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故 이예람 중사 유족에 사망보험금 거절한 보험사…소송 끝에 6억 받는다 [세상&]

보험사, 소멸시효 지났다며 지급 거절
유족, 보험사 상대로 소송 제기
법원서 전부 승소 “6억원 지급”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1주기 당시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추모의 날에서 추모객이 고인을 추모하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고(故) 이예람 중사의 유족에게 고인의 사망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보험사가 유족과 법적 다툼을 벌인 끝에 패소했다. 보험사는 “유족이 소멸시효가 지난 뒤 보험금을 청구했다”며 “당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인이 심신상실 상태에 있던 것도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0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부장 장지혜)는 고인의 유족이 보험사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계약대로 사망 보험금 6억원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지난달 3일 유족 측 전부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소송 비용도 메리츠화재가 부담하도록 했다.

고인은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2021년 3월 당시 선임 부사관 장모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곧바로 신고한 뒤 같은 해 5월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가해자에겐 지난 2022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됐다. 고인을 회유·압박하는 등 2차 가해를 한 혐의를 받은 공군 준위 역시 지난 2022년 12월 징역 2년이 확정됐다.

공군본부는 지난 2023년 2월 고인의 순직을 결정했다. 사망 이후 약 1년 8개월만이다. 군인사법에 따르면 근무 등 임무수행 중 사망한 사람은 순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유족은 고인이 사망한 지 3년 6개월이 지난 2024년 11월께 메리츠화재에 사망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1개월 뒤 거절당했다. 메리츠화재는 “고인이 사망한 지 3년 6개월이 지나 소멸시효(3년)가 이미 끝났다”며 또한 “고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므로 약관상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약관에 따르면 보험사는 피보험자(고인)가 스스로 자신을 해친 경우 원칙상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다만 예외가 있다. 고인이 심신상실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메리츠화재는 고인의 경우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유족은 지난해 3월,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유족은 “보험이나 법률 전문가가 아니다”라며 “고인이 사망했을 당시엔 예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순직 결정이 이뤄진 때 비로소 고인이 사망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소멸시효가 아직 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메리츠화재 측은 “고인의 사건이 당시 언론에 다수 보도됐던 점을 고려하면 유족도 해당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며 “소멸시효가 이미 지난 게 맞다”고 재반박했다.

1심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소멸시효 계산을 고인이 사망했을 때가 아니라 순직 결정이 이뤄진 때부터 계산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계약대로 보험금 6억원을 메리츠화재가 지급하라고 했다.

우선, 법원은 당시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경위·방법 등을 고려했을 때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던 게 맞다고 판단했다.

이어 소멸시효에 대해 “고인은 군인으로서 유족과 분리된 상태로 부대 안에서 생활했다”며 “추행 피해를 입은 뒤 청원휴가를 얻었는데도 부대 안에서 자가격리 생활을 하며 단절된 상태에 놓여있었다”고 살폈다. 이어 “추행과 2차 피해가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군 조직의 특수성 및 격리 상황 등으로 인해 유족은 고인과 정서적 교감이나 교류를 나눌 기회가 매우 적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유족은 고인이 겪은 구체적인 정서의 변화와 심각성을 당시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게 어려웠을 게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고인이 당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는 사실은 공신력 있는 전문 기관의 분석 결과로 뒷받침된 순직 결정이 통보된 뒤에야 유족이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했을 때 1심은 “유족이 보험금을 청구한 시기는 순직결정을 통보받은 뒤 3년이 지나기 전이라는 게 분명하다”며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메리츠화재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아직 이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다. 메리츠화재가 항소하면서 2심이 서울고법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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