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뚫듯 기포막힘 해결…고효율 그린수소 생산길 활짝

- KAIST·화학연·건국대, 촉매층 내부 물질 이동 통로 설계
- 미 에너지부 목표 뛰어넘는 세계 최고 수전해 성능 구현


2D 메조다공성 촉매층 기반 그린수소 생산 기술(AI 생성 이미지).[KA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고가의 귀금속 사용을 줄이고 성능과 안정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설계 전략을 제시했다.

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이진우 교수 연구팀이 한국화학연구원 김성준 박사, 건국대학교 이장용 교수와 함께 촉매층 내부에서 물과 기체가 지나가는 ‘길’을 새롭게 설계해 수전해 성능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팀은 종이처럼 얇은 2차원 메조다공성 탄소 나노시트를 활용해 물질들이 막힘없이 이동할 수 있는 저굴곡 구조를 만들었다. 좁고 복잡한 골목길 대신 물과 기체가 빠르게 지나갈 수 있는 ‘고속도로 같은 통로’를 촉매층 안에 구현한 것이다.

여기에 결함이 도입된 탄소 표면에 루테늄(Ru) 나노클러스터를 안정적으로 고정해 수소 발생 반응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장시간 구동 시에도 촉매가 손상되지 않도록 계면 구조를 제어했다.

이 기술을 통해 수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포가 촉매층 내부에 쌓이지 않고 빠르게 배출되는 것을 확인했으며, 고전류가 흐르는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반응이 유지됐다.

그 결과 80℃ 환경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17.1 A cm²의 성능을 기록하며 미국 에너지부(DOE)가 제시한 2026년 목표치를 크게 뛰어넘었다. 이는 단위 면적당 흐르는 전류량을 의미하는 수치로, 값이 높을수록 더 많은 수소를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낮은 귀금속 사용량 조건에서도 100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해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는 촉매에 사용되는 귀금속 루테늄의 양을 크게 줄인 수준으로, 수전해 시스템의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도 가진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공동연구진. 변재호(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반민경 KAIST 박사과정생, 이장용 건국대 교수, 김성준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이진우 KAIST 교수.[KAIST 제공]


이번 연구의 핵심은 단순히 ‘좋은 촉매’를 만든 것이 아니라, 수소가 만들어지는 길 자체를 새롭게 설계했다는 점이다. 기존 수전해 장치는 반응 과정에서 생기는 기포가 내부에 쌓이며 물과 전기의 흐름을 막아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은 기포가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촉매층 구조를 바꿔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이진우 교수는 “이 기술은 수소 생사단가를 낮추고 향후 수소 모빌리티, 발전용 연료전지, 산업용 수소 공급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이 가능하다”면서 “더 큰 면적의 스택 시스템으로 확장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 ‘Joul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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