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OPEC 탈퇴…외신 “사우디 타격·트럼프의 승리”

1일부터 발효…UAE, 점진 증산 시사
OPEC 생산량의 13%…카르텔 약화


아랍에미리트(UAE)가 다음달 1일부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10개국 모임)를 탈퇴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UAE 정부는 28일(현지시간) 국영 WAM 통신을 통해 탈퇴 결정을 알리며 “이번 결정은 UAE의 장기 전략과 경제 비전, 국내 에너지 생산에 대한 투자 가속을 포함하는 에너지 구성의 변화를 반영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책임감 있고 신뢰할 수 있으며 미래 지향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관련기사 4면

UAE는 OPEC 탈퇴 뒤 원유를 증산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수하일 무함마드 알마즈루에이 UAE 에너지 장관은 로이터 통신에 “OPEC과 OPEC+를 탈퇴함으로써 이들 그룹이 부과하는 (산유량) 의무에서 벗어나 유연성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UAE 정부는 “원유 시장의 수요와 여건에 맞게 점진적이고 신중한 방식으로 추가 (원유) 산유량을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전했다.

이는 국제 유가를 좌우했던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오일 카르텔을 거부한다는 선언으로, 사우디 중심 체제가 깨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앙골라와 에콰도르, 카타르 등의 탈퇴 사례가 있었지만, 주요 산유국이 OPEC을 나가는 것은 처음이어서 사우디 중심의 OPEC 체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UAE는 12개 회원국 중 산유량이 세번째로, OPEC의 석유 생산량 중 UAE가 13%를 차지한다. 컨설팅 기업 라이스타드 에너지의 지정학 분석 책임자이자 전 OPEC 에너지 수요 분석가였던 호르헤 레온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UAE의 탈퇴는 시장 관리 능력이라는 OPEC의 핵심 기둥 중 하나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UAE와 사우디는 걸프 지역 ‘형제국’이지만 동시에 지역 패권을 두고 경쟁을 벌여온 구도였다. 양국은 예멘과 수단, 리비아, 소말리아 등 이슬람 권역의 내전에서 서로 다른 진영을 지원하면서 대리전을 벌이기도 했다. 양국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미묘한 경쟁을 이어왔다. UAE는 걸프 지역의 투자·교역·관광 중심지인 두바이를 앞세워 오일파워 이상의 경제력을 강화했고, 사우디는 이를 모델로 한 탈(脫)석유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을 추진해왔다.

두바이의 성공 사례로 완성한, 사우디와는 다른 UAE의 경제 구조도 사우디가 고집하는 오일 카르텔을 거부하게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뉴욕타임스(NYT)는 UAE는 사우디와 달리 금융, 관광, 투자 등으로 경제가 다변화되어 있어, 재정 균형을 위해 고유가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UAE의 ‘독립선언’으로 OPEC의 카르텔을 비판해왔던 미국은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UAE가 증산하게 되고, OPEC의 영향력이 약해지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바라는 저유가가 실현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OPEC이 “유가를 올려 전세계를 뜯어먹는다”고 맹비난해왔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UAE의 OPEC 탈퇴는 2018년 유엔 총회 연설에서 OPEC이 유가를 올려 전 세계를 착취하고 있다고 비난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의미한다”라고 해석했다.

UAE의 결정에는 이란 전쟁에서 자국의 안보에 걸프 국가들보다 미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컬럼비아대 글로벌 에너지정책센터의 대니얼 스터노프 선임연구원은 미 매체 악시오스에 “이번 결정은 UAE가 이번 전쟁에서 이웃 국가들보다 미국, 이스라엘, 프랑스 등이 더 믿을 수 있는 동맹임을 확인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UAE가 경제·외교·안보 부문에서 미국과 더욱 밀착하는 행보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아부다비 국영 석유공사(Adnoc)는 해외 투자 부문인 XRG를 통해 미국 내 천연가스 사업의 수직 계열화 완성을 위해 수백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진 중이라 보도했다. 미국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이번 전쟁으로 역내에서 가장 심각한 폭격을 맞은 UAE를 위해 지난 22일 통화 스와프 지원을 검토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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