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투자처는 ESG 예외?…무기·담배 등 ‘죄악주’에 6조원 투자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국민연금공단이 대량살상무기·석탄·담배·부패 관련 기업 등 이른바 ‘죄악주’에 6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됏다.

이들 기업은 노르웨이, 스웨덴, 네덜란드 등 주요 해외 연기금에서는 투자 배제 대상에 포함돼 있어 국민연금공단도 사회적 책임 투자를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공단은 환경오염 분야 기업에 3조557억원, 석탄 분야 기업에 1조1513억원, 담배 분야 기업에 8126억원, 대량살상무기 분야 기업에 5937억원을 투자했다.

특히 대인지뢰, 집속탄 등 대량살상무기 분야는 2021년 2981억원에 비해 투자액이 약 두 배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공단이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기업은 포스코홀딩스로, 총 2조3007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한국전력에 1조1513억원, KT&G에 8118억원을 투자했고, 집속탄 생산 업체인 LIG넥스원에도 4222억원을 투자했다.

주요 해외 연기금의 투자 배제 기준을 보면,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NBIM)은 담배, 석탄, 무기 생산 기업 등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고 있다. 네덜란드 공적연금(ABP)도 집속탄, 대인지뢰 등의 무기 생산 기업과 담배생산 기업 등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고 있고, 화석연료 생산업체에 대한 투자도 중단한 후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사업에 재투자할 예정이다.

반면 국민연금공단은 2019년 11월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민연금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의결하고 2021년 5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석탄채굴·발전 산업에 대한 투자제한 전략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현재까지 ‘시행 방안 마련 중’이다.

국민연금공단은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SPC삼립에 대한 투자도 이어오고 있다.

2020년 이후 국민연금공단은 SPC삼립에 200억원 대 규모의 투자를 유지해 왔고, 2023년 기준 그 평가액은 260억원에 이른다. 이 기간동안 SPC에서는 총 572건의 산업재해가 있었던 만큼 ‘국민연금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진숙 의원은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국민연금이 투자배제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공공성 확보 또한 중요한 가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민연금공단은 석탄 및 대량살상무기, 담배 등에 대한 투자 제한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뿐 아니라 산업재해 등을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공단 투자 현황[국민연금공단 자료. 전진숙 의원실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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