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배심 소환장도 기각…“금리 압박용 수사”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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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AFP] |
[헤럴드경제 = 정목희 기자] 미국 연방검찰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위법 행위를 입증할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기해온 범죄 의혹의 설득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흔드는 일이란 비판을 받았던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는 기소까지 가기는 어려울 전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지난 3일 열린 비공개 법원 심리에서 워싱턴DC 연방검찰청 형사부 책임자인 마수코-라타이프 검사가 “현재로서는 (파월 의장의) 사기나 범죄 행위를 입증할 구체적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심리는 이후 기록이 공개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이번 발언은 연준 본부 리모델링 비용(약 25억달러·3조7000억원)을 둘러싸고 횡령, 내지는 사기라며 비판해온 트럼프 대통령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미 법무부는 해당 공사 비용이 애초 예산보다 12억달러(약 1조7000억원) 가량 초과된 점을 문제 삼아 형사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파월 의장이 의회 청문회에서 허위 진술을 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현재까지 비용이 초과됐다는 사실 외에 이와 관련한 위법성을 뒷받침할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마수코-라타이프 검사는 심리에서 “예산이 크게 초과됐고 의문이 제기될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이 의회 청문회에서 허위 진술을 했는지도 불확실하다. 검찰은 파월 의장의 발언 가운데 어떤 부분이 사실과 다른지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검사도 “어떤 진술이 허위인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수사의 핵심 수단이던 대배심 소환장 2건도 이달 연방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제임스 보아스버그 연방지방법원장은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금리 인하나 (파월 의장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해 활용한 불법적 시도”라고 판단했다.
보아스버그 판사는 검찰이 “사실상 범죄를 입증할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고, 비공개로 증거를 제출할 기회조차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파월이 증언한 의회 위원회에서도 다수 의원들이 범죄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워싱턴DC 연방검찰청은 이에 대해 “대배심 수사는 범죄 혐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절차”라며 “의회 증언의 불일치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비용 초과 문제를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앞서 연준이 의회에 제출한 관련 자료 약 600건을 검토했고, 4년 전 연준 감사관 조사에서도 형사 문제는 제기되지 않았다. 현재는 파월 의장 요청으로 추가 감사가 진행 중이다.
연준은 대형 공공 건설 사업에서 비용 초과는 이례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국토안보부 청사와 의회 방문자센터, 로널드 레이건 빌딩 등 주요 연방 프로젝트도 애초 예산을 크게 웃돌았다고 지적했다. 연준 변호인단은 “7년에 걸친 공사 과정에서 건축비와 인건비 상승, 석면 문제 등 다양한 요인이 비용 증가로 이어졌다”며 “이 같은 초과는 통상적이며 범죄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검찰이 파월 의장의 위법 행위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시인하면서, 그에 대한 기소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전 이사는 미 상원 인준을 통과해야 하지만 아직 청문회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후임이 확정될 때까지 직무를 계속 수행하겠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