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호황에 마통 중심 신용대출 급증
금융당국 “즉각 비상관리 체계 가동”
은행권 줄줄이 신용대출 조이기 나서
주식시장 호황에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집중되며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폭증하자 금융당국이 비상관리체계를 가동하고 나섰다. 주택담보대출을 전방위로 옥죄는 상황에서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신용대출이 가계대출 증가를 견인하는 복병으로 떠오르자 당국의 움직임도 급박해진 모양새다. 당장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미준수한 금융회사를 매주 불러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정부의 압박에 은행권도 즉각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고액 연봉자의 신용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묶고 비대면 신용대출 접수를 일별로 제한하기로 했다.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 연장 시 미사용 한도 감액 조치도 강화한다.
1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9조3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4월(3조5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약 2.7배 확대된 것으로 2024년 8월(9조7000억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
통상 주담대가 가계대출 확대를 견인하는 것과 달리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더 큰 폭으로 늘었다는 데 금융위는 주목하고 있다. 실제 4월 중 2조원 감소했던 기타대출은 지난달 5조3000억원 늘며 증가세로 전환됐다. 마이너스통장을 중심으로 신용대출이 한 달 새 3조4000억원 늘어난 여파다. 같은 기간 주담대는 4조원 늘었는데 전월(5조5000원) 대비 증가폭이 1조5000억원 축소됐다.
이는 코스피 지수 9000 직전까지 갔던 주식시장 랠리에 올라타려는 개인 투자자의 대출 수요가 폭발한 결과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증가세 확대에 직접적인 우려를 표했다. 그간 빚투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던 것과 완연히 달라진 기류다. 신용대출이 가계부채 전반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비상 상황에 직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국은 과도한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주가 변동성을 확대하고 개인 투자자의 금융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당국의 압박에 은행권은 속속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우선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고액 연봉자 대상 신용대출 한도를 제한한다. 신용대출 신규 신청 시 차주의 연소득과 관계없이 개인이 받을 수 있는 최대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마이너스 통장 연장 시 미사용 한도 감액도 강화한다. 하나은행은 기존에도 만기 연장 시점에 한도 미사용 계좌를 대상으로 일정 금액을 감액하는 정책에서 상품 특성에 따라 일부 예외를 허용했는데, 이런 예외 허용 조항을 금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오는 15일부터 대면·비대면 신용대출 합산 일별 접수량이 내부 관리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비대면 채널을 통한 신용대출 신청을 제한하기로 했다. 금융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상품은 접수 제한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약정기간이나 만기 직전 3개월 기준으로 한도 소진율이 10% 미만인 마이너스 통장에 대해서는 만기 연장 시 최대 20%까지 한도를 감액할 예정이다. 약정금액 3000만원 초과 대출이 대상이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신용대출 갈아타기(대환) 상품 접수를 중단한다. 뱅크샐러드, 핀다 등 대출비교 플랫폼을 통한 신규 가계신용대출 접수도 막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최근 주담대 금리를 올리고 모기지 보증 가입을 제한하는 등 대출 관리 강화에 나섰는데 비대면 채널에서의 신용대출, 전세대출, 주담대 일별 한도도 제한 중이다. 15일부터는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0.1%포인트, 주담대 우대금리를 0.2%포인트 축소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과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도 현재 관련 조치를 검토 중이다. 정부가 강력한 자율관리를 주문하고 있는 데다 특정 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 다른 은행으로 수요가 쏠릴 수 있는 만큼 나머지 은행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고액 연봉자의 신규 신용대출 한도 축소와 함께 신용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통한 상환 유도 등의 조치가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요즘 성과급도 많이 지급되고 있어 고액 연봉 기준을 정하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일단 신용대출 한도는 줄이는 쪽이 대책의 큰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담대가 아닌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늘어 가계대출이 예상 범위를 초과한 사례는 흔치 않아 상황을 상당히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신용대출 흐름이 상당폭 안정화될 때까지 비상관리체계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김은희·서상혁·정호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