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생태계 선점…거래소·금융사 결집 속도

라이선스 5개 모두 승인 유일 사업자
매매·변환 유통망 통해 시너지 기대
금가분리 규제완화 추이도 탄력요인


디지털자산거래소와 금융사 간 결집이 지분 투자 형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을 규율하는 업권법이 지체되고 있지만, 협력 관계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거래소가 디지털자산을 매매·변환하는 일차적 유통망인 데다 가상자산을 취급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확보한 만큼 거래소 중심 구조로 형성되고 있다.

20일 디지털자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5개 원화거래소 중 업비트(두나무)·코인원·코빗 등 3곳이 금융사에 지분을 매각하는 논의 및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두나무 지분 6.55%, 미래에셋그룹의 비금융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은 코빗 지분 92.06%를 인수하는 단계를 밟고 있고, 한국투자증권은 코인원 지분 약 20%를 확보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금융사가 거래소 지분을 확보하는 이유는 스테이블코인을 필두로 가상자산 생태계가 열리고 있지만 직접 취급할 수 없는 국내 규제 현실 때문이다. 2021년 특정금융정보법이 시행되면서 디지털자산업을 하려면 사업자(VSAP)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하지만 금융사의 취득은 금지됐다. 은행의 기본적인 업무인 수탁도, 증권사의 중개업도 디지털자산 영역에선 불가능하다.

거래소는 디지털자산 매매와 변환 과정에서 거쳐야하는 핵심 유통망으로서 지위가 부각되고 있다. 거래소는 국내 디지털자산 생태계에서 ‘만능’에 가까운 지위를 확보하면서다. 현행 VASP 라이선스 5개 유형 가운데 5개를 모두 승인받은 유일한 사업자다.

최근 라이선스를 갱신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5개 중 2개(디지털자산 매도·매수 및 디지털자산을 다른 자산과 교환) 유형을 제외하고 있지만 자산 이전과 보관·관리, 매도·매수 및 다른 디지털자산과 교환하는 행위의 중개·알선·대행이 모두 가능하다. 디지털자산을 직접 매매하고 교환하는 주체적인 행위 외에 모든 거래 유형 지원이 가능한 셈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본격 제정될 경우 거래소와 손을 잡으면 추후 기본법 방향에 따라 시너지를 낼 사업을 구상할 수 있다.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성과 접근성도 높일 수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우선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결제 과정별로 망을 구축해 놔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며 “기본법이 지체되고 있지만 분주한 분위기”라고 했다.

증권사도 당장 거래소와 협업 지점을 찾기엔 규제상 제한적이다. 미래에셋은 코빗을 인수하더라도 규제로 인해 거래소와 지갑 연동을 하거나 자사 금융 상품을 코빗을 통해 거래할 수 없다. 대신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코빗을 인수하는 이유는 증권사가 영위해 온 중개업을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도 이어가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거래·정산 시스템, 내부통제 구조 등을 갖춘 거래소 인프라를 확보해 대응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투가 코인원 지분 매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이유 역시 디지털자산 상품 개발, 법인 및 토큰화 시장 준비 차원으로 전해진다.

금가분리(금융과 가상자산 분리) 규제가 완화하는 흐름 속 거래소와 금융사 간 결집은 탄력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2017년부터 금융사의 디지털자산 보유, 매입, 지분투자 등을 금지하는 ‘그림자 규제’를 이어왔다. 다만 기본법을 통해 은행권 중심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 금융사의 참여를 허용하면서, 명시적 규정 없이 시장을 옥좼던 족쇄는 풀리는 과정이다.

앞서 당국이 미래에셋컨설팅 측 이사를 코빗 이사회에 합류하는 임원 변경 신고를 수리하면서 변화된 기류가 포착됐고, 한투의 코인원 지분 인수 추진과 하나금융의 두나무 지분 인수 사례를 토대로 금융사와 거래소 밀착 관계 흐름은 굳어지고 있다.

금융권에서 당국의 금가분리 기조가 완화되는 추이에 주목하고 있다. 거래소와 추가적인 협업 확대를 고민하는 금융사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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