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인재 키운다더니 줄세우기?…교수단체, 교육 시스템 전면 개편 촉구 [세상&]

교수단체 “해방 직후 교육 시스템, 이미 효력 다해
대학 자율성 확보·네트워크 구축으로 교육 개혁”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는 거점국립대 3곳을 선정해 해당 지역의 성장엔진(전략산업)과 인공지능(AI) 인재양성 대학으로 키운다. [연합]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전국 국·공립대 교수단체들이 교육부의 지역인재 양성 방안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전면 수정과 교육 시스템 개혁을 촉구했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 거점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거국련), 국가중심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중련)는 20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교육부가 발표한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 방안에 대해 “선택과 집중, 경쟁과 효율에만 매몰된 기조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거점국립대 가운데 일부만 선별 지원하는 방식에 대해 “지방 학문 생태계를 무시한 엘리트주의적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5일 전국 9개 지역거점국립대 가운데 3곳을 선정해 5년간 매년 1000억원씩, 총 5000억원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6개 대학에도 연간 300억~400억원을 추가 지원해 단계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상을 본격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이들 교수 단체는 “톱다운 방식의 분야 지정은 학문의 다양성을 고갈시키고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사업 초기에는 거점대 전체를 균등하게 지원해 기반을 만든 뒤 평가를 통해 집중 지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택한 특성화 분야 역시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대학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현실과 괴리가 크다고 봤다. 교수단체는 “정주 여건과 교육 환경이 열악한 지방대에 수도권이나 해외 우수 학자들이 선뜻 지원하겠느냐”고 반문하며 “외부 인재 유치보다 지역 대학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우수 인력을 집중 지원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현행 교육 시스템의 한계도 짚었다. “해방 직후 구축된 교육 시스템은 이미 수명을 다했다”며 “성적 중심의 무한 경쟁이 서열화와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구조에서 지역인재 양성을 내세우면 대학은 결국 사업비를 따기 위해 줄을 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교육 개혁의 방향으로는 다양성을 제시했다. 교수단체는 “앞으로의 교육은 단순한 선발 도구가 아닌 개인의 잠재력을 계발하는 공익적 시스템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지역과 성적, 배경을 넘어 인간의 본질적 가치와 다양성을 최우선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자율성 확대와 네트워크 구축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상욱 국교련 상임회장은 “서울대와의 인적·물적 인프라 공유를 통해 거점대와 국중대가 함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정묵 거국련 상임회장은 “대학 재정 자율권 보장과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자발적인 대학 간 협력이 가능해진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에 사업 중심이 아닌 교육·연구 지원 방식 전환, 대학 재정 자율권 보장, 고등교육법 개정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대학 역시 폐쇄적 운영에서 벗어나 협력 기반의 개방형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현장과의 실질적인 협력을 통해 장기적인 교육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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