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51대49면 대선 진다” 쓴소리도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라는 초유의 상황을 마주한 여당 내부에선 윤석열 대통령 체포에 대한 충격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 체포 이튿날인 16일 일제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을 비판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집중 포화를 날렸다. 윤 대통령을 엄호하면서 수사기관과 이 대표에 대한 공세에 나선 것인데, 자칫 민심과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우려가 당내에서도 나온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대위회의에서 “2025년 1월 15일은 대한민국 법치주의 붕괴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어제 우리 국민은 무도한 정치권력이 사법 체계를 짓밟고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무너트리는 모습을 생생하게 목도했다”고 말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어제 공수처와 경찰은 스스로 거야 민주당의 부역자가 돼 법치붕괴 선봉에 섰다. 공수처는 애당초 내란죄 수사권도 없다”며 “체포영장도 영장 집행과정도 편법과 불법으로 얼룩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그동안 공수처가 저지른 모든 불법 행위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또한 수사 상황 유출을 비롯한 불법 행위들이 앞으로 발생될 경우 이에 대해서도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임을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일동은 전날 오후 오동운 공수처장과 우종수 국수본부장을 직권남용 및 불법체포감금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나아가 여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공세 수위도 높였다.
권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대통령에 대한 사법절차는 KTX급 진행인데, 사법열차 완행열차에 앉은 사람이 바로 이 대표”라며 “대선 과정에서 허위사실공표 사건이 2022년 9월에야 기소됐는데 기소 2년 2개월만에 1심 판결이 나왔다. 공직선거법상 2심 판결이 3개월 이내에 나와야 하는데 이미 두 달이 지났고 1월 23일에야 첫 공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 앞에만 가면 늦어지는 법원 재판 진행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국민들이 묻는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사법부 시계가 사람에 따라 다른 속도감인데 누가 신뢰하나. 무엇보다 이 대표가 성실히 재판 받아야 한다”며 “남의 재판을 빨리 재촉하면서 자기 재판은 기어가는 사람이 무슨 염치로 법 앞에서 평등을 입에 담나”라고 반문했다.
국민의힘이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 상황에도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하지 못하는 배경을 두고, 정치권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조기 대선 참패를 경험한 보수 유권자들의 결집을 꼽는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이번에는 굽히면 안 된다’는 주요 지지층의 태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보를 두고선 당내에서도 중도 확장성을 포기한 것이고, ‘내란 옹호 정당’ 낙인이 찍히면 대선 패배는 물론 당 존속의 어려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어차피 대선에서 51 대 49로 질 것 같으면 지금 지지율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며 “빨리 이런 영역(계엄·탄핵 정국)을 털고 가야만 우리 당에 그나마 정권 재창출의 희망이 있다”고 꼬집었다. 김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