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 발표
ODM 신화 업고 작년 말 자산 5조
윤동한 창업주 이어 2세 경영 안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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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콜마 세종공장 입구에 설치된 비석에는 ‘우보천리’가 새겨져 있다. 소는 느리게 걷지만 결국 1000리(400km)를 간다는 의미다. 창업 36년만인 2026년, 사무실 5평 직원 4명에 불과했던 ‘구멍가게’가 이젠 대기업이 된다. 홍석희 기자 |
한국콜마가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대기업(자산 5조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명단에 오를 것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 36년만에 직원 4명·5평 사무실에서 시작한 조그만 구멍가게가 대기업이 되는 셈이다. 통계청 ‘기업생멸행정통계’로 보면 지난해 신생기업은 92만여개였고, 최근 5년 간 대기업(공시대상기업집단)이 되는 사례는 연평균 7.2개 수준이다. 단순 비교로 환산하면 창업기업이 대기업이 될 확률은 0.0001%도 안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5월 1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해 발표한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발표하기 전까지 확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가 5조원을 넘어섰기 때문에 거의 확실시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관련 기사들이 지난해 3분기 기준 자산총계를 인용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콜마그룹 자산총계는 기준(5조)을 넘어섰다. 이 기준으로 공정위가 최종 선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콜마그룹의 외형 확대는 2025년 한국콜마와 HK이노엔의 동반 성장 덕에 가능했다.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콜마의 2025년 말 연결 자산총계는 3조4578억원으로 전년 대비 3311억원 10.6% 증가했다. HK이노엔도 2025년 말 자산총계가 2조969억원으로 1년 전보다 19.2%가 늘어났다. 대기업 자산 기준 5조원을 훌쩍 넘긴다.
실적도 뒷받침됐다. 한국콜마의 2025년 연결 매출은 2조7224억원으로 전년보다 2704억원, 11.03% 늘었고 영업이익은 2396억원으로 457억원, 23.6% 증가했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253억원으로 834억원 늘었고, 매출채권은 3577억원으로 735억원 증가했다. HK이노엔도 2025년 매출 1조632억원, 영업이익 110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660억원, 18.5% 늘었고 영업이익은 227억원, 25.7% 증가했다.
재무구조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한국콜마의 2025년 말 연결 기준 부채총계는 1조7900억원, 자본총계는 1조6673억원으로 부채비율은 약 107.4% 수준이다. HK이노엔은 같은 기간 부채가 7685억원, 자본이 1조3284억원으로 자기자본비율 63.3%, 순부채비율 46.0%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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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동한 한국콜마 창업주 회장. |
한국콜마는 1990년 설립됐다. 올해로 창업 36년째다. 창업주 윤동한 회장은 농협과 대웅제약을 거친 뒤 회사를 나와 한국콜마를 세웠다. 당시만 해도 국내 화장품 산업은 해외 브랜드사가 시장을 주도하던 시기였다. 타사의 제품을 대신 연구·개발·생산까지 하는 ODM 비즈니스 모델은 지금처럼 익숙하지 않았다. 한국콜마는 해외 브랜드들이 장악한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일궜고, 30여년 후엔 국내 화장품 ODM 산업의 한 축을 세웠다.
초기 한국콜마의 출발은 크지 않았다. 1990년 5평 사무실, 직원 4명으로 시작했다. 연구와 영업, 생산의 틀을 하나씩 모두 맞춰가며 버텼다. 국내 화장품 제조 생태계가 지금처럼 촘촘하지 않았던 시절, 고객사를 설득하고 기술력을 입증하는 일은 더뎠다. 그 시간을 버틴 끝에 한국콜마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단계를 차례로 밟아 올라왔고, 마침내 대기업이 됐다.
한국콜마의 성장에는 K뷰티의 글로벌 확산이 큰 동력이 됐다. 한때 한국 화장품 업계는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았지만 사드 사태 이후 시장 구조가 달라졌다. 미국과 동남아, 유럽에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커졌다. 해외에선 한국 화장품이 “가격도 싸고 품질도 좋다”는 입소문을 탔다. ‘비싼 것이 좋다’는 인식의 전환이었다. 여기에 짧은 제품 개발 주기, 제형 구현 능력, 트렌드 반영 속도, 품질 안정성은 고객들이 콜마와의 꾸준한 계약을 하게 만든 동력이다.
해외 생산기지 확대도 성장의 한 축이었다. 한국콜마는 미국 등 북미 생산거점을 확충하며 현지 대응력을 높였다. K뷰티 수요가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과 현지 납품 체계로 옮겨가는 흐름에 맞춰 선제적으로 생산능력을 키운 것이다. 건강기능식품과 패키징 등 비화장품 부문도 그룹 외형 확대에 힘을 보탰다.
한국콜마의 대기업 편입은 창업주 1세대가 산업을 개척하고, 그 결과를 2세 경영 체제에서 성공적으로 이어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콜마그룹은 최근 윤상현 부회장 중심의 2세 경영 체제를 확고히 했다. 창업주가 회사를 세우고, 2세가 외형 확장과 사업 다각화를 통해 대기업 집단 문턱을 넘는 구조다.
한국콜마가 대기업이 되면 ‘재벌’ 규제 정책을 받는다. 상장회사의 경우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이라면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고, 상호출자나 순환출자 금지, 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 금지, 대규모내부거래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등 상호출자제한 규제도 받는다.
홍석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