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주선 출국금지 조치…두 차례 연장하고 통지유예
대법원, “법무부가 585만원 배상하라” 원심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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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 |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수사 과정에서 내려진 법무부의 출국금지 조치 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고 통지를 유예하는 것은 예외적으로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백주선 변호사가 대한민국(법무부)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법무부가 백 변호사에게 585만 5000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한 원심을 8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고를 비롯한 성남FC 후원금 사건의 범죄혐의자 및 주요 참고인 등이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했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출국금지결정 및 그 연장결정의 통지유예는 결국 출입국관리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판단해, 출국금지결정 및 그 연장결정의 통지유예가 위법함을 전제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일부 인용한 원심 판단을 수긍하고, 피고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출국금지결정 및 그 연장결정의 통지유예에 대한 위법성 판단기준을 최초로 제시한 사례다. 대법원은 “예외적으로 출국금지결정의 통지유예를 허용하는 사유로서 ‘범죄수사에 중대하고 명백한 장애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출국금지결정의 통지 그 자체로 인해 출국금지 대상자, 범죄수사 중인 사건의 범죄혐의자 및 주요 참고인 등이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 등으로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법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9월 말 이른바 ‘성남FC 후원금 사건’을 수사 중이던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법무부에 당시 성남FC 감사였던 백 변호사에 대한 출국금지 및 통지유예를 요청했다. 이에 법무부는 백 변호사에 대해 같은해 10월 말까지 한 달간의 출국금지 결정을 내리고, 그 통지를 유예했다. 이후로도 법무부는 성남지청의 요청에 따라 두 차례에 걸쳐 백 변호사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했고, 백 변호사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통지를 유예했다. 이에 따라 백 변호사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는 같은해 12월 말까지로 늘어났다.
백 변호사는 같은해 12월 초 인천국제공항에서 변호사회 관련 행사를 가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하려다가 자신에게 내려진 출국금지 조치 사실을 알게 됐다. 백 변호사가 당일 출국금지 해제를 요청하고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였지만, 그 시점이 예약한 비행기가 이미 출발한 뒤였기 때문에 백 변호사는 결국 출국하지 못했다. 백 변호사는 법무부의 출국금지 및 연장결정과 통지유예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법무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법무부가 백 변호사에게 배상금 185만 5000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1심은 “출국금지결정, 기간연장 및 재연장결정의 통지유예는 출입국관리법이 정한 사유가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이뤄진 것으로서 객관적인 정당성을 상실하여 위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유를 충족하였다고 판단해 통지를 유예한 담당공무원의 과실 또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출입국관리법은 출국금지결정과 출국금지연장결정을 대상자에게 통지함을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으로만 통지유예를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입국관리법은 출국금지 결정과 출국금지 연장 결정을 대상자에게 통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예외적으로는 통지유예가 허용되는데, 범죄수사에 중대하고 명백한 장애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연장기간을 포함한 총 출국금지 기간이 3개월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유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대한민국의 안전 또는 공공의 이익에 중대하고 명백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출국금지나 출국금지 기간 연장의 통지를 하지 않을 수 있는 경우를 출국이 금지된 사람이 형법 중 ▷내란·외환의 죄 ▷국가보안법위반의 죄 ▷군형법 중 반란·이적의 죄 ▷군사기밀 누설죄 및 암호부정 사용죄 등과 관련된 혐의자인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1심은 아울러 “출입국관리법 제4조의4 제1항은 출국금지결정 또는 출국금지 기간 연장의 통지를 받은 날 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0일 이내에 법무부 장관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고 정했다”며 “출국금지결정 또는 출국금지 기간 연장결정에 대하여는 항고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법제는 출국금지에 대하여 다툴 기회를 보장하고 있는데, 원고처럼 출국하려고 공항에 가서야 출국금지된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다퉈봤자 당일 출국은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급히 비행기표를 구해서 출국하더라도 이미 계획한 일정은 틀어지게 된다”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출국금지의 통지유예는 필요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2심도 통지유예 결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해 법무부가 백 변호사에게 585만 5000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1심에서 내려진 배상액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2심은 “원고는 변호사로서 출국금지 통지유예로 인해 직업적 신뢰도에 타격을 입고 사회적 평판이 손상될 수 있다”며 “원고가 사건(성남FC 후원금 사건)과 관련해 출국금지 결정 이전이나 이후에 수사기관에서 피의자로 입건되거나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며 “원고에게 출국금지 사실을 통지하면 범죄 수사에 중대하고 명백한 장애가 생길 우려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