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청구서, 준비명령 모두 무응답
대통령실 ‘수취인 부재’ 관저는 ‘경호처 수령 거부’
준비기일, 변론기일 줄줄이 밀릴 우려
지난 16일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조수사본부 관계자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출석요구서 전달을 실패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청구서를 포함한 헌법재판소 발송 문서를 전혀 받지 않으면서 후속 절차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헌재 문서를 확인하지 않을 경우 신문 등에 게시하는 ‘공시송달’을 거쳐야 한다. 공시 송달은 효력이 발생하기까지 2주일이 필요해 재판 지연이 불가피하다.
19일 헌재에 따르면 헌재가 지난 16일 윤 대통령에게 발송한 탄핵 심판 청구서와 17일 보낸 준비명령 모두 송달이 완료되지 않았다. 송달이란 법원 등 국가기관이 공적인 문서를 당사자가 알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법적 효력 발생 시점과 관계되어 있기 때문에 당사자가 실제 인지할 수 있는 방식이었는지가 중요하다.
헌재는 탄핵 심판 청구서를 ▷전자 ▷우편 ▷헌재 행정관 전달(인편) 3가지 방식으로 보냈다. 우체국을 통해 대통령실로 보낸 청구서는 ‘수취인 부재’, 대통령 관저로 보낸 청구서는 ‘기타(경호처 수취 거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헌재 행정관이 직접 전달한 청구서도 접수증을 받지 못했다. 전자 송달의 경우 헌재가 대통령실로 보냈지만 윤 대통령이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탄핵 심판 당사자는 대통령실이 아닌 윤 대통령 개인이기 때문에 대통령실이 전달했다는 확인이 추가로 필요하다.
헌재는 송달 완료 시점에 대해 헌법재판관들이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송달이 완료되려면 당사자나 가족 등 주변인에게 전달돼야 한다. 문서를 당사자에게 전달해 줄 만한 친분이나 지위가 있는지에 따라서도 효력 유무가 갈린다.
송달 장소에 문서를 두고 오는 ‘유치송달’, 기관이 우체국으로 보낸 사실을 송달로 간주하는 ‘발송송달’ 등이 있지만 향후 윤 대통령 측이 절차적 문제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유치송달, 발송송달은 요건이 엄격해 절차를 문제 삼아 처분 효력이 아예 상실되는 경우도 있다”며 “몇차례 송달을 시도하고 ‘공시송달’로 가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했다.
강성민 서울지방변호사회 감사(변호사)는 “유치송달이 가능해지려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했다는 게 인정돼야 한다. 현재 대통령실 경호처가 검찰 출석 요구서를 ‘경호처 업무가 아니다’라 하고 있다”며 “(헌재도) 유치송달을 했다가 적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경호처 측이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문서를 ‘업무 범위가 아니다’라며 거절하고 있다면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유치송달은 명시적으로 당사자나 가족이 거부할 때 불이익을 주는 처분이기 때문에 직장 관계자의 거부를 이유로 유치송달 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나와 거부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발송송달은 유치송달도 불가능할 때 쓰는 방법이어서 더욱 엄격하다.
강 변호사는 “결국 공시송달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 경우 변론기일, 변론준비기일 등 절차가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공시송달은 법원 게시판, 신문 등에 공시하는 것을 말한다. 최후적 수단이기 때문에 공시 후 2주가 지나야 효력이 발생한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27일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해도 ‘송달’을 이유로 윤 대통령 측이 불출석하거나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며 기일이 공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헌재는 이날 열리는 헌법재판관 평의에서 탄핵 심판에 대해 논의한다. 통상 평의는 진행 중인 사건의 결론을 내리기 위해 의논 및 표결하는 자리다.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탄핵 심판 청구서 송달 처리, 향후 재판 일정 등에 대해 토론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