는 진정한 라이브 모먼트가 될 것”이라 자신한다. 업계에선 전 세계 실시간 시청자가 5000만 명에서 최대 1억 명에 달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이는 올림픽이나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버금가는 미디어 파급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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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공연을 앞둔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무대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
전문가들은 넷플릭스가 방탄소년단의 컴백 공연을 선택한 배경에는 급성장 중인 광고 비즈니스 때문으로 본다.
넷플릭스는 BTS 컴백 라이브에 앞서, ‘제이크 폴 vs. 마이크 타이슨’, ‘NFL 크리스마스 게임 데이’, ‘WWE’, ‘스카이스크레이퍼 라이브: 초고층 빌딩을 오르다’ 등의 라이브 이벤트를 연이어 선보였다. 제이크 폴과 타이슨의 경기는 동시 접속자 6500만 명, NFL 경기는 광고 완판을 기록했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연구원은 “넷플릭스가 지난 몇 년 새 생중계를 많이 하기 시작했다”며 “처음으로 진행하는 라이브 콘서트가 얼마나 가치 있고 도움이 되는지 넷플릭스 입장에서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걸 다 차지하더라도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수익 측면에서 긍정적 측면이 클 것”이라고 봤다. 넷플릭스가 이번 라이브를 통해 음악 공연 중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광고 기반 요금제의 실효성을 입증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스포츠 라이브 이벤트로 예행연습을 마친 넷플릭스에 방탄소년단의 공연은 최고의 광고 인벤토리(광고가 게재될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의 광고 공간)다. 방탄소년단 IP를 활용해 쇼핑, 소비재, 기술 브랜드의 맞춤형 광고를 노출하면 넷플릭스의 광고 매출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넷플릭스의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250% 성장한 15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와 함께 충성도 높은 팬덤을 광고형 요금제로 신규 유입을 유도하고 콘텐츠 소비 후 이탈하려는 ‘메뚜기 시청자’를 록인(Lock-in) 시키려는 넷플릭스만의 전략도 있다. 업계에서도 방탄소년단의 공연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유료 가입자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김윤지 연구원은 “대규모 라이브 전송 데이터 확보는 그 자체로 엄청난 비용 절감이자 광고 효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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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이 이달 정규 5집으로 돌아오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관련 홍보물로 꾸며져 있다. [연합] |
세종문화회관도 공연 수혜자 중 하나다. 세종문화회관은 이번 공연에서 장소 대여를 넘어 BTS의 ‘전략적 파트너’가 됐기 때문이다.
공연계와 세종문화회관 등에 따르면, 방탄소년단 콘서트 당일인 21일에 세종문화회관은 대극장 정문 앞 계단, 세종라운지(세종대로 방면)를 폐쇄한다. 세종문화회관이 주차장과 연결된 탓에 주차장 역시 당일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문을 닫는다. 당연히 현재 공연 중인 발레, 연극, 뮤지컬은 전면 취소된다. 다만 미술관에서 열고 있는 배우 박신양의 전시만 정상 진행, 광화문역 8번 출구 쪽으로 나 있는 세종라운지(후문 입구)를 통해 입장이 가능하다.
이처럼 줄줄이 공연이 취소되고, 전날부터 전면 통제되는 상황은 ‘주말 대목’엔 ‘수익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으나, 세종문화회관은 오히려 적잖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세종문화회관은 정면의 중앙 계단을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아리랑(ARIRANG)’의 로고와 발매일로 거대하게 래핑(Wrapping)해 광장을 지나는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의 포토존이 됐다. 이는 세종문화회관의 보수적 이미지를 벗고 가장 대중적이고 현대적인 랜드마크라는 이미지 쇄신 효과를 가져왔다. 거기다 1억원의 장소 사용료 매출도 얻었다. 넷플릭스 역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공연 송출 광고를 했다.
취소된 공연장은 하이브가 빌려 대관료도 챙겼다. 공연계 등에 따르면, 하이브는 21일 세종문화회관을 대관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공연 당일 2000명의 아미가 대기하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대극장과 대극장 계단에서 이어지는 세종챔버홀을 하이브가 사용한다. 동선상 쓰지 않는 공간도 있지만 안전과 보안을 위해 하이브가 통째로 빌려 대관 비용만 수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옥상엔 넷플릭스의 중계 카메라가 설치된다.
세종문화회관의 지난해 협찬 수입은 역대 최대치인 16억원. 이는 광화문 광장의 재단장 이후 세종문화회관이 민간 마케팅의 최적기로 부상한 데다 세종문화회관의 ‘공간 활성화 전략’에 따라 민간의 마케팅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유치한 데 따른 것이다. 30%에 불과한 세종문화회관의 재정 자립도는 지금보다 더 개선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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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BTS) 공연을 앞둔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 공연장 부근 한 편의점에서 관계자들이 판매 물품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인근 상권 역시 그야말로 ‘노다지’를 캘 전망이다. 세종문화회관 1층에 있는 카페 아티제는 전국 매출 1위를 기록 중인 매장이지만, 공연 당일 문을 열면서 1위 매장 자리를 공고히 할 전망이다. 관계자는 “이날 방탄소년단 공연에 맞춰 깜짝 메뉴도 준비했다”고 귀띔했다.
방탄소년단의 컴백 기념 래핑 광고를 한 계단 왼쪽에 있는 오리지널팬케이크하우스는 방탄소년단 모니터링을 위해 타업체가 대관했다. 그뿐만 아니라 일대 인근 식당과 카페, 편의점 등은 ‘방탄소년단 특수’를 누리며 평소 대비 7~20배의 매출 상승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호텔은 이미 1월에 만실을 기록했다. 이 이벤트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관광 트리거’로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공연은 국가적 자산과 소프트 파워의 정점을 보여준다. 서울시와 대한민국 정부 역시 방탄소년단을 등에 업고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가장 방문하고 싶은 도시, 서울”이라는 메시지를 각인한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적극 나섰다. ‘K-컬처’를 알려 ‘관광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방탄소년단과 함께하는 우리 문화유산’이라는 주제로 특별 영상을 만들었고,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하이브(HYBE)와 협업해 박물관 소장 유물을 활용한 문화상품(BTS Album Merch)을 개발했다. 업계에선 “정부가 목표로 하는 2026년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 달성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이러한 득실 계산으로 인해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이 이벤트는 넷플릭스-하이브라고 하는 거대 미디어 기업의 수익 사업”이라며 “광화문 광장 공연의 진행 과정은 사기업들의 수익 사업을 시민들의 동의 없이 서울시와 정부가 행정력을 최대한 동원해 도와주는 형태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여 비판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