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앞 안전노동 과부화 현실 짚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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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경실련 강당에서 지방자치단체 안전 인력 현황 분석 기자회견이 열린 모습. 정주원 기자 |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노동절(5월 1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시민 안전을 떠받치는 공공 인력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경고가 나왔다. 재난 예방과 대응을 총괄하는 지자체 방재안전직 공무원이 전국 914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안전 노동’의 과중 부담과 구조적 공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지방자치단체 안전 인력 현황 분석’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시민 안전 책임은 커졌지만 정작 현장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노동의 날을 앞두고 재난안전 공무원들이 감당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노동’이 과도한 수준이라는 문제의식도 함께 제기됐다.
경실련 분석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방재안전직 공무원은 914명으로, 시설직 3만2809명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준이다. 2021년 755명에서 4년간 159명 늘었지만 재난안전 업무를 감당하기에는 태부족이란 지적이다.
방재안전직은 재난 예방·대응과 안전정책을 총괄하는 전문 인력이지만 시설직은 도로·건축물 등 개별 시설의 설계·유지관리를 담당하는 기술직으로 역할이 구분된다.
윤은주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부장은 “방재안전직 인원의 전체적인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 감당해야 할 범위에 비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지역별 불균형도 드러났다. 방재안전직 1인당 담당 인구는 평균 5만6036명이지만 대전은 약 14만명, 세종은 약 13만명 수준에 달한다. 강원·경북 등은 1인당 담당 면적이 200~300㎢에 달한다. 경기도 김포나 고양시 면적에 해당하는 구역을 한 사람이 맡는 것이다.
경실련은 “재난 대응 역량이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라며 “인구·면적·위험도를 반영한 인력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력 부족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탈이다. 방재안전직 면직자는 2021년 48명에서 2024년 67명으로 늘며 최근 4년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장에서는 장시간 야간 근무와 비상 대응이 반복되고, 사고 발생 시 형사 책임까지 부담해야 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김정곤 경실련 운영위원장은 “방재안전직은 사고가 없으면 평가받기 어렵고 사고가 나면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라며 “기피 직렬이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안전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근거가 담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실제 처벌된 사례는 드물다. 2024년 중대시민재해 사건에서 검찰에 송치된 인원은 1명에 불과했다.
경실련은 “형사처벌은 고의성 입증이 전제되는데 공공영역의 중대시민재해는 그 입증이 특히 어렵고 수사기관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있다”며 “정책 결정권자의 방임 역시 고의로 볼 수 있음에도 그 책임을 적극적으로 묻지 않는 구조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경실련은 처벌 중심 접근만으로는 재난 예방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현장에서 방재 업무를 책임지는 실무자들을 더 늘리는 게 필요하단 얘기다.
방효창 경실련 정책위원장은 “예방을 위한 점검과 관리에 더해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현재는 그 기반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황지욱 경실련 이사장은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적인 공공서비스이자 복지”라며 “인력 확충과 전문성 강화 없이는 재난 대응 체계도 유지될 수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