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 경제 타격 현실로…한은 올해 성장률 2% 하회 수정 전망

한은 기준금리 7회 연속 동결 배경은
올해 물가상승률 2.2% 상당폭 상회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줄줄이 하향
금리인상 여부 놓고 전망은 엇갈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헤럴드경제=김벼리·유혜림 기자] 한국은행이 7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그만큼 ‘중동 사태’에 따른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0일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중동사태 이후 경제심리가 약화하고 일부 업종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는 등 성장의 하방 압력이 증대되는 모습”이라며 “앞으로 국내경제는 반도체 수출 호조와 추경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 상승, 공급 차질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애초 예상보다 둔화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치(2.0%)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우선 중동사태 이후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다. 두바이(Dubai)유 가격은 중동사태 발발 직전인 2월 27일 배럴당 71.2달러였는데 이달 8일 기준 101.2달러까지 높아졌다. 지난달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92.5원으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3월(1488.87원)도 넘어서며 월 기준 역대 네 번째에 올라섰다.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수입 물가를 시작으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4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IB(투자은행)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월 말 평균 2.0%에서 3월 말 2.4%로 0.4%포인트 올랐다. JP모건은 보고서에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2.6%에 이를 것”이라며 “중동 상황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5∼9월에는 3%를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전망치(2.2%)를 상당폭 상회할 것”이라며 “근원물가 상승률도 애초 전망(2.1%)보다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물가경로는 국제유가 및 환율 움직임, 정부 물가안정 대책의 효과, 비용상승의 파급 정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 시장도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월 첫째 주 이후 7연속 둔화하며 0.05%까지 낮아졌다가 최근 2주간 다시 오르며 0.12%까지 상승했다. 4월 첫째 주에는 0.10%로 다시 축소됐지만 여전히 역세권·대단지 등을 중심으로 한 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 총재는 “수도권 주택가격은 정부 대책 등의 영향으로 오름세가 둔화하고 가격상승 기대도 약화했지만 안정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한 회복세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비IT 부문의 성장세가 불안정한 데다 중동 사태의 여파가 장기화할 경우 하방 압력도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역대 최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2월 IT 부문의 통관수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103.3% 늘어난, 반면 비IT 부문은 5.4% 줄었다. 중동사태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줄줄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중동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0.4%포인트 떨어뜨렸고, 씨티와 바클리가 각각 2.4%에서 2.2%, 2.1%에서 2%로 낮췄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중동사태에 따른 인플레이션 흐름이 강해지면서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채권시장에서는 연말까지 3회(0.25%포인트 인상 기준) 이상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이미 반영된 흐름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직전 금통위가 열렸던 2월 26일 3.062%에 비해 이달 9일(3.338%)은 0.276%포인트가량 높았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7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연말 기준금리는 3.00%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4월 중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될 경우 추가 인상은 유보될 여지도 있다. 반대로 근원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이 악화하면 7월을 포함해 두 차례 인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섣불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최근 유가 상승 여파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재정정책의 경기 보완 효과를 제약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으며, 올해 국내총생산(GDP)을 0.2%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OECD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등 아메리카 지역과 비교할 때 물가 상승 효과는 약 1.4배 수준이지만, 성장률 둔화 폭은 두 배에 달한다”며 “정부의 부양책이 유가 상승 여파를 모두 상쇄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 그 효과를 제약할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달 말께 새 총재가 취임하고, 연이어 유상대 부총재를 포함해 금통위원 2명이 추가로 교체를 앞두고 있어 향후 금통위 정책 방향이 어떻게 바뀔지도 관건이다. 금융 안정과 거시 건전성의 전문가인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는 시장에서 ‘매파적(통화긴축 정책 선호)’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총재로서 어떤 판단을 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금통위원 중 사실상 유일한 ‘비둘기파(통화완화 정책 선호)’로 분류되는 신성환 위원도 다음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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