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중앙선·KTX 중단 출근길 ‘혼란’
사고현장 인근 도로·통행로 통제
“붕괴 시그널에도 안전관리 미흡”
정부·검·경, 사고 진상조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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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이 지난 26일 발생한 붕괴 사고로 통제되고 있다. 윤창빈 기자 |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가 일어난 다음날인 27일 오전, 일대 교통이 통제되며 출근길 혼잡을 빚었다. 사고 구간 바로 아래는 경의선 철도가 지나가는 터라 고양 행신역을 떠나는 KTX와 경의중앙선 전철 일부 구간의 운행이 중단됐다. 경찰과 검찰은 곧바로 사고 원인을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잔해 속 “살려달라” 비명 이어져=27일 오전 7시30분께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일대는 여전히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사고 수습은 마무리됐지만 여전히 2차 붕괴 우려가 이어져 철도 복구 작업은 시작도 못 했다. 또 인근 도로와 도보는 모두 통행이 막힌 상태였다.
사고 현장 바로 앞에 주차돼 있던 차량 블랙박스에는 사고가 나기 전 현장의 모습이 담겼다. 출근 시간대 서소문 고가 옆 횡단보도에 보행 신호가 들어오면 수십명의 직장인이 지나다니던 길이었다. 아침 이른 시간에 구조물이 붕괴했다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평소 다니던 출근길이 막히자 시민들 발걸음은 빨라졌다. 전방 통행로가 막혔다는 경찰의 안내에 한 시민은 급한 듯 우회로로 황급히 뛰어갔다. 또 다른 시민은 “진짜 너무하다. 가는 길을 제대로 만들어 줘야지 차도로 가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경찰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열차 운행 차질로 일산·파주에서 서울로 출근하거나 지방으로 이동해야 하는 시민들은 큰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 이날 첫차부터 서울~수색 구간 경의중앙선 전동열차, 서울~행신 구간 KTX 열차의 운행이 중단됐다.
이날 오전 6시10분께 행신역 대합실에선 “서소문 고가 차도 사고 수습을 위해 금일 서울역 방향 열차 이용에 지장이 있다”는 안내방송이 반복해서 나왔다.
‘열차가 취소됐다’는 관계자 안내에 KTX를 이용하려던 승객들은 급하게 택시를 잡기도 했다.
대구 출장으로 아침 일찍 행신역을 찾은 박민수(54) 씨는 “안내 문자를 확인하기 전에 잠들어 몰랐다”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박씨는 주변 행인에게 열차 운행 정지가 맞는지 물어보며 “서울역까지 택시 타고 가야겠다”며 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경의중앙선과 2호선, 공항철도가 모두 지나는 홍대입구역에서도 “서울역 열차 운행에 지장이 있으니 디지털미디어시티역, 홍대입구역, 공덕역에서 공항철도로 갈아타시면 서울역으로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방송이 연신 흘러나왔다.
평소 경의중앙선을 타고 서울역에 내려 시내와 지방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출근 시간을 30분에서 1시간 앞당겨야 했다. 홍대입구역에서 만난 홍모(41) 씨는 “홍대입구역에서 공항철도로 갈아타서 서울역에 가야 한다”며 “보통 집에서 아침 6시에 출발하는데 오늘은 5시에 나왔다”고 말했다.
홍대입구역 출고 밖에서는 택시를 잡아 시내로 이동하려는 시민들도 대여섯명 목격됐다. 한 시민은 “10분 이상 거리에 있는 기사님도 배차가 안 된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한 대형 붕괴 사고의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붕괴를 목격한 이들도 있었다. 간발의 차로 사고를 피한 남기혁(58) 씨는 “편의점 커피를 사 오며 해당 구간을 지난 지 30초 후에 ‘쾅!’ 소리가 나며 고가차도가 무너졌다”며 “먼지가 걷히고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을 때 잔해 속에서 ‘살려달라’는 비명과 신음이 들렸다”고 설명했다.
사고를 경찰과 소방에 처음 신고한 김창태(67) 씨는 “고가차도 한 쪽이 도미노처럼 유선형을 그리며 무너졌다”며 “불꽃놀이 할 때 터지는 ‘쾅’ 소리 같은 것이 나면서 무너져 내렸다”며 “100m쯤 거리에 있는데도 흙먼지로 뒤덮여서 현장이 제대로 안 보일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사고 왜 났나…정부·서울시·경찰·검찰 나서 조사=전문가들은 이번 붕괴 사고 원인으로 철거 과정에서 진행된 취약화 작업과 현장 안전관리 미흡을 공통적으로 지목했다. 특히 철근 절단 과정에서 ‘붕괴 시그널’이 있었으나 안전 확보 조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함은구 을지대 안전공학전공 교수는 “상판 철근 절단 과정에서 단차가 보일 정도의 구조적 변이가 생겼다면 이미 상당히 취약해진 상태였던 것”이라며 “취약화 작업 과정에서 처짐이 심해진 상황에서 지하철 진동이나 인근 도로 차량 통행, 주변 공사 충격 등 외부 조건 등이 영향을 주며 붕괴가 가속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붕괴 우려가 있는 교각 아래쪽에 작업자나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었다는 점은 굉장히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안현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 학장은 “해당 구조물은 안전진단 D등급 상태였고 사실상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며 “예상치 못한 침하가 발생했다면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긴급 안전진단과 안전조치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12시간 동안 별다른 조치가 없었고 이후에도 안전장치 없는 상태에서 안전진단이 진행됐다”며 “결국 붕괴로 이어진 만큼 사실상 100% 인재”라고 주장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해체 작업 계획과 현장 관리 실태에 결함 가능성을 지목했다. 그는 “해체 작업 계획서 자체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고 계획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며 “문제가 발생해 점검하는 상황이었다면 붕괴 피해 범위에 대한 통제가 우선 이뤄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서울시 등 관계 기관은 진상 조사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를 구성해 사고 수습에 나섰다. 서울시는 사고 직후 공사를 중단하고 복구 작업과 함께 붕괴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과 검찰도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서울경찰청은 전날 광역수사대장을 팀장으로 50여명 규모의 전담팀을 편성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업안전보건공단과 더불어 27일 새벽 사고 현장에서 정밀감식을 벌였다. 서울서부지검은 중대재해 사건 전담부서인 형사5부 소속 검사와 수사관 10명 규모의 전담팀을 편성해 경찰 등의 수사에 공조하기로 했다.
이영기·김아린·전새날·정주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