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들 이례적으로 공동해명 나서
“공공성 확대 요구 vs 주주책임 충돌”
“포용금융 확대가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 증시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한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정부의 ‘포용금융’ 정책을 경영 리스크 요인으로 공시했다. 정부가 저소득층과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대출 확대를 주문하는 과정에서 연체율 상승과 자산건전성 악화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것이다. 포용금융 관련 리스크가 미 공시에 새롭게 추가된 반면, 국내 사업보고서에는 해당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시장에선 금융사들이 해외 투자자들에게 포용금융 정책에 따른 우려를 사실상 우회해서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사들은 15일 공동 입장문까지 내면서 “글로벌 공시 기준에 따라 잠재 리스크를 폭넓게 반영했을 뿐이며, 역대 정부 정책 관련 위험 역시 동일하게 공시해왔다”고 밝혔다. 복수의 금융지주가 공동으로 입장문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KB·신한·우리금융은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생산적·포용금융 정책 방향에 깊이 공감하고 있으며 이를 핵심 경영 방향 중 하나로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또 “특정 투자자에게 추가 정보를 제공하거나 국내 투자자를 차별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미국 증권법상 요구되는 ‘완전한 정보공개(Full Disclosure)’와 소송리스크 대응 체계에 따른 공시 방식의 차이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에 대해 금융사의 공공적 역할 확대 요구와 주주 보호 책임이 충돌하는 구조적 딜레마가 드러난 사례라고 진단했다. 한국거래소에 등에 따르면, KB·신한·우리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평균 60.8%(18일 기준)로 집계됐다. 국내 금융지주들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앞다퉈 시행하면서 외국인 주주들의 매수세도 매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사들은 투자자들에게 잠재 리스크를 투명하게 설명해야 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정책금융 확대 요구에도 부응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김용기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회장은 “금융지주들의 건전성 우려는 충분히 타당하다”며 “중·저신용자 대출은 고신용자 대출보다 연체율이 높을 수 있고, 경기 하강기에는 손실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금융기관들이 주주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상생 문화를 정착시킬 때 비로소 우리 금융산업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선진 금융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혜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