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57%가 ‘보험금 분쟁’…금감원, 60쪽 넘어가는 보험약관 손본다

보험약관·상품설명서 개선 TF 출범…7월까지 대책 마련
인포그래픽·AI챗봇 도입…공모펀드 핵심위험 표준안 추진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융소비자 중심의 거버넌스 확립을 위한 금융소비자보호자문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금융감독원이 60쪽을 넘나드는 보험약관과 상품설명서를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전면 개편한다. 어려운 용어와 과도한 정보량이 분쟁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면서다.

금감원은 지난 23일 이찬진 금감원장 주재로 제2차 금융소비자보호자문위원회를 열고 보험상품 약관·상품설명서 개선 태스크포스(TF) 운영 방안 등 7개 안건을 논의했다고 26일 밝혔다. 자문위는 원장 직속의 소비자보호 관련 최상위 자문기구로 지난달 6일 출범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그간 상품특성 아이콘 도입(2017년), 시각화된 약관요약서 마련(2020년) 등 보험약관 관련 제도 개선이 이어졌지만, 정보전달 효과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관·상품설명서가 60쪽을 넘는 과도한 분량인 데다, 의학·법률 등 전문용어를 사용한 텍스트 위주로 기술돼 있으면서 중복되고 불필요한 내용으로 편제가 산만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2015년 보험상품 자율화 이후 대부분의 상품(99%)이 자율로 판매되면서 복잡한 상품구조와 어려운 약관이 분쟁을 지속 유발해 왔다. 지난해 금감원에 접수된 보험 민원 5만3450건 중 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이 3만674건으로 57.4%를 차지했다.

이에 금감원은 소비자·시민단체와 의료·법조·연구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과 보험업계 실무직원으로 구성된 실무반을 꾸려 12주간(4월 14일~7월 21일) TF를 운영하기로 했다. TF는 ▷상품설명서 내용 재구성 ▷상품설명서 내실화 ▷시각화·디지털화 ▷보험약관 용어 순화 등 4개 과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한다.

상품설명서는 안내항목을 ‘상품 관련 안내’와 ‘제도 관련 안내’로 구분·배치해 소비자가 상품 특성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개편한다. 약관요약서·청약서·계약관리안내장 등 타 서류와 중복되는 항목은 정리해 일원화하고, 가입 시 안내 실효성이 낮은 상속인조회·대리청구제도·중도인출 제도 등은 다른 서류로 옮긴다.

또 상품설명서와 약관의 중요내용을 그림·아이콘 등 인포그래픽 기법으로 시각화하고, 인공지능(AI)챗봇과 동영상을 보조수단으로 도입한다. 표준·개별약관에서 분쟁이 빈발하는 용어는 쉬운 표현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공모펀드 투자위험 안내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해외 부동산펀드 전액손실 사태를 계기로 금감원이 일반 금융소비자 1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응답자의 91.6%가 투자설명서 분량이 많다고 답했고 49.6%는 위험 설명이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간이투자설명서 첫 페이지에 원본손실 위험 등 최대 4개의 핵심위험과 동종 상품의 과거 최대 손실률을 기재하는 ‘펀드 핵심위험 표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밖에 ▷은행권 최저생계비 상계 관행 개선 ▷사전예방적 디지털 리스크 감독방안 ▷결제대행업체(PG사) 가상계좌 재판매 업무처리기준 ▷보이스피싱 대응역량 평가체계 개선 ▷불공정 금융관행 개선 등도 안건으로 올랐다.

금감원은 “자문위 의견을 금융감독·검사 업무와 제도개선 추진 과정에 적극 반영하겠다”며 “소비자 신뢰를 저해하는 구조적·관행적 요인을 지속 발굴해 사전예방적 소비자보호 체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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