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어 美부통령 “발언 신중하라”…교황 “민주주의, 도덕적 가치가 뿌리”

교황 “평화의 왕 그리스도, 폭탄 편 아니다”

교황 레오 14세(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 레오 14세가 연일 종전을 촉구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맹비난하면서 공화당마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란 전쟁에 대한 레오 14세 교황의 비판을 공개적으로 받아쳤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이날 조지아주(州)에서 열린 보수단체 행사 중 “미국 부통령이 공공정책에 대해 발언할 때 신중해야 하듯, 교황 또한 신학적 문제를 언급할 때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이 겨냥한 건 최근 레오 14세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하느님은 어떤 전쟁도 축복하지 않는다”며 “평화의 왕 그리스도의 제자라면 과거에 칼을 들었고 오늘날에는 폭탄을 떨어뜨리는 이들의 편에 서지 않는다”는 글로 보인다.

밴스 부통령은 미군이 나치 독일로부터 강제수용소 수감자를 구출한 일은 언급, 레오 14세의 발언이 제2차 세계대전에도 적용되는지를 따졌다.

이어 “어떻게 하느님이 칼을 드는 이들의 편에 서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반박했다.

밴스 부통령은 레오 14세에 대해 “발언이 진리에 기반하고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밴스 부통령은 가톨릭 신자다. 그런 그의 공개 비판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레오 14세 사이 갈등과 관계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사상 첫 미국인 출신의 교황 레오 14세는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겪고 있다.

레오 14세는 트럼프 행정부의 배타적 이민 정책과 소수자들을 향한 관용 부족에 아쉬움을 표하다 중동전쟁을 계기로 보다 직설적인 비판 메시지를 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예수의 이름을 들어 더 효과적인 전쟁을 기도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명을 말살하겠다고 위협하자 더 정색하는 태도를 취했다.

레오 14세는 트럼프 행정부의 ‘현대판 십자군’ 주장에 “하느님은 그런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문명 말살 위협에 “진심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바티칸을 힘으로 굴복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별도의 논란도 부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국방부는 최근 미국 주재 교황청 대사를 불러 과거 왕권이 교황권을 압도하게 된 계기가 된 ‘아비뇽 유수’를 언급, 비판 자제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 “민주주의 국가는 도덕적 가치 뿌리에 둬야”

레오 14세 교황. [로이터]

한편 이런 가운데,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레오 14세는 이날 교황청이 발행한 메시지에서 민주주의 국가는 도덕적 가치에 뿌리를 둘 때만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레오 14세는 “이런 토대가 없으면 민주주의는 다수의 폭정, 경제와 기술 기득권층의 지배를 위한 허울 중 하나가 돼버릴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레오 14세의 이날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레오 14세에게 맹비난을 한 후에 나온 것이다.

메시지에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 등 특정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외신들은 이를 교황과 미국 대통령의 불화에 연계해 주목하고 있다.

이란 전쟁 등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권력 오남용, 도덕성 상실 논란이 맞아떨어지는 맥락이 관측되기에 더욱 그렇다는 시선이다.

교황은 “권위의 정당성은 경제적, 기술적 힘의 축적 아닌 권위를 행사하는 데 활용하는 지혜와 덕목에 따라 결정된다”며 “절제는 정당한 권위 사용의 필수다. 진정한 절제는 과도한 자기예찬을 통제하고, 권력남용을 막는 울타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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