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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주요 레미콘 회사들의 공장가동률이 30%를 밑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건설경기가 위축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각 사 사업보고서] |
민간 건설 부진 장기화에 공공 수요도 기대 못 미쳐…업계 “버틸 여력 더 줄어든다”
현장 배치플랜트 확대와 단가 압박까지 겹쳐…매출 감소·적자 전환도 현실화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건설 경기 한파가 길어지면서 레미콘 회사들의 공장 가동률이 눈에 띄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공개된 주요 업체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25년 주요 레미콘 회사들의 공장 가동률은 50% 이하였다. ‘미국-이란 전쟁’ 역시 레미콘 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요인이다. 레미콘은 제조 과정에 혼화제를 사용하는데 주 원료가 에틸렌으로, 석유에서 추출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등록된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최대 레미콘 기업인 유진기업의 지난해 공장가동율은 33.3%로 집계됐다. 유진은 지난해 511만㎥의 레미콘을 생산했는데, 실제 생산 가능 레미콘의 양과 비교하면 3분의 1밖에 생산이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유진은 전체 매출의 67%가 레미콘 제조에서 나오는만큼 실적 악화도 불가피했다. 유진의 지난해 레미콘 매출은 5048억원에 그쳤다.
다른 업체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양의 지난해 레미콘 공장 가동률은 20.3%였다. 연간 생산량은 280만㎥, 부문 매출액은 3813억원이었다. 한일홀딩스는 가동률이 21.1%까지 떨어졌다. 연간 생산량은 370만㎥, 부문 매출액은 3774억원으로 집계됐다. 삼표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지난해 공장 가동률은 17.0%에 그쳤고 연간 생산량은 47만㎥, 부문 매출액은 473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성신양회는 64.1%로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생산량은 141만㎥, 부문 매출액은 1406억원이었다.
레미콘은 사실상 저장이 불가능한 대표적 현장형 자재다. 시멘트와 자갈 혼화제 등을 섞은 다음 90분안에 공사 현장에 투하 돼야 한다. 제작 이후 90분이 초과될 경우 레미콘을 모두 버려야 한다. 결국 레미콘 출하량이 줄어드는 것은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가동률 하락은 다시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연결된다. 업계가 공장가동률을 예민하게 보는 이유다.
실제 일부 업체는 손익에도 이미 충격이 반영됐다. 동양은 건재 부문에서 적자를 냈고, 삼표 역시 레미콘 부문 실적이 크게 위축됐다. 가동률 저하가 단순한 일시 조정이 아니라 업황 악화의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일홀딩스처럼 생산량 자체가 적지 않은 업체도 실제 생산 가능량 대비로 보면 공장 활용도는 낮다.
업계는 무엇보다 민간 건설 부진 장기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한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인 건설업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레미콘 수요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며 “레미콘의 경우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분류돼 대형기업들이 응찰할 수 없는 구조들도 적지 않은 것도 영향을 받았다. 민간 건설이 불황일 때 그나마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게 공공부문인데 그 부분이 좀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형 현장 중심의 구조 변화도 기존 레미콘 업체들엔 부담이다. 또다른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평택이나 용인 등 초대형 공사 현장들의 경우엔 현장에 직접 레미콘을 비비는 작업장(B/P)을 만들기도 하는데 그런 영향이 레미콘 업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안다. 일부 레미콘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주변 레미콘 업체들은 대형 현장 특수를 온전히 누리기 어렵다. 겉으로는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돼도 인근 레미콘 공장 출하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형 현장이 살아도 동네 공장이 같이 사는 구조가 아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일부 대형 프로젝트가 지역 레미콘 시장 전체를 떠받칠 것이라는 기대가 현실에선 빗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올들어선 원가 상승 가능성이 더 커졌다. 레미콘 생산에는 시멘트와 골재, 혼화제, 운송비가 모두 포함된다. 특히 혼화제는 석유화학 계열인 에틸렌이 주 원료인데, 중동 정세 불안과 국제유가 급등하면서 레미콘 업계에도 원가 상승 요인이 된다. 업계관계자는 “최근 국토교통부가 레미콘사 관계자들을 만나 현장 애로 사항을 청취했다. 그 때도 혼화제 이야기가 회의 테이블 석상에서 나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안팎에선 올해 역시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특히 건설 경기 회복 신호가 뚜렷하지 않은 데다 공공 수요 확대 요인도 많지 않게 때문이다. 레미콘사 관계자는 “수년 째 건설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분위기다. 대형기업과 중견기업 모두에게 해당되는 사항”이라며 “중동 전쟁 변수 역시 무시못할 요인이다. 올해 업황 전망도 현재까진 ‘어둡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