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청 구조적 문제 해결 결단“
15년 근로자지위 확인訴 일단락
산업계 안팎 다른기업 행보 촉각
“비용 부담·노노갈등 부작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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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산업현장의 고질적인 원·하청 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다. 8일 로드맵 발표를 통해 포항·광양 제철소 생산 현장에서 조업을 지원하는 협력사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이에 따라 협력사 현장 직원 약 7000명이 순차적으로 포스코 직원이 될 예정이다. ▶관련기사 5면
포스코 관계자는 이날 “제철공정 특성상 대규모 설비가 24시간 가동되고 작업 간 직무 편차가 커 직영과 협력사가 함께 근무하는 원·하청 구조로 운영돼 왔으나, 이번에 조업과 직접 연관된 지원업무를 수행하는 협력사 현장 직원을 대규모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사 직원 직고용을 통해 산업현장의 안전체계를 혁신하고, 상생의 노사 모델을 바탕으로 미래 철강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의 이번 결정의 배경 중 하나로 지난달 시행에 들어간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이 지목되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 노조의 교섭 압박 등이 커진 상황에서 직고용이라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임금과 복지 등에서 노동의 이중 구조를 타파하고 상생 구조를 만다는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는 긍정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포스코의 행보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단행된 대규모 직고용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란봉투법 시행일인 지난달 10일 하청 노조들이 일제히 원청사를 상대로 단체교섭 요구에 나섰다. 포스코는 ‘직접 계약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교섭 요구를 거부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단체교섭 요구에 즉각 응답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이번 대규모 직고용 결정 역시 달라진 기조를 방증하는 사례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미 철강업계는 포스코에 앞서 직고용에 나선 상태다. 동국제강과 KG스틸은 앞서 하청업체 직원들을 본사가 직접 고용해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현대제철의 경우 자회사를 설립해 협력사 직원들을 흡수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여전히 협력사 직원들의 직접 고용 문제를 두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의 이번 조치는 ‘위험의 외주화’ 근절을 통한 안전관리 혁신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는 포스코그룹이 지난해 8월 밝힌 ‘다단계 하청구조를 포함한 하도급 문제의 근본적 개선’ 방침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그룹 차원의 안전 원칙과 의지를 구체화한 사례다.
특히,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의 의지가 강력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장 회장은 지난달 24일 주주총회에서 “2022년 대법원판결 이후 직고용이 이뤄졌지만 직군 차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장기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당사자 부담이 커지는 만큼 방향성을 정리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로써 포스코는 2011년부터 제기되어 온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일단락하고, 향후 순차적으로 양 제철소에서 근무하는 조업지원 협력사 직원들 가운데 입사를 희망하는 현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채용절차를 진행한다.
한편, 재계 전반에 불어닥칠 수 있는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장 포스코도 대규모 인력을 끌어안는 과정에서 비용 부담과 조직 융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재무·인사 여력이 없는 기업들까지도 하청으로부터 흡수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지순 고려대 교수는 “하청 노동자 직고용으로 기존 원청과 하청 근로자들간 현격한 격차를 해소하려는 요구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고, 그 과정에서 기존 정규직과 신규 편입 인력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회사 방식으로 처우를 개선해도 결국 본사 소속을 원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모두가 대기업 직원이 되길 바라게 되는 구조가 과연 바람직한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중소·중견기업이 있어야 산업 생태계가 유지되는데, 모든 인력을 직고용으로 끌어올리면 오히려 구조가 획일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직고용이 확대되더라도 대상에서 제외되는 인력이 발생하면서 또 다른 격차가 생길 수 있다”며 “포스코 사례를 계기로 정치권과 노동계의 압박이 커지면서 유사한 요구가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재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