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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남부 마르티그에 있는 리베라 정유소의 전경.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국제 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 가격은 11일(현지시간) 배럴당 103달러를 넘어섰다. 오는 6월까지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가 되지 않으면, 석유 공급망 위기가 다음해까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EPA]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이란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글로벌 석유 공급망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기업 사우디 아람코가 비축량에 대해 “위험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 경고했다. 오는 6월까지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개방되지 않으면 다음해까지 석유 공급망 불안이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도 내놨다. 미국은 전략비축유 방출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석유 공급망을 안정시키지는 역부족이다. 국제 유가는 연일 치솟는 상승세를 걷잡을 수 없는 형국이다.
아민 나세르 사우디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석유의 “육상 재고 고갈이 급격히 가속화”되고 있으며, 휘발유와 항공유 등 정제 연료가 가장 빠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나세르 CEO는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누적 10억배럴의 석유 공급 손실이 발생했고, 해협이 폐쇄된 상태에서는 매주 1억배럴의 추가 손실이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석유 재고가 “오늘날 사용 가능한 유일한 완충 장치이지만, 상당 부분 고갈됐다”고 경고했다.
석유 공급망에 대해 경고한 것은 아람코 뿐만이 아니다. JP모건은 같은 날 선진국의 상업용 석유 재고가 오는 6월 초까지 “운영상의 스트레스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나세르 CEO는 에너지 트레이더들이 비축 시설에서 인출 가능한 석유량을 과대평가할 위험이 있다며 ‘착시효과’를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전 세계 총 재고 수준은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현재의 실물 시장 수급 불균형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석유의 극히 일부만이 접근 가능하다. 나머지는 파이프라인 충전물, 탱크 최저 수준 및 기타 일상적인 운영상의 제약에 묶여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회원국과 비회원국까지 통틀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조율하고 있다. 그러나 나세르 CEO는 “유럽과 미국에서 인출할 수 있는 최대량은 하루 200만배럴에 불과하다”며 비축유 방출이 공급 부족을 완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6월 중순까지도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폐쇄된 상태라면 석유 공급망 불안이 다음해까지도 이어질 것이란 경고도 내놨다. 그는 “공급 차질이 단 몇 주라도 더 길어질수록, 석유 시장이 재균형을 이루고 안정화되는 데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IEA에서 의결한 전략비축유 방출의 일환으로, 자국의 에너지 기업들에 5330만배럴의 원유를 내주기로 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에너지부는 지난달 전략비축유에서 기업들에 9250만배럴을 대여해주기로 했는데, 이 중 엑손모빌, 트라피구라, 마라톤 페트롤리엄 컴퍼니 등 9개 기업은 58%만 수령했다. 이번에 남은 물량을 방출하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총 1억7200만배럴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계획하고 있고, 올 봄에 이미 8000만배럴을 방출했다.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연안 4개 지역의 암염 갱도에는 현재 약 3억8400만배럴의 전략비축유가 있다. 그럼에도 글로벌 석유 시장 공급망과 가격을 안정시키는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 자동차협회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52달러로, 2022년 이후 최고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