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쟁의 시대, 트럼프가 틀어쥔 ‘진짜 무기’는…

국가는 무엇으로 싸우는가 에드워드 피시먼 지음 이성민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충격’과 ‘공포’ 전략을 거침없이 구사하고 있다. 그는 백악관 재입성 직후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산 제품에는 60% 이상의 관세를 예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적국과 동맹국을 가리지 않는 미국의 관세 폭탄은 순식간에 전 세계를 새로운 ‘전장’으로 바꿔 놓았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 특별보좌관을 지낸 에드워드 피시먼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저서 ‘국가는 무엇으로 싸우는가’에서 이러한 흐름을 ‘경제전쟁의 시대’로 규정한다. 경제전쟁은 총과 포로 충돌하는 재래식 전쟁과는 다르다. 세계화로 촘촘히 연결된 구조 속에서 상대의 핵심 지점을 압박하는, 이른바 ‘초크포인트(Choke Point, 급소)’를 겨냥한 전술이 중심이 된다.

저자는 미국이 이미 1970년대 냉전 종식 이후부터 달러, 금융 인프라, 기술력이라는 강력한 수단을 바탕으로 경제전쟁을 주도해 왔다고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성과 불확실성이 이러한 흐름을 더욱 극적으로 드러냈을 뿐, 경제전쟁 자체는 오랜 시간 축적돼온 전략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전쟁의 서막은 2001년 발생한 9·11 테러로 시작됐다. 사건 이후 부시 행정부는 테러조직과 연관된 개인과 금융기관의 미국 금융시스템 접근을 차단하고, 자금 흐름을 봉쇄하는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 부시 대통령의 경고는 단호하고 간결했다. “테러리스트와 거래하거나 그들을 지원한다면 미국과 거래하지 말라”였다.

책은 지금까지 이어지는 경제전쟁의 주요 흐름을 네 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짚는다. 이란 핵협정,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중국의 기술패권 도전,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각 사건이 각각 부시, 오바마, 트럼프, 바이든 행정부의 임기와 맞물리는 점도 흥미롭다.

2006년 미국은 이란을 상대로 전례 없는 규모의 경제 제재를 단행하며 금융 인프라를 활용한 전방위 압박을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는 첨단 기술을 무기로 삼아 중국의 대표 기업 화웨이를 제재하며 기술패권 경쟁에 불을 지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의 석유 수익을 제한하는 가격상한제를 도입하며 에너지시장까지 전선을 확대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미국이 ‘초크포인트’를 압박할 수 있었던 힘의 근원은 기축통화 달러와 글로벌 금융·기술 분야의 지배력에 있었다.

이러한 경제전쟁의 지휘관은 더는 군인이 아니다. 변호사, 외교관, 경제학자들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저자는 이들을 ‘비즈니스 정장을 입은 게릴라’라고 표현하며, 사건마다 초크포인트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전한다. 그리고 다시 트럼프의 시대가 도래했다. 저자는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를 세계화 시대의 종식과 새로운 질서의 시작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각국은 미국의 압박을 피하거나 대응하기 위해 무역장벽을 높이며 보호주의 흐름을 더욱 강화되고 있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정책을 넘어 금융 영역까지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미국 자체의 금융패권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저자는 오바마 행정부 당시 잭 루 재무부 장관의 고별 연설을 인용하며 무분별한 경제전쟁에 대한 경고를 대신한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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