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살인’ 스토커 귀신 같이 여자를 찾아냈다…‘위치추적 장치’ 이렇게 쉽게 구하다니 [세상&]

남양주 살인범이 쓴 ‘위치추적기’
온라인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어
별도 등록없이 익명 보장되는 상품도
“구매 시 철저한 관리 뒤따라야”


스토킹 경호를 받는 한 의뢰인의 차량에 전 남자 친구가 몰래 부착한 위치추적기. [BK시큐리티서비스 제공]]


[헤럴드경제=이영기·전새날 기자] 스토킹 살인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나오는 ‘위치추적기’. 최근 경기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숨진 피해자의 차량에서는 가해 남성이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추적 장치가 두 차례나 발견됐다.

누군가를 스토킹할 목적으로 위치추적기를 악용하는 사례가 끊이질 않는다. 누군가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갈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손쉽게 구매


18일 쿠팡·네이버 등 온라인 오픈마켓에서는 다수의 위치추적 장비가 판매되고 있다.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쉽게 판매 목록에 접근할 수 있다. 위치추적기 1대당 가격은 만원대부터 50~60만원대까지 천차만별.

이중 고성능을 앞세워 홍보하는 한 제품은 ‘발각 위험이 적다’는 문구도 내세운다. 판매 글에는 ▷‘정보노출 걱정 0%’ ▷‘개인정보 완벽 보안 무기록 익명 시스템’ 등을 문구로 구매를 유혹한다.

해당 기기는 약 10초마다 위치를 갱신해 주는 실시간 위치추적 기능도 탑재돼 있다. 스토킹 범죄에 악용된다면 스토킹범이 표적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네이버에서 판매 중인 위치추적기 판매 페이지. [네이버 캡처]


실제로 이 제품에는 ‘불륜 현장 포착에 사용했다’ 같은 후기도 올라와 있다. 또 다른 판매 글에는 타인에 대한 동의 없는 사용을 전제한 문구가 상품 설명에 함께 적혀 있었다. 매일 늦어지는 퇴근, 안 가던 잦은 출장, 남성 외도 통계 등을 대놓고 적어놨다.

위치 추적 장치가 이처럼 허들 없이 판매되고 있지만 법적으론 타인의 동의 없이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은 ‘개인위치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해당 정보를 수집·이용·제공하는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실제로 위치추적기로 비롯된 범죄들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지난해 8월 50대 A씨가 인천 강화군 한 카페에 있던 50대 남편을 찾아가 흉기로 찌르고, 성기를 절단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A씨는 위치추적기를 동원해 남편의 위치를 파악한 뒤 찾아가 범행했다.

스토킹 연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1월 재판부는 A씨에 대해 특수중상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위치추적기까지 활용해 피해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무단 침입해 잔혹하게 살해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2018년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선 한 남성이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서 전 부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하는 일이 있었다. 이 남성은 범행을 위해 피해자의 자동차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주거지를 알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범행 전 8차례에 걸쳐 현장을 답사하고 사건 당일 가발을 쓰고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등 치밀한 행각을 보였다. 이 남성은 현재 징역 30년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구매 목적 관리 필요성도 제기


전문가들은 위치추적 장비까지 사용되는 스토킹은 진행 정도가 매우 심각한 단계라고 설명하며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범죄 전문 이은의 변호사는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할 정도면 통상 이미 웬만한 스토킹들은 다 한 상태일 때가 많다”며 “피해자에 대한 일회성 접근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감시와 개인정보 취득, 프라이버시 침해의 성격을 가져 가벼운 범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쿠팡에서 판매 중인 위치추적기 판매 페이지. [쿠팡 캡처]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위치추적 장치를 쓴다는 것 자체가 이미 사전에 동선을 파악하고 행동을 준비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계획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계획범죄의 전조인 만큼 철저한 관리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변호사는 “차량 도난 방지용이나 아이들, 치매 노인, 장애인 위치 파악 등 위치추적 장치 자체의 순기능이 있으니 제작, 구매, 판매를 위법의 영역으로 다루긴 어렵다”면서도 “악용 우려가 높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판매 시 구매자, 목적 등은 관리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윤호 교수는 위치추적기의 무분별한 판매에 대해 “위치추적기나 초소형 카메라처럼 일반인이 일상에서 쓸 필요가 없는 장비는 구매 단계부터 등록·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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