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 밀리더니…월마트, 문 닫은 약국매장 활용 고속배송 경쟁

폐업한 약국 점포, 배송기지 활용…아마존과 초고속 배송 전쟁
“5분이면 장보기 끝”…배달기사 전용 ‘숨은 물류창고’로 도심형 배송 거점 확대
전자상거래 연 20% 성장…월마트, 초근접 배송망 구축 속도
“동네 상가가 물류허브로”…주민 반발·도시 규제 논란도

 

미국 플로리다주 할리우드에 있는 매장 외부에 월마트 매장. [AFP]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가 폐업한 약국과 중고품 매장 등을 ‘라스트마일 배송 기지’로 바꾸며 아마존과의 초고속 배송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기존 상업시설을 소형 물류창고로 개조해 30분 안팎 배송 체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월마트가 최근 미국 곳곳의 빈 약국과 소규모 상업 공간을 활용해 ‘월마트 디포(Walmart Depot)’라는 이름의 도심형 배송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마트는 지난 1년 동안 댈러스와 뉴저지, 아칸소 등에 최소 3개의 물류 거점을 열었다. 뉴욕과 캘리포니아의 옛 라이트에이드 약국 건물, 버지니아의 굿윌 중고품 매장 건물 등도 신규 후보지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FT에 따르면 월마트는 뉴욕 대도시권과 플로리다, 네바다, 태평양 북서부 지역에서도 건물주 및 부동산 중개업체들과 추가 입점 협의를 진행 중이다.

월마트는 뉴욕주 포킵시에 제출한 관련 서류에서 “월마트 디포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빠르게 배송하는 새로운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상거래는 현재 월마트 미국 사업부에서 약 1000억달러 규모 사업으로 성장했으며, 매년 20% 이상 확대되고 있다. 특히 몇 시간 이내를 넘어 수십 분 단위 배송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물류망 구축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월마트는 기존에도 미국 내 4600개 매장을 기반으로 “미국 인구 95% 지역에 3시간 이내 배송이 가능하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대형 슈퍼센터 내부에서 상품을 찾고 포장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온라인 주문 처리 직원들이 일반 고객 쇼핑 동선을 방해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미국 뉴저지주 시코커스의 월마트 슈퍼센터에서 쇼핑객들이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연합]

새로 구축되는 월마트 디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초근접 물류 거점이다.

약 2만평방피트 규모의 소형 시설로 운영되며 일반 소비자는 출입할 수 없다. 대신 월마트의 배달 플랫폼 ‘스파크(Spark)’ 기사들이 주문 상품을 픽업해 배송하는 전용 거점 역할을 한다.

시설 내부에는 우유와 시리얼, 종이타월 같은 수요가 높은 생필품 위주로만 비치된다. 운영은 인근 월마트 슈퍼센터 관리자가 맡는다.

실제 뉴저지 칼스타트에 들어선 월마트 디포에는 외부에 월마트 간판조차 달려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FT 취재진이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스파크 배달기사들은 쇼핑 카트에 생필품을 싣고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배달기사 앙헬 로드리게스는 FT에 “대형 매장에서는 물건 5개를 찾는 데 25분이 걸릴 수 있지만 여기서는 5분이면 끝난다”며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배송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지난해 연간 매출 7132억달러를 기록, 월마트를 꺾고 세계 최대 매출 기업이 됐다.[게티이미지]

월마트가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아마존의 공세가 있다. 아마존은 최근 신선식품 당일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식료품 판매량이 지난 1년 동안 40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주에는 미국 수십개 도시에서 식료품을 포함한 일부 품목의 ‘30분 배송’ 서비스까지 시작했다.

월마트 역시 포킵시 시에 제출한 문서에서 새로운 물류센터를 통해 “최소 30분 이내 배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월마트 대외협력 담당 제이슨 클리파는 공청회에서 “겉보기에는 작은 식료품점이나 약국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초고속 배송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공간”이라며 “배송 기사들이 매장을 혼잡하게 만들지 않고 빠르게 상품을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다만 지역사회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동네 쇼핑센터가 사실상 물류 허브로 변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포킵시 시의 레베카 에드워즈 행정관은 공청회에서 “이게 소매점인지 산업시설인지 창고인지 불분명하다”며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라고 지적했다.

월마트는 현재 해당 사업을 ‘시범 프로젝트’로 운영 중이다. FT는 월마트가 실패 가능성까지 고려해 대부분 5년 이하 단기 임대 계약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전역에서 약국 체인이 잇따라 폐점하면서 남겨진 유휴 공간이 새로운 물류 거점으로 재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CVS와 월그린은 최근 수백개 점포를 폐쇄했고, 라이트에이드는 아마존과 월마트 등의 공세 속에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업체 SRS 리얼에스테이트 파트너스의 패트릭 루터는 “이 모델이 성공하면 미국 전역의 빈 약국 건물 활용 방식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며 “방치된 상업 공간 감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