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이르면 다음주 방북…대북제재도 반대
“中, 美·러·北 사이 전략적 주도권 관리” 평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잇달아 만나며 글로벌 외교 중심에 섰지만, 정작 양측이 가장 원했던 핵심 지원은 모두 비켜갔다. 미국이 기대했던 대(對)이란 압박 역할도, 러시아가 절실히 원했던 대형 가스관 계약도 중국은 끝내 내놓지 않았다. 시 주석이 이르면 다음주께 북한을 방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대북제재 반대 입장을 내놨다. 중국이 미·러·북 사이에서 전략적 공간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BBC 등에 따르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골든돔(Golden Dome)’ 미사일방어 구상을 비판했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골든돔 계획을 두고 “세계 전략적 안정성을 위협한다”고 주장했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행동에 대해서도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 세계를 비판하며 친밀한 공조를 과시했지만, 시 주석은 러시아가 가장 바라는 ‘가스관 사업’이란 선물은 주지 않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시장을 잃는 바람에, 국가 경제의 기반이 되는 가스 수출 확대를 위해 중국과의 ‘시베리아의 힘2(Power of Siberia 2)’ 가스관 사업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가격 등 핵심 조건이 맞지 않아 이번에도 가스관 사업 계약이 체결되지는 않았다.
시 주석은 에너지 협력이 중러 관계의 버팀목이 돼야 한다고 말했지만, 정작 가스관 사업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크렘린궁은 양국이 프로젝트의 “기본 조건에 대한 일반적 이해”에는 도달했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가격과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시 주석이 지난 14일과 15일에 진행됐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보여줬던 입장과도 묘하게 닮아있다. 당시 중국은 미국과 300억달러 규모의 관세 철폐, 대두 등 미국산 농축산물 구매 확대, 보잉기 200대 추가 구매 등에 합의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랐던 이란 전쟁 종식을 위한 중재 노력에 대해서는 분명한 답을 주지 않았다.
미국은 중국이 이란에 외교적 압박을 가해 협상안을 받아들이게 하는 지원을 바랐지만, 중국은 이란 핵무기 보유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반대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이를 두고 브루킹스연구소의 패트리샤 김 연구원은 “시진핑은 트럼프와 푸틴보다 상대적으로 더 강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두 정상 모두 자신들이 시작한 갈등에 발목이 잡혀 있지만 시진핑은 내부 안정과 글로벌 강대국 이미지를 동시에 관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미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외교적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북한도 중국의 ‘세력권’ 내에 있음을 재확인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지(誌)는 20일(현지시간) 시 주석이 이르면 다음주 북한을 국빈방문할 것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반대한다는 성명도 발표했다. 2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진일보한 전면적 전략 협조 강화와 선린 우호·협력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을 체결하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지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