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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랑경찰서 전경. [중랑경찰서 제공] |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중랑구는 동부간선도로와 북부간선도로가 지나고 지하철 6·7호선과 경춘선·경의중앙선이 교차하는 서울 동북권의 교통 요충지다. 면목·상봉·망우·신내 등 오래된 주거지와 재개발 지역이 공존하고 전통시장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중랑구는 서울의 대표적인 구도심형 생활권이다. 일반·연립·다세대 주택은 5만9247가구, 아파트는 5만9122가구쯤 된다. 오래된 골목·촘촘한 생활권을 비롯한 시장 상권이 맞물린 만큼 사람 사이 갈등과 생활형 범죄가 주로 일어난다.
이곳의 치안을 책임지는 중랑경찰서가 하루에 접수하는 112 신고는 평균 300건 안팎이다. 지난해 관내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범죄 건수는 2107건으로 전체 31개 경찰서 중 5위, 데이트폭력(6위)·아동학대(8위) 사건도 많은 편이다.
중량서는 1973년 ‘태릉경찰서’란 이름으로 출발했다. 청량리경찰서, 북부경찰서의 책임 지역을 넘겨받아 서울 동북권 치안을 담당했고 1990년 지금 이름으로 이름을 바꿨다. 2014년에 현재 쓰는 신내동 청사에 둥지를 틀었다.
김병학 중랑서 경무계장은 “여전히 중랑 서민들의 체감 안전도가 낮은 편”이라며 “주택가의 어두운 밤길도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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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한범 경위가 19일 오전 서울 중랑구 중랑경찰서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
112명 상인 일상 되찾아준 송한범 경위
송한범 경위는 최근 ‘시장 주폭(酒暴)’ 사건을 해결했다. 피의자는 중년 여성으로 카트를 끌고 중랑구에 있는 한 전통시장 골목을 돌아다니며 상인 물건을 넘어뜨리고 진열 상품을 훼손했다. 항의하면 오히려 맞고소하거나 허위 피해를 주장했다. 술을 마신 뒤 난동을 벌이는 경우가 많아 상인들 사이에서는 ‘조폭’으로 불렸다.
피해는 시장에만 그치지 않았다. 피의자는 거주지 인근 다세대주택에서도 잦은 마찰을 빚었다. 세입자 집 앞에 폐지를 쌓아 통행을 어렵게 하거나 집주인·이웃과 반복적으로 갈등을 일으켰다. 관련 신고는 여러 차례 접수됐지만 대부분 개인적 다툼이나 가벼운 소란으로 끝나 사건화되지 못했다.
송 경위는 “완전히 판단 능력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며 “개인적 사리 분별은 하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고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면서 피해를 주는 데 거리낌이 없는 유형이었다”고 말했다.
참다못한 상인 112명이 고소에 나섰다. 송 경위의 수사팀은 폐쇄회로(CC)TV와 진술을 확보하고, 장기간 반복된 피해 구조를 하나씩 입증했다. 정작 고소한 상인들도 처음엔 숨죽이고 있었다. 보복과 맞고소를 걱정해서다. 하지만 수사팀이 꼼꼼하게 피해 정황을 정리하고 혐의를 다져 지난달 20일 피의자를 구속해 서울북부지검으로 송치했다. 송 경위는 현재 1심 진행 상황도 계속 확인하고 있다.
시장 분위기는 달라졌고 상인들로부터 감사 편지도 도착했다. 그는 “상습절도 같은 큰 사건도 많지만 시민 불편과 직결된 작은 사건 해결도 중요하다”며 “주민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게 만드는 게 결국 형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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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민욱 중랑경찰서 경위가 19일 오전 서울 중랑구 중랑경찰서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
“112는 골든타임 설계하는 곳” 한민욱 경위
중랑서 112 상황실을 9년째 지키는 한민욱 경위는 “(상황실은) 신고를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골든타임을 설계하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3월 자살 시도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 당시 한 경위는 정밀 탐색기와 위치 데이터를 분석해 요구조자가 건물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현장 경찰들에게 전달했다. 신고 접수부터 구조까지 걸린 시간은 7분. 그는 “골든타임은 15분 정도인데 7분이면 살릴 수 있는 시간”이라며 “장비보다 중요한 건 데이터를 읽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중랑서는 현재 정밀 탐색기 성과를 자체 코드와 프로그램으로 분석하는 사실상 유일한 경찰서다. 한 경위는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탐색 요청부터 강한 신호 확인까지 걸린 시간을 자동 분석하는 툴도 만들었다. 사건 유형과 관서별 편차, 탐지 시간 구조까지 수치화했고 분석을 하면서 특정 시점이 지나면 탐색 시간이 늘어나는 ‘U자형 구조’를 발견했다. 현장 대응 과정에서 이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핀셋 교육을 벌였다. 이 체계는 전국 경찰관 교육 등에 활용된다.
한 경위는 “112 상황실은 단순히 출동 지령을 내리는 곳이 아니다”며 “생명을 살릴 마지막 신호를 놓치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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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홍욱 경감이 19일 오전 서울 중랑구 중랑경찰서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
범죄피해금 세탁조직 일망타진, 허홍욱 경감
중랑서는 최근 3113억원 규모의 보이스피싱 자금세탁 조직을 추적해 검거하는 성과를 냈다. 이 조직은 지난해 10월부터 2026년 3월 초까지 보이스피싱과 투자사기 등으로 빼돌린 현금을 가상자산 ‘테더(USDT)’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약 3113억원 상당 범죄수익을 세탁했다.
구조는 치밀했다. 해외 콜센터 조직이 피해자를 속이면 국내 대면 수거책과 전달책이 현금을 모았다. 이후 자금세탁 조직은 수거된 현금을 가상자산 거래소와 환전책을 통해 테더코인으로 바꾸고 해외로 넘겼다. 일부는 금·은 거래와 환치기 구조도 결합해 자금 흐름을 끊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현금·테더코인·귀금속 등을 압수하고 관련자 21명을 검거했다. 수사를 주도한 허홍욱 경감은 “예전 보이스피싱은 대포통장과 카드가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해외 콜센터, 가상자산, 금·은 거래까지 결합한 국제범죄 형태로 진화했다”며 “검거한 이들은 점조직 형태에 가족 단위 역할 분담까지 이뤄져 추적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가 시민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도 결국 ‘의심’이다. 허 경감은 “전화는 일단 끊고 확인해야 한다”며 “가족이나 112에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피해를 막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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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학 중랑경찰서 경무계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랑구 중랑경찰서 옥상에 조성된 텃밭에서 직접 기르고 있는 감자에 물을 주고 있다. 윤창빈 기자 |
중랑서는 지난해 서울경찰청의 업무만족도 조사에서 2위를 기록했다. ‘달빛 중랑인’ 포상과 음악 재능기부, 오케스트라 공연도 이어진다. 강경한 서장은 “경찰은 혼자 일하는 조직이 아니다”라며 “소통하고 공감하는 조직이 결국 시민 안전도 더 잘 지켜낸다”고 말했다.
강 서장이 지난해 12월 말 부임한 이후 배우자나 본인이 출산하면 기저귀 등 출산 지원용품을 제공하는 제도를 시작했다. 최근 6개월 동안 12차례 지원이 이뤄졌다.
강 서장은 점심시간이면 경찰서 인근 산책로에서 직원들과 50분가량 맨발 걷기를 한다. 본인이 먼저 신발을 벗고 함께 걷자고 권한다. 강 서장은 “사건도 많고 업무 강도도 높은 경찰서지만 그럴수록 서로를 챙기는 문화가 중요하다”며 “12월 29일 이곳에 온 뒤로 특유의 끈적하고 끈끈한 문화에 녹아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랑서의 가족 문화는 식당 옥상 텃밭에서도 이어진다. 지난해에는 직원들이 직접 기른 배추로 김장을 해 돼지고기 수육과 함께 잔치를 벌였다. 올해는 감자와 수박을 심었다. 감자는 수확한 뒤 지역 노인정과 경로당에 전달하고 배추는 김장 김치로 만들어 지역 어르신들에게 나눌 계획이다.
김병학 계장은 “농사와 김장이 치안과 무슨 관계냐고 묻는 분들도 있다”며 “결국 사람을 돌보는 문화다. 직원들이 서로를 가족처럼 생각해야 시민도 더 따뜻하게 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