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ESG경영 ‘보고’ 넘어 ‘실행’으로 확장을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이미 시행된 가운데, 2026년부터 본격적인 비용 부과 단계에 진입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탄소 관리 압박이 현실화되고 있다. 주요 수출 품목을 중심으로 배출량 보고 요구가 확대되는 것을 넘어, 실제 비용 부담까지 발생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협력사까지 관리 범위에 포함되는 공급망 구조 속에서, 중소기업 역시 ESG 대응 여부에 따라 시장 진입 자체가 좌우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지금 ESG는 ‘준비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대응하지 않으면 배제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현장의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많은 중소기업이 ESG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전문 인력과 정보, 예산 부족 등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실질적인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탄소배출량 측정, 데이터 관리, 공급망 대응과 같은 영역은 단순한 선언이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ESG가 여전히 보고서 작성이나 규제 대응 수준에 머물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ESG의 본질은 ‘작성’이 아니라 ‘운영’에 있음에도, 이를 뒷받침할 실행 기반이 부족한 것이다.

이제 ESG는 ‘무엇을 말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실행하느냐’의 문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특히 제조 현장에서는 탄소와 에너지 사용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공정을 개선하는 데이터 중심 접근이 필수적이다. 공정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은 ESG는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제조 AI와 스마트공장과 같은 기술 기반 전환이 ESG 실행의 핵심이 되는 이유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기정원)은 이러한 전환을 현장에서 구현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제조 AI 스마트 공장 135개를 보급하고, 150여 개의 제조 AI 솔루션을 발굴하는 등 데이터 기반 제조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공정 데이터 기반을 통해 에너지 사용과 탄소배출을 보다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며, 중소기업이 공급망 ESG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기정원은 이와 함께 ESG 경영 체계 역시 실행 중심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ESG 위원회 운영, 성과지표 기반 관리, 이중 중대성 평가 등을 통해 ESG를 경영 의사결정 구조에 반영하고 있다. 이는 ESG를 관리 지표가 아닌 실제 운영 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기반이다.

특히 ESG는 산업 현장을 넘어 지역사회와 연결될 때 그 가치가 더욱 확장된다. 전통시장 소비 촉진 캠페인, 지역 소상공인과의 상생 활동, 재해 피해 지역 지원 등은 ESG가 지역사회 현장에서 작동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공공기관 ESG는 내부 관리가 아니라 지역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완성된다.

앞으로 ESG는 개별 기업의 대응 과제를 넘어 산업과 지역을 연결하는 실행 구조로 확장되어야 한다. 실증과 데이터 축적, 그리고 표준화와 확산이 가능한 모델을 통해 중소기업의 ESG 대응을 현실화해야 한다.

ESG는 더 이상 보고서에 머무는 개념이 아니다. 기술과 데이터, 그리고 지역사회 속에서 실행되는 경영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ESG를 얼마나 잘 설명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현장에서 작동하게 만들 수 있느냐다. 이러한 실행력이야말로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김영신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원장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