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도 없어서 못 팔아” SK하이닉스, 10년 만의 증설 결단…2029년부터 생산 [충청권 국민보고회]

청주에 80조원 투자…낸드 팹 M17 구축
2016년 12월 M15 투자 이후 첫 낸드 증설
‘재고폭탄’ 낸드, AI 덕에 신분 급상승
엔비디아도 가세, 빅테크발 수요 급증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가 2일 충남 아산시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SK하이닉스의 이번 충청권 투자는 기존 생산거점인 청주 사업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총 100조원을 투자해 낸드플래시 생산시설을 추가로 구축하고, 반도체 후공정을 담당하는 첨단 패키징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낸드플래시 증설 투자는 2016년 이후 약 10년 만의 결단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D램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 축을 차지하고 있는 낸드는 그동안 넘쳐나는 재고 물량 탓에 메모리 업계는 증설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AI) 추론 시대를 맞아 낸드 수요가 급증하면서 D램처럼 ‘쇼티지(공급부족)’ 조짐을 보이고 있어 추가 팹(fab·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2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열린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AI 서비스 본격화되면서 HBM, 서버용 D램과 함께 기업용 SSD, 낸드 수요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에이전틱 AI에 이어 피지컬 AI가 도입되면서 낸드가 적용되는 분야와 수요는 앞으로 더 확산될 것”이라며 “낸드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어서 D램뿐만 아니라 낸드 증설도 필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지난달 15~1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HPE 디스커버(HPED) 2026)’에서 전시한 eSSD 제품. [SK하이닉스 제공]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청주에 80조원을 투자해 신규 낸드 생산시설 M17을 건설하기로 했다. 내년에 착공해 2029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낸드 팹에 대한 투자를 발표한 것은 지난 2016년 12월 M15가 마지막이었다. M15는 2017년 4월 본공사에 들어가 2019년 초부터 본격 가동 중이다.

10년 만에 낸드 추가 투자를 결심하게 된 배경으로는 AI가 촉발한 시장 트렌드의 급변이 지목된다. 그동안 낸드는 공급과잉에 따른 악성 재고물량으로 메모리 업체들의 발목을 잡아왔다.

그러나 AI 시장이 열리면서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면서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고용량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드 드라이브(eSSD)의 수요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AI 연산에 필요한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하려면 고용량 낸드가 필수인데 갈수록 데이터가 폭증하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메모리 확보전이 D램을 넘어 낸드로까지 번졌다. 그동안 메모리 업계가 낸드 감산 기조를 유지한 것도 공급 부족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

SK하이닉스가 지난 4월 충북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에서 에 총 19조원을 들여 구축하는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팹(fab) P&T7의 착공식을 가졌다. [SK하이닉스 제공]


여기에 엔비디아도 올해 새로운 수요 기업으로 가세했다. 엔비디아가 갈수록 넘쳐나는 ‘키밸류(KV) 캐시’를 이제 HBM이 아닌 대용량 SSD에 저장하겠다고 밝히면서 공급난을 촉발했다.

KV캐시는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가 사용자와 대화하면서 얻은 정보를 따로 보관하는 장치다. 과거 대화 과정에서 계산한 값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에도 대화 맥락을 빠르게 이어가며 추론 속도를 높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반도체 업계는 엔비디아가 사용하게 될 SSD가 2026년 3500만TB(테라바이트), 2027년 1억2000만TB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엔비디아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6년 4%, 2027년 9%로 가파른 성장이 예상돼 메모리 업계의 발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SK하이닉스가 이번 신규 낸드 생산시설 입지로 재차 청주를 택한 것도 속도감 있는 건설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이미 청주에 다수의 팹(M11·M12·M15·M15X)들을 두고 있어 부지·전력·용수 인프라 구축에 소요되는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 청주 팹들과 연결해 생산 효율성 제고도 기대하고 있다.

M17은 기존 M11, M12, M15, M15X와 올 4월 착공한 첨단 패키징 팹(P&T7)에 이어 청주에 건설하는 SK하이닉스의 여섯 번째 생산시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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