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주문해도 5개월 기다려” MLCC 공급부족

‘전자산업의 쌀’ MLCC, AI發 수요급증
서버용 제품은 3분기 쇼티지 직면 전망
“주문 후 받아보기까지 최대 20주 걸려”
‘빅2’ 삼성전기·무라타 가격 인상 예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24년 10월 필리핀 칼람바에 위치한 삼성전기 생산법인을 방문해 사업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기와 일본 무라타가 양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서버용 전자부품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가 올 3분기 말부터 본격적인 쇼티지(공급부족)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엔비디아에 맞서 자체 인공지능(AI) 가속기를 개발 중인 빅테크 기업들이 하반기에 생산을 늘리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고성능 반도체 기판(FC BGA)에 이어 MLCC 수급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란 관측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빅테크 기업들의 자체 주문형반도체(ASIC) 성능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고성능·고용량 MLCC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만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종의 ‘댐’ 역할을 한다. 최근 스마트폰, PC를 넘어 AI 서버용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선 가운데 이를 구성하는 AI 서버에 최적화된 자체 개발 ASIC 탑재를 늘리면서 MLCC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고용량 MLCC 라인업에 속하는 ‘X6S’ 일부 제품은 고객사가 주문 후 최종 전달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8주(약 2개월)에서 최대 20주(약 5개월)로 늘어났다.

MLCC는 노이즈(신호간섭)를 제거해 정제된 전원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컴퓨팅 파워가 커질수록 더 많이 쓰인다.

AI 서버의 경우 전력 소비량이 일반 서버의 5~10배 이상에 달해 MLCC 탑재량도 그만큼 늘어난다. 일반 서버는 2200개의 MLCC가 탑재되지만 AI 서버는 이보다 13배 많은 2만8000개가 들어간다.

게다가 AI 서버가 막대한 열을 내뿜다보니 고온에 버틸 수 있는 MLCC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다.

용량도 더 많이 필요로 한다. 일반 서버의 경우 1대당 요구하는 MLCC 용량이 2만2000μF(마이크로패럿)인 반면 AI 서버는 60만μF에 달해 27배 더 많다.

트렌드포스는 올 하반기 ▷구글 8세대 텐서처리장치(TPU) ▷아마존 4세대 트레이니움(Trainium) ▷메타 MTIA 400·450의 등장을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이들 빅테크 기업의 ASIC 생산 확대로 MLCC 수요가 기존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다.

AI 서버용 수요가 이처럼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공급업체는 삼성전기와 무라타 정도로 압축된다.

후발주자인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MLCC 시장에서 약 40%를 점유하며 무라타와 선두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기업의 생산량만으로는 현재 늘어나는 주문을 감당할 수 없어 하반기 MLCC 시장이 공급부족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내다봤다.

고사양 MLCC은 제조 난도가 높은 만큼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 비율) 확보가 관건이어서 단기간 내 생산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기의 경우 MLCC를 생산하는 컴포넌트사업부의 1분기 가동률은 95%를 기록했다. 수요 증가에 대응해 필리핀 공장 증설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양산은 2027년 이후로 예상된다.

무라타 역시 시마네현 이즈모 신공장이 2027년에나 본격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돼 당장 수급난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업계는 MLCC 주문부터 공급까지 걸리는 납기가 길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삼성전기와 무라타가 하반기 MLCC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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