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고점” 조기인하 기대엔 찬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정점 또는 정점 부근에 도달했으며 올해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금리 인하 시점이나 조건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시장에서 고조되고 있는 금리인하 기대감이 약화됐다.

3일(현지시간) 연준이 공개한 12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올해 기준 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전망에 대부분 동의했다. 의사록은 “거의 모든 참가자들은 제출된 전망에서 인플레이션 개선을 반영해 2024년 말까지 연방기금 금리의 목표 범위를 낮추는 것이 적절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다만 위원들은 올해 구체적인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연준의 물가 목표를 상회하고 있는데다,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의사록은 “참석 위원들은 자신들의 이 같은 전망이 이례적으로 높아진 불확실성과 연관돼 있다면서 향후 경제 상황이 추가 금리 인상을 적절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대부분의 위원들은 통화정책이 당분간 제한적 수준으로 유지돼야할 필요성을 언급하며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의사록은 “인플레가 분명히 지속가능하게 하락할때까지 정책이 한동안 제한적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연준은 올해 금리 인하를 가시권에 두면서도, 금리가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날 발표된 의사록 내용은 12월 FOMC 회의 직후 ‘금리 인하 논의’를 공식화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회견 내용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렛 멜슨 나티시스투자관리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심각하게 충격인 것은 없었다”면서 “금리 인하 메시지 대부분은 이미 지난 몇주간 나온 것”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연준위원들이 금리 인하 시기와 관련해서는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 드러나면서, 지난 연말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조기 금리 인하론’도 다소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시장은 연준이 오는 3월부터 기준금리에 대한 인하를 시작해 연내 6번, 총 1.25%포인트 수준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 12월 FOMC 회의 후 공개한 점도표에서 올해 금리를 0.25%포인트씩 3차례 인하할 수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폴 애쉬워스 캐피탈이코노믹스 북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올해 3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점을 지금 당장 설득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덕분에 지난달에만 약 2% 하락세를 보인 달러도 다시 힘을 받는 모양새다.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누그러지고, 향후 기준금리 향배에 대한 시장의 고민이 깊어지면서다.

이날 달러화를 다른 6개 주요 통화와 비교하는 달러지수는 0.2% 상승한 102.45로 마감했다. 2주만에 최고치다. 엔달러 환율은 143.31로 마감하며 10월 말 이후 가장 가파르게 상승(0.9%)했고, 유로화의 경우 이날 달러대비 0.2% 하락했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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