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 중 단 0.7명만 손든 대부업 취약차주들
“안내 부실에 권리 자체 모르고 지나쳐” 지적
승인율 보험 100%·은행 64%…업권 차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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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 이후 금융사에 채무조정을 요청한 차주는 전체의 5.92%에 그쳤다. 가장 절박한 대부업 차주의 요청률은 0.72%로 업권 중 최저였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대출 창구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빚을 갚기 힘들어진 개인이 은행이나 카드사, 보험사 등 금융사에 직접 “상환 조건을 바꿔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 지 1년 반이 넘었다. 하지만 실제 이 권리를 행사한 차주는 100명 중 6명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연일 포용금융을 강조하고 있지만,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이 같은 권리가 제대로 닿지 못하고 있다.
25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포용적 금융 실현을 위한 정책서민금융 및 채무조정제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0월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 이후 금융회사에 직접 채무조정을 요청한 개인채무자 비율은 평균 5.92%에 그쳤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은 연체에 빠진 차주의 부담을 덜고, 빚으로 무너지기 전에 스스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돕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연체 채무 관리는 일이 터진 뒤 신용회복위원회나 법원이 뒤늦게 개입하는 ‘사후 조정’ 방식에 치우쳐 있었는데, 금융사가 차주와 직접 협의해 미리 풀어주는 ‘사전 예방’ 방식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다.
핵심은 원금 3000만 원 미만 빚을 연체 중인 개인은 금융사에 ▷상환 기간을 늘려달라거나 ▷이자율을 낮춰달라거나 ▷일정 기간 갚는 걸 미뤄달라고 직접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요청을 받은 금융사는 10영업일 안에 받아들일지를 알려줘야 한다.
문제는 이 권리가 차주들에게 제대로 닿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업권별 요청률은 ▷은행 6.90% ▷여신전문 6.11% ▷보험 5.83% ▷저축은행 5.65% ▷상호금융 3.73% ▷대부 0.72% 순이었다. 특히 고금리 대출에 가장 많이 노출돼 채무조정이 가장 절실할 대부업 차주가 100명 중 0.7명만 권리를 행사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정작 권리가 가장 필요한 계층에 제도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저조한 요청률의 배경으로는 안내 부실이 지목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금융회사들이 채무조정 요청권을 연체 통지서 하단에 간략히 적는 수준에 그치고 있고, 홈페이지를 봐도 권리의 개념과 절차 등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하고 있다”며 “차주가 권리 자체를 모르고 지나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짚었다. 금융위원회가 모범사례로 제시한 지원 내용이나 구비 서류 양식조차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요청이 들어왔을 때 받아준 비율에서도 업권별로 차이가 있다. 채무조정 승인율을 업권별로 뜯어보면 ▷보험 100% ▷상호금융 99.8% ▷여신전문 97.4% ▷대부 92.1% ▷저축은행 80.3% ▷은행 64.3%로, 업권 간 차이가 35.7%포인트까지 벌어진다.
다만 숫자만 보고 “보험이 가장 너그럽고 은행이 가장 박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보험사 채무조정 요청은 7355건으로 절대 건수가 많지 않은 데다, 보험사 연체채권은 약관대출처럼 담보 성격이 강한 게 많아 거절할 동기가 적다.
반대로 은행은 처리완료 3만379건 중 1만836건이 불승인이었는데,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등 무담보 채권이 폭넓게 몰려 있어 상환 능력을 따져보면 거절 비중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증부대출 비중이 높아 채무조정 시 보증기관과 협의해야 하는 점도 은행권 승인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올해 3~4월 6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실태 검사를 진행해 개선계획 이행 여부를 점검하기도 했으나, 국회예산정책처는 “금융당국이 금융회사가 채무조정 요청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채무조정 절차가 법령에 맞게 운영되는지보다 엄격히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채무조정 요청 대상이 ‘원금 3000만 원 미만, 2024년 10월 17일 이후 연체분’으로 한정돼 있다는 점도 제도가 더 폭넓게 작동하지 못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권리는 만들어졌지만 정작 빚으로 무너지기 직전의 차주에게 닿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금융권 관계자는 “안내 채널을 다양화하고 모바일 앱 등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