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채권 매각 실적 7월부터 공시 의무화

금융당국 연체채권 관행 개선 속도
상반기 중 소각 금융사 법인세 감면
상환 능력 심사·연장시 재심사 신설
업계 배임 반발에 면책 방안도 검토


서울 시내에 붙은 카드 대출 광고.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상록수 사태를 두고 ‘약탈 금융’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금융당국의 연체채권 관행 개선 작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부터 금융권의 연체채권 매각 현황을 공시하고, 상반기 중 채권 소멸시효를 연장하지 않은 금융회사 법인세 감면 혜택을 부여할 계획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각 금융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금융회사들의 연체채권 매각 현황과 채무조정 실적을 공시하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 협회들은 관련 시스템 개발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며, 오는 7월부터 공시를 시작한다. 그동안 금융권이 부실채권 규모 등 건전성 지표 공시에만 집중한 반면, 채무자 권익 보호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비판을 반영한 조치다. 당국은 관련 정보가 공개되면 채무자 보호를 위한 금융권의 자율 경쟁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멸시효 연장 목적의 소송 남용을 막기 위해 소송촉진법상 공시송달 규정도 폐지한다. 현재 법무부는 법원행정처와 막바지 협의 중이며, 상반기 중 관련 법안이 발의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상반기 중 ‘금융기관 채권 대손 인정 업무 세칙’을 개선해 소멸시효를 연장하지 않고 소각한 금융회사에 대해선 법인세 감면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채권 소멸시효가 완성된 시점에서의 손실액을 기준으로 법인세를 감면했지만, 업계의 적극적인 소각을 유도하기 위해 조건부 승인으로 방침을 바꿨다.

당국은 업권별 소멸시효관리 모범규준에 차주의 상환능력을 감안해 연장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조항을 넣을 예정이다. 불가피하게 1회 연장하더라도 3년차에 상환 능력을 심사해 갚을 여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소각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한다. 이같은 관행이 정착되면 앞으로 생겨날 연체채권의 시효는 채 10년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당국은 지난달 은행권과 실무 회의를 열었다.

관리 강화 방안의 핵심은 “상환 능력이 없는 차주의 연체채권은 과감히 정리하라”는 데 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회수 가능한 채권을 포기할 경우 배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데, 금융당국 역시 다양한 면책 방안을 업계와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금융당국이 올해 초 발표한 장기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당국은 “채권 소멸시효의 원칙적 연장, 예외적 완성 관행에서 원칙적 완성, 예외적 연장”으로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통상 대출 채권의 소멸 시효는 5년인데, 그간 금융회사들이 차주의 상환 능력과 관계없이 기계적으로 소멸시효를 연장해 추심을 해왔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상록수 사태에서도 사실상 상환능력이 없는 취약차주를 금융사들이 23년간 추심해왔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다만 업계는 관행이 정착되더라도 저신용자 대상 대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회수 가능성이 떨어지게 된 만큼, 차라리 줄이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모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신용대출이 많은 2금융권의 경우 손실 가능성이 더 높아진 만큼, 대출 심사를 더 강화하는 편이 방법”이라고 말했다.

부실채권(NPL) 업계의 위축이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금융 취약계층 지원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채권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약탈적 행태에 대해선 일부 제한이 필요하겠지만 채권자의 이익이나 정당한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면서 불이익을 가하거나 손실을 전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연체채권 소각에 따른 채권자의 재산적 피해를 어떻게 할 것인지, 대안은 마련돼 있는지 살피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상혁·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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