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은 총재 “늦지 않게 금리 인상할 필요 있어”

‘창립 제76주년’ 기념사
성장·물가·금융안정 모두 한방향 지시
거시건전성 정책공조 등 구조적 과제도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중앙은행, 그리고 화폐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2026년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현송 총재는 12일 오전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창립 제76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성장, 물가, 금융안정 상황은 통화정책 측면에서 비교적 명확하게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총재는 지난달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여러차례 긴축적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해왔다.

신 총재는 최근 한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 “중동상황과 관련한 높은 불확실성에도 글로벌 AI(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성장세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 잠정치는 전기 대비 1.8%를 기록했다. 반도체 가격 상승에 교역조건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명목성장률도 10.5%를 기록했다. 실질 구매력 지표인 GDI(국내총소득)와 GNI(국민총소득)도 두 자릿수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다.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그는 “반도체 경기의 호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명목 GDP 증가에 따른 세수 확충, 소득 개선 및 투자 확대 등으로 내수도 회복되면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성장의 IT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커서 부문 간 격차가 여전한 점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신 총재는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5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올라섰고, 그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근원물가 오름세도 일부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 등으로 2%대 중반으로 높아졌다”며 “특히 체감물가와 관련이 깊은 생활물가는 소비자물가를 웃도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가계의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물가안정대책이 상방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공급충격의 파급영향이 확대되고 수요측 물가압력도 커지면서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에너지 공급망의 정상화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높아진 가계의 기대인플레이션과 기업의 가격 인상 가능성이 추가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우려도 잠재해 있다”고 말했다.

금융안정과 외환시장 리스크도 이어지고 있다. 신 총재는 “수도권 주택시장에서는 매매 및 전월세 가격의 높은 오름세가 이어지고 추가 상승 기대도 다시 높아졌다”며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과정에서 레버리지(차입)를 활용한 이른바 ‘빚투(빚 내서 투자하기)’도 크게 늘었다“고 짚었다.

이어 “외환시장에서는 주가 상승과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주식자금이 유출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의 높은 수준에서 변동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경상수지의 큰 폭 흑자가 기업의 납세와 국내 투자 확대를 통해 원화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향후 원/달러 환율도 점차 안정화될 것“이라면서도 ”중동사태의 전개 등에 영향을 받아 환율의 높은 변동성이 지속될 경우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물가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총재는 ▷거시건전성 정책 공조 ▷원화 국제화 ▷성장잠재력 제고 등 구조적 과제들도 제시했다.

그는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의 잠재적인 리스크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정부와의 거시건전성정책 공조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수도권 집중 완화와 생산적 부문으로의 자금 이동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화 국제화를 통해 우리 외환시장의 심도를 높이고 기초체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음 달 예정된 외환시장 24시간 개장과 이후 계획 중인 역외 원화결제시스템 구축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역외 선물환(NDF) 거래 수요를 역내로 흡수하는 방향으로 유관기관과 협력하여 정책을 펴겠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 경제 상황의 상당 부분은 외부 여건이 우호적으로 바뀐 데 따른 결과”라며 “이런 때일수록 당장의 성과에 만족하기보다 차분히 현실을 진단하면서 다가올 미래의 변화에 대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확충된 재정 여력과 기업 재무 여건을 바탕으로 미래의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한 투자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세대·계층 간 양극화를 완화하는 노력도 지속해 나가야 한다“며 ”인구구조 변화 등 누적된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도 계속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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