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때문에 자퇴한다고? 코로나 팬데믹 추락한 사회성,부적응이 더 문제였다 [사라진 하위권]

사라진 하위권 : 출석부에서 이탈한 아이들
④‘조기 이탈 방지’ 정책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
성적 보다 ‘이탈 방지’로 눈 돌려야


마스크를 쓰고 고개 숙인 채 앉아있는 학생의 모습. [제미나이로 제작]


[헤럴드경제=전새날·김용재 기자] 팬데믹 이후 발생한 교육 격차는 성적 차이를 넘어 중·하위권의 조기 이탈로 번졌다. 교실에서 밀려난 일부 학생은 학교를 떠나거나 적응에 실패한 채 겉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적 보충을 넘어 학생을 학교에 머물게 하는 구조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교육부는 지난 2022년부터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 등으로 학습 결손을 막으려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정책의 성과 지표가 진단평가 실시율이나 기초학력 도달률 등 성적 회복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 학교에 남아 있는 학생을 전제로 설계된 점도 한계로 꼽힌다. 이미 학교 적응에 실패해 이탈 위기에 놓인 학생들을 붙잡는 구조에 대한 고민은 빠져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팬데믹 이후 구조적 결손을 언급하며 양극화가 커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팬데믹을 거치며 학생들의 학교 적응과 소통 능력에 구조적인 결손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학교생활이 중단되면서 생긴 적응 결손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고 누적되고 있다”며 “이런 세대가 상급 학년으로 올라오면서 교실 내 상호작용과 학습 참여 자체가 어려워지는 모습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도 코로나 세대의 특성이 격차를 더 벌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이 시기를 겪은 학생들은 협업이나 발표보다 혼자서 하는 활동에 익숙하고 학습 지속성이나 동기 측면에서도 이전과 차이를 보인다”며 “이 같은 특성은 스스로 학습을 이어갈 수 있는 상위권과 그렇지 못한 학생 간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스크 쓰고 수업을 듣고 있는 초등학생들. [연합]


“팬데믹 겪은 학생들, 공동체 갈등 견디지 못하고 이탈 많아”


팬데믹 세대를 겪은 학생들 속에 생겨난 격차는 성적에서 멈추지 않고 이탈로 이어진다.

양 교수는 “기초학력이 떨어진 학생일수록 학교에서 더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시스템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특히 상급 학교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관리와 관심이 끊기고 일부 학생들은 사실상 방치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에 머물러 있어야 지원이 가능한 구조인데 일단 학교를 벗어나면 별도의 지원이 거의 없어 더 큰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현장에서는 성적 격차보다 학교 부적응이 더 직접적인 문제로 나타난다. 경기 수원에 있는 대안교육 위탁기관 아랑학교 구자송 이사장은 “위탁기관에 오는 학생 대부분이 성적보다 교우 관계 등 사회성 문제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경우”라며 “코로나 시기 초등 저학년을 보낸 학생들은 공동체 생활을 배우지 못해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이탈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구 이사장은 “의무교육 단계에서는 학교가 학생을 붙잡고 가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부적응 학생들에게 사실상 자퇴를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했다기보다 학교에서 밀려나 위탁기관이나 검정고시로 이동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특히 취약계층일수록 이탈은 더 두드러진다. 구 이사장은 “비대면 수업 당시 가정에서 돌봄과 학습 지원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기초학력 자체가 무너진 상태로 방치됐다”며 “결국 자퇴나 검정고시로 내몰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학업 중단은 개인 선택이라기보다 구조적으로 밀려난 결과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학생맞춤통합지원사업(학맞통) 우수사례 활동 보고회에서 교사가 학생 집에 찾아가 아침밥을 해준 모습이 우수 사례로 뽑힌 모습에 대해 교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학맞통으로 인한 ‘낙인 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독자 제공]


성적 회복에서 이탈 방지로, 패러다임 바꿔야


복합적 지원에 대한 필요성이 지목되면서 교육부는 올해 3월부터 학생맞춤통합지원(학맞통)을 시행하며 위기 학생 발굴에 나섰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낙인 우려로 오히려 이탈 고민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 이사장은 “학맞통 도입 이후 오히려 위기 학생 상담 건수가 이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며 “과거에는 교사들이 재량과 사명감으로 학생을 직접 보살폈지만 제도화 이후에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외부 연계를 우선하게 되면서 현장에서 수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연계 과정에서 학생 상황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낙인 효과를 우려해 상담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입을 모아 정책의 초점을 성적 회복에서 이탈 방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학습 부진 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며 “단순한 학습 지원을 넘어 학생이 학교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 이사장은 “코로나 시기를 겪은 학생들은 공동체 경험이 부족해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업 지원뿐 아니라 사회성과 학교 적응을 함께 회복시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팬데믹 6년, 사라진 하위권]
2020년-2026년. 초등 6학년이었던 아이가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교 3학년으로 성장한 시간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학교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팬데믹의 터널을 거치면서 교실을 떠난 학생들이 있었다. 사교육과 돌봄으로 ‘공백’을 메우지 못한 이들이다. 단순히 점수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하위권의 이탈, 빨라진 포기의 순간.
헤럴드경제는 팬데믹 세대의 교실 안팎에서 벌어진 균열을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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