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청, 국가유공자 인정하지 않았다가 패소
법원 “대한민국, 유족에게 위자료 1000만원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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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폭언 등에 시달리다 전역 14일 전 삶을 등진 군인의 부모님에게 대한민국이 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군인으로서 직무수행 중 받은 인격모욕으로 우울증이 악화하면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점이 인정됐다. 앞서 국가유공자에 해당한다는 판결도 별개로 선고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01단독 신미진 판사는 A씨의 유족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3000만원을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A씨 측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아들이 건강하게 제대할 것을 예상한 원고(유족)들이 한순간에 장성한 아들을 잃었다”며 위자료로 1000만원을 정했다.
A씨는 지난 2013년 2월 육군에 상근예비역으로 입대했다. 한 예비군 동대에 배치돼 행정병으로 근무하다 지난 2014년 11월, 스스로 삶을 등졌다. 전역 14일 전이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A씨는 동대장에게 폭언과 인격모욕에 시달렸다. 동대장은 전역 후 작곡을 하고 싶다던 A씨에게 “네가 무슨 작곡이냐”며 “너는 아무것도 하지 마”라고 말했다.
업무 배제도 이뤄졌다. 동대장은 A씨의 후임병에게 “쟤한테 일을 시키면 안 된다”고 말했다. 대신 독서실에 근무하게 하면서 독후감을 써오도록 했다. 평일에 돌려야 하는 예비군 소집통지서를 야간이나 주말에 돌리게 지시한 적도 있었다. A씨의 후임이 “정상적인 지휘가 아니었다”고 진술할 정도였다.
A씨는 입대 전 심리상담을 받았다. 그는 힘든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한 상담사에게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동대장이 인정하지 않아서 자괴감이 든다”며 “혼자 있고 싶다”는 문자를 보낸 적이 있었다. A씨는 삶을 등지기 직전 5일 동안 ‘극단적 선택’과 연관된 내용을 휴대폰으로 166회 검색했다.
보훈지청은 A씨를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보훈지청은 지난 2020년 5월 “A씨가 직접적인 직무수행 중 사망했거나 직무수행과 연관된 가혹행위 등을 이유로 사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A씨의 유족이 “해당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내 승소했다. 앞서 인천지법 당시 행정 2단독 최영각 판사는 지난 2023년 5월,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법원은 “비록 망인(A씨)의 가정 문제 등 개인적 요인도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게 된 동기가 됐다고 하더라도 직무수행 중 동대장에게 받은 인격모욕이 상당 부분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동대장이 A씨에게 정상적인 업무가 아닌 독서실 근무와 독후감 작성 등을 강요했다”며 “실용음악을 공부하고자 하는 A씨에게 ‘네가 무슨 작곡이냐’며 직접적인 인격모욕도 했다”고 설명했다.
군수도병원 측이 법원에 제출한 의학 소견도 이를 뒷받침했다. 소견서엔 “망인이 입대 전부터 가지고 있던 취약성이 군 생활 중 부정적 경험으로 악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기재됐다.
이 판결은 지난 2023년 6월, 그대로 확정됐다.
국가유공자로 인정된 뒤 A씨의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책임을 물었다. 지난해 4월, “국가가 3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번에도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국가가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하며 “동대장의 인격모욕과 망인의 극단적 선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당한 업무지시와 인격모욕 등으로 인해 우울증이 악화하며 A씨가 군 복무 중 극단적 선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됐다”며 “유족은 A씨가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 뒤 건강하게 제대할 것을 예상했을텐데 제대 14일 전 한 순간에 장성한 아들을 잃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A씨가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것은 성격과 기질, 기존 정신질환 등이 복잡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외 사망 당시 A씨의 나이, 가족관계 등을 고려해 위자료로 1000만원을 정한다”고 했다.
17일 기준 이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대한민국이 항소할 수 있는 기간이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