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억 들인 공장에 인력은 5명뿐…삼양사 “냉동생지 키운다” [르포]

8년 파일럿 운영 거쳐 증설…年생산량 5000톤
라미네이션·발효·냉동까지 주요 공정 자동화
스페셜티 전문가 주도…“핵심 원료부터 차별화”
국내 점유율 15% 목표…내년 日·美 수출 협의


7일 찾은 삼양사 인천2공장 냉동생지 증설공장에서 데니쉬 생지 ‘라미네이션’ 공정을 거치고 있다. 라미네이션 공정은 밀가루 등 주요 원료를 섞은 반죽을 얇게 편 뒤 버터와 겹겹이 쌓는 단계로, 페이스트리의 바삭한 식감을 만든다. [삼양홀딩스 제공]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품질은 유럽산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냉동생지의 기준을 새로 만들겠습니다.”

7일 오전 인천 중구의 삼양사 인천2공장 내 냉동생지 생산라인. 끝없이 뻗은 컨테이너 벨트 위로 20여개 원재료를 섞은 얇은 반죽이 내려앉았다. 반죽 위로는 뉴질랜드 ‘폰테라’사의 버터가 두툼하게 얹혀졌다. 반죽과 버터는 벨트가 전진할 때마다 여러 차례 겹쳐졌다. 크로와상 등의 바삭한 식감을 만드는 핵심 공정인 ‘라미네이션’ 작업이다. 전문기술자도 수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이곳에선 순식간에 두께 4.5㎜에 불과한 24겹짜리 데니쉬 생지가 만들어졌다. 커팅기를 통과한 생지는 일제히 28㎝×40㎝ 규격으로 성형됐다.

성형을 마친 생지는 발효·급속냉동·로봇 포장 등 후작업을 거친다. 이 모든 과정은 컨테이너 벨트 위에서 진행됐다. 특히 최장 2시간 동안 발효가 이뤄지는 챔버(chamber) 내부는 길이 1100m에 달하는 나선형 벨트가 천장부터 바닥까지 이어졌다. 시간당 1.5톤을 생산할 수 있는 이곳에서 주요 공정에 투입되는 인력은 교대당 단 5명뿐이다. 520억원을 들여 공정 대부분을 자동화한 결과다.

삼양사 인천2공장 냉동생지 증설공장에서 완성된 제품이 로봇 설비를 거쳐 포장되고 있다. [삼양홀딩스 제공]


양철호 삼양사 식자재유통BU장은 “제빵 기술을 가진 고급 인력의 구인난이 심각해 베이커리 업체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 고품질의 냉동생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냉동생지 사업을 미래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냉동생지는 파이나 페이스트리, 식빵 도우 등으로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는 냉동 빵 반죽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홈베이킹이 유행하며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삼양사는 2017년 유럽의 냉동생지 기업인 아리스타그룹 제품을 국내 독점 유통하며 냉동생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듬해 인천2공장 내 연간 1500톤의 냉동생지를 생산할 수 있는 ‘파일럿’ 설비 운영에 들어갔다.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말 인천2공장 물류센터 4층의 5280㎡(약 1600평) 부지를 리모델링하고 생산설비를 증설했다. 2월 말 준공된 증설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약 5000톤이다. 성형 단계까지 마친 RTP(Ready To Prove), 발효까지 마친 RTB(Reday To Bake)를 모두 생산한다.

냉동생지 사업은 삼양사의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사업 중 하나다. 1924년 창사 이래 식품사업을 전개하며 쌓은 노하우를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자체 브랜드 ‘프레팡’도 선보였다. 이후 페이스트리·파이 시트를 주력으로 생산 중이다. 삼양사는 국내 냉동생지 시장이 향후 5년 내 1조3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양사 인천2 냉동생지 증설공장 전경 [삼양홀딩스 제공]


양철호 BU장은 알룰로스 국내외 사업 확대를 지휘한 스페셜티 전문가로 통한다. 30년간 삼양사에 근무하며 알룰로스를 생산하는 울산2공장장, 스페셜티사업PU장 등을 지냈다. 양 BU장은 “냉동생지의 핵심 원료인 밀가루와 설탕, 유지 부문에서 삼양사가 리딩하고 있다”며 “원료부터 차별화된 기술이 강점”이라고 했다. 양재만 인천2공장장은 “가장 최근에 오픈한 만큼 설비가 가장 좋다”면서 “파일럿 운영을 거치며 축적한 노하우와 인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고객사는 신세계푸드를 비롯한 대기업뿐 아니라 소형 베이커리 업체를 아우른다. 현재 전문가용 시트류 제품의 매출 비중이 70%를 차지하지만, 소형 업체의 수요 증가에 따라 RTP·RTB 성형 제품의 비중도 5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소포장 제품 출시를 통해 온라인 채널과 B2C 시장 판매도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2년 내 냉동생지 시장점유율을 1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삼양사는 경쟁사 대비 15~20% 비싼 가격에도 최근 시장점유율 5%를 달성하며 경쟁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현재 공장은 2교대로 운영 중이다. 내년부터는 3교대 체제로 24시간 풀가동한다. 일본·미국 등 해외 시장의 문도 두드릴 계획이다. 윤병각 유통PU장은 “한국 냉동생지 시장의 5배 정도 규모를 가진 일본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이르면 내년 초부터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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