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청진기 아닌 가운, 신성모독”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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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트루스소셜 갈무리]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을 예수처럼 표현한 인공지능(AI) 이미지에 대해 “내가 의사로 나온 모습”이라고 해명했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자신을 마치 예수처럼 표현한 게시물을 올렸다가 거센 비판이 일자 12시간 만에 삭제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내가 그 사진을 올린 게 맞다”며 “그건 내가 의사(Doctor)로 나온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원하는 적십자와 관련된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예수처럼 보이도록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가짜 뉴스’만이 그런 해석을 내놓는다”고 부인했다. 이어 “내가 의사로서 사람들을 낫게 하는 모습이다”라며 “나는 실제로 사람들이 낫도록 만든다. 많은 사람을 훨씬 더 좋게 만든다”고 말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12시간 만에 논란의 게시물을 내린 데 대해 “게시물 삭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드문 후퇴(a rare retreat)”라고 평가했다. 관련 보도에서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불쾌감을 주는 말이나 행동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며 “지난주 ‘이란 문명을 없애버리겠다’고 위협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하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은 진보 진영 뿐 아니라 보수 진영에서도 AI를 이용한 신성모독이라는 비판을 불렀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별다른 설명 없이 흰 옷에 붉은 천을 어깨에 두른 인물에 자신의 얼굴을 넣은 이미지를 올렸다. 이미지 속 트럼프 대통령은 누워 있는 환자의 이마에 손을 올리고 있다. 그의 두 손에서는 빛이 나고 등 뒤에는 후광이 나온다. 또 주변에는 미군과 성조기, 전투기, 자유의 여신상 등이 배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게시물을 올리기 직전에는 이란 전쟁을 비판한 레오 14세 교황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레오 교황은 범죄에 약하고 외교 정책에 대해 형편없다”며 “나는 이란이 핵무기를 가져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교황은 원치 않는다. 미국에 대량의 마약을 보낸 베네수엘라를 공격한 것이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교황도 원치 않는다”고 적었다. 이어 “(레오 교황은) 미국인이기 때문에 교황으로 임명됐을 뿐”이라며 “내가 백악관에 없었다면 레오 교황은 바티칸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게시물에 유명 보수 개신교 작가 메건 배샴은 “대통령이 재밌으라고 한 건지 약물에 취했던 건지 모르겠다. 이 충격적인 신성모독 게시물을 그가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게시물을 즉각 내리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고 반발했다.
미국 기독교 매체 CBN의 기자 데이비드 브로디는 “이건 너무 지나쳤다. 선을 넘었다”고 했다. 보수 기독교 팟캐스터 이사벨 브라운은 “솔직히 역겹고 용납할 수 없는 게시물”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 온 보수 기독교 팟캐스터 마이클 놀스는 “일종의 밈 같다”면서도 “이 게시물은 신성 모독이다. 스스로를 예수의 위치에 놓는 것 자체가 신성 모독”이라고 했다.
보수 성향의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 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료들에게 영적 멘토로 유명한 개혁파 신학자 더그 윌슨 목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더욱 명확한 영적 지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윌슨 목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이미지 속 자신의 모습이 의사이며, 적십자와 관련있다고 해명한 데 대해서 “충분치 않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게시물을 삭제하고 자신을 예수로 묘사하려는 생각을 거부한 것은 다행이지만, 이는(예수처럼 보이게 했다는 의혹) 언론이 만들어 낸 이야기가 아니다”며 “좌파, 우파, 중도파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충격을 주었다”고 했다.
이어 “그의 목에 두른 것은 청진기가 아니라 가운이었고, 하늘에 떠 있는 우주 형체들은 다른 무엇이었으며, 기도하는 자세로 손을 모은 여성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윌슨 목사는 “설령 그의 해명이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이 역시 우발적인 신성모독”이라고 비판했다.
폴리티코는 “이 같은 반발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을 옹호하는 데 종교를 점점 많이 인용하면서 발생했다”며 “이는 그와 종교 관련 지지층 사이의 균열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