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탄소장벽 극복…‘MRV〈산정·보고·검증〉 플랫폼’ 구원투수로

EU, CBAM이어 DPP 확대 시행 예고
품질·가격 넘어 탄소데이터 입증 부담
산단공, 배출량 산정·검증 시스템 구축
100개 실증사업장 구축…기업수출 지원


스마트그린산단으로 조성중인 여수국가산업단지 전경. [산업단지공단 제공]


글로벌 무역환경이 제품에서 ‘탄소데이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품질과 가격 뿐 아니라 탄소데이터까지 더해져 수출기업은 더 높은 무역장벽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EU는 또 ‘디지털제품여권(DPP)’도 내년 배터리 분야에서 시작해 2030년 전 제품으로 확대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DPP는 역내 물품공급 기업들의 ESG 이행여부를 확인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무역업계는 전망한다. DPP에 탄소발자국 지표도 포함될 경우 기업들은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이밖에 ‘공급망실사지침(CSDDD)’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 시행되는 등 환경규제는 해마다 그 건수가 늘고 정교해져 우리 수출기업들은 제품생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투명하게 입증하는 게 생존의 필수조건이 됐다.

이런 가운데 ‘산업단지 MRV 플랫폼’이 구축돼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의 부담은 최소화하되 데이터의 신뢰성은 극대화하는 디지털 기반 대응 체계가 특징이다. 지난해 12월 산업통상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은 MRV 플랫폼 시연회를 했으며, 이후 4개월만에 구축됐다. 산업 현장에 즉시 적용할 수 있는 ‘완성형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MRV 플랫폼은 탄소배출량의 산정(Measurement), 보고(Reporting), 검증(Verification) 전 과정을 표준화해 통합 지원한다.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수기 관리에 의존하던 중소기업들은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을 통해 설비별 에너지사용량과 환경변수를 실시간 수집하고,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전과정평가(LCA)’, 제품 탄소발자국(PCF) 보고서를 자동으로 관리·제출할 수 있게 된다.

이 플랫폼으로 작성된 데이터의 ‘공신력’은 핵심 요소다. 산업단지공단은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데이터를 만든다”는 목표 아래 플랫폼을 구축하고 검증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한국표준협회, 한국경영인증원, 한국품질재단, 한국인터텍, 한국생산성본부인증원,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KOTITI시험연구원 등 9개 주요 검증기관과 협약을 체결했다.

기업들이 플랫폼을 통해 도출한 탄소데이터는 협약된 검증기관의 국제기준 심사를 거쳐 공식적인 검증의견서로 발급된다. 이는 개별 기업이 직접 검증기관을 찾아다니며 겪어야 했던 시간과 비용 부담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단지공단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플랫폼 고도화와 함께 경남 사천과 전북 전주, 강원 춘천 산단 내 3개의 FEMS+ 실증사업장을 대상으로 4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실증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서비스 대상을 전국 스마트그린산단으로 순차적으로 확대한다. 2030년까지 FEMS+ 실증사업장 100개를 구축하고, 이미 구축된 사업장을 대상으로 플랫폼 이용을 활성화해 탄소장벽을 극복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상훈 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17일 “이제는 기업들이 얼마나 배출했는지 증명하지 못하면 수출길이 막히는 시대가 됐다. MRV 플랫폼이 산업단지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문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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