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發 홍해까지 막히면 유가 150달러”…사우디 ‘역할론’도 확대

참전 선언한 후티 반군, 최대 무기는 ‘홍해 봉쇄’
세계 원유 12% 운송 담당하는 홍해 봉쇄 위기에
국제유가 급등…“배럴당 150달러” 전망 잇달아
사우디 참전, 혹은 협상 등 ‘역할론’ 커지는 가운데
트럼프 연일 “이란과 협상 잘 되고 있어” 주장

 

후티 지지자들이 27일 예멘 수도 사나에서 이란과의 연대를 표명하는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집회 다음날인 28일 예멘 후티 지도자 압둘 말릭 알 후티는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이란 전쟁 참전을 공식화했다. [EPA]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예멘의 후티 반군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공식 참전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까지 봉쇄돼 전 세계 에너지 위기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홍해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 걸프 지역 원유를 내보낼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데, 후티 반군은 군사적 긴장 국면마다 홍해 봉쇄를 주 전략으로 활용해 왔다.

홍해가 봉쇄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폭등할 것이란 분석이 줄을 잇는 가운데 후티 반군을 상대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참전하거나, 후티와 협상을 벌이는 등 모종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란과 직·간접적으로 협상을 하고 있다면서 “꽤 조기에”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 강조했지만, 국제유가는 불안한 심리를 반영하며 급등했다.

후티 반군이 지난 28일(현지시간) 공식 참전을 선언하자, 국제 에너지 시장이 다시 요동쳤다. 브렌트유 5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한국시간으로 30일 오전 8시15분 기준 전장 대비 2.2% 오른 배럴당 115.09달러까지 올라갔다. 같은 시각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 인도분 선물 가격도 배럴당 102.03달러로 전장보다 2.4% 올랐다.

후티 참전이 에너지 시장을 뒤흔든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까지 봉쇄되며 에너지 공급부터 물류 대란까지 심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0여년의 내전 끝에 예멘 북부를 점령하고 있는 후티 반군은 이란의 ‘대리세력’이자, ‘저항의 축’ 중 하나로 꼽힌다.

오랜 내전 과정에서 후티 반군을 지탱해 온 가장 강력한 무기는 이란의 지원으로 확보한 미사일이나 드론 등이 아닌, 홍해 봉쇄 카드였다. 후티는 수에즈 운하에서 홍해를 거쳐 바브엘만데브 해협으로 나오는 선박들을 공격하며, 사실상 홍해를 봉쇄하는 전술로 세계 해운을 압박해 왔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세계 석유 무역의 12%를 담당하면서,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의 우회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는 동서 횡단 송유관을 통해 석유를 홍해변 얀부항으로 송출, 수출용 원유를 선적하는 우회 방식을 택했다. 후티 반군이 홍해를 봉쇄하면 사우디의 우회 수출도 막히고, 주로 유럽으로 향하던 에너지 수급이 타격을 입게 된다.

이에 홍해까지 봉쇄되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급격히 오를 것이란 우려 섞인 분석이 나온다. 그레고리 브루 유라시아그룹 분석가는 이날 “홍해가 봉쇄되면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로 급격히 오를 것”이라 내다봤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라이스타드 에너지는 “확전시 유가는 배럴당 120~15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과거 1973년 오일 쇼크와 유사한 공급 충격이 재현될 가능성을 암시한다.

후티 반군이 참전을 공식화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참전 내지는 후티와의 극적 협상으로 홍해를 여는 등 그 역할이 커지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우디는 지난 2014년 말 후티가 예멘 정부를 몰아내고 수도 사나를 점령하자, 2015년 참전해 후티와 전쟁을 치르다 2022년 유엔 중재로 휴전에 들어갔다. 이는 이슬람 내 시아파 동맹인 후티를 지원하는 이란과 수니파 좌장 국가인 사우디의 ‘대리전’ 성격이었다.

이번 전쟁에서 사우디는 걸프 국가 내 미군 기지와 석유 시설을 공격하는 이란에 대해 직접 반격을 자제하는 등 확전을 피하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후티가 홍해를 봉쇄하면 사우디의 석유 수출이 직격타를 맞게 돼, 사우디가 참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후티가 전쟁 발발 한 달 후 뒤늦게 참전하고, 이스라엘에 원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소극적인 공격을 했다는 점에서 전쟁보다 협상을 바라고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후티가 사우디로부터 현금 형태의 보상을 기대하고 있다며, 사우디가 후티와 합의할 경우 홍해에서의 선박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합의가 됐건 참전이 됐건, 사우디의 역할이 불가피하다는 게 다수 외신의 공통된 견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말을 보낸 플로리다 주에서 워싱턴DC로 복귀하는 전용기 내에서 취재진에 “이란과 협상을 극도로 잘하고 있다”며 “꽤 조기에”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오는 30일 오전부터 대형 유조선 20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도록 이란이 허용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전망과는 달리, 월스트리트 대표 비관론자인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명예교수는 전쟁이 쉽게 협상에 이르기 어렵고, 세계 경제는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일쇼크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은 치솟고, 경제는 후퇴하던 1970년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꽁지를 빼면 그(트럼프)는 신뢰를 잃고, 전쟁에서는 지고, 현 (이란) 정권이 권력을 유지한다”면서 “그 뒤에는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이유에서 “통념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확전을 결정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전쟁 수위를 높인 뒤 “이란이 계속해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걸프 지역 석유 시설을 공격할 능력을 유지하면 그 귀결은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경고를 내놨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