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야는 평생 투자할 만한 직업”


▲ “LA 한인 사회 부동산 시장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라는 한군석씨는 “98년부터 10여년간 성장해온 부동산 시장은 지금 또 한차례 변곡점을 그리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왼쪽은 대담을 맡은 헤럴드경제 임문일 부사장.                                                                              김윤수 기자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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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임문일과 차 한잔 <1> – 벤처커머셜부동산 한군석 시니어 어드바이저

헤럴드경제의 인기 부동산섹션 ‘헤럴드부동산’에서는 남가주 지역을 비롯, 미주 한인사회에서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꿰뚫고 있는 베테랑 브로커와 에이전트들을 통해 이민사회 부동산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어보고 미래의 방향을 찾고자 새로운 주간 수요기획물 ‘임문일과 차 한잔’이라는 대담코너를 시작합니다. 헤럴드경제 임문일 부사장은 오랜 방송경력과 언론계 생활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원로들과 두터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데다 부동산업계와도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활동을 해온 터여서 부동산 업계의 1세대들과 흉금을 터놓고 폭넓게 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인터뷰어입니다. 한인사회 부동산 시장의 트렌드와 변화를 읽어내 앞날의 비전을 구성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임문일 = 한인타운 부동산업계 1세대들을 초청, 그간의 경험과 시장 변화를 공감하면서 향후 부동산 업계 종사자들과 헤럴드경제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말씀을 듣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30여년간 한 분야에 몸담고 계신 분으로서 감회가 남다르리라 생각됩니다만….

▲한군석 = 1974년에 라이선스를 받아 럭키부동산을 시작했지요. 벌써 33년이 됐군요. 당시에는 한인 부동산에이전트가 손 꼽을 정도였습니다. LA 한인타운에 부동산회사라고 해봐야 소니아 석씨와 조지 최씨의 국제부동산, 존 최씨의 한미부동산, 그리고 럭키부동산, 네 곳에 불과했지요. 당시 활동하던 분들 가운데 타계하신 분도 계시고, 이제 은퇴하신 분들도 있고, 저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이 업계를 떠나지 못한 채 지금까지 왔군요.

지난 30여년간 한인타운 부동산 시장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성장했습니다. 어찌보면 그런 게 바로 부동산시장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70년대 초반에만해도 초창기 이민세대인 만큼 주택보다 생계를 위한 비즈니스 구입이 우선이었고, 3,000~4,000달러 정도에 비즈니스를 구한 후 사업이 다소 안정되면서 주택을 매입했죠. 1만달러 이상 현금을 가진 손님이 아주 귀했고, 주택도 5만달러선이면 훌륭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지요.

△임 =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변곡점이었다고 생각하시는 시기가 언제라고 보시는지요.

▲한 = 지금 올림픽가에 있는 럭키맨션 개발을 1979년에 시작해 81년에 어렵게 마무리지었습니다. 70년대 부동산시장이 활발해지고 한인타운을 떠날 수 없는 한인들이 늘면서 편리한 고급 주거지 수요가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고급 콘도 개념과 비슷한 그 맨션 개발은 제 부동산 경력에서 기억에 남을 만큼 힘든 시기였지요. 부동산 시장이 불 붙으면서 당시 모기지 이자율이 17~21.5%까지 올랐습니다. 집이 아무리 좋아도 그런 이자율로는 도저히 분양이 불가능했지요. 결국 2차 맨션 개발을 위해 부지까지 마련해 놓은 상태에서 개발을 포기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에는 사람의 힘으로는 컨트롤이 안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70년대 급상승하던 부동산 경기가 80년대 초반에 급강하했지만 그때의 그래프는 V자형을 띠었지요. 급격히 떨어지다가 다시 급격히 상승했고, 그 침체 기간이 길지 않아 힘든 시기를 버티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았던 겁니다. 하지만 90년대 초반의 지진과 폭동으로 꺾인 경기하락으로 시장의 그래프는  L자형을 띠었어요. 급강하한 시장상황이 침체 일로로 장기간 지속됐던 겁니다. 그때 그동안 벌어놓은 돈으로 무리하게 투자했던 사람들은 오랜 침체기를 견디지 못하고 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경기회복의 혜택을 누릴 수 없었습니다.

당시 조금이라도 투자여력을 남겨 놓았던 한인들은 시장 회복기에 크게 성공할 수 있었지요. 90년대 후반부터 경기회복과 저금리 등에 힘입어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지금 한인타운 경제규모도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돌이켜보면, 부동산 시장은 98년 무렵부터 10년 가량 상승세가 이어지다가 지금 다시 변곡점을 맞은 셈입니다.

△임 = 그렇다면 지금은 그래프가 어떤 모양을 그리는 시기라고 보십니까. 
▲한 = 부동산 시장 전반을 포괄적으로 말하기 힘든 면이 많습니다. 우선 한인타운 특성상 미국주류 시장의 영향이 6개월~1년 가량 늦게 파급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아직 주류시장에서 말하는 어려움을 한인타운에서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지요. 그리고 또 한가지 70년대와 비교해 지금의 부동산 시장 여건은 무척 양호합니다.

부동산 가격은 많이 올랐지만 금리가 7%선에도 못미쳤다는 건 그간 제 경험상으로 가장 금리가 낮은 시기에 해당합니다. 다만 주택가격이 현실적으로 가수요자를 끌어들이기에 너무 높다는 것 말고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는 아직 문제가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이 버티고 있는 가장 큰 힘이 낮은 이자율 덕분이라고 봐야겠지요.

△임 =
현실적으로 주택 시장과 상업용 시장이 그렇게 다른 시장 상황을 연출할 수 있는 건가요?
▲한 = 주택은 매입자의 인컴 수준에 따라 거래 여부가 가늠되지만, 상업용 부동산은 테넌트라는 보호막이 있기 때문이지요. 테넌트들로부터 나오는 렌트비가 론페이먼트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면 거래가 되기 때문입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어려워진다는 건 우선 입주해 장사를 하고 있는 테넌트들이 렌트비를 감당 못할 수준으로 경기 상황이 나빠져 임대를 포기할 경우 그리고 금리가 1~2% 이상 올라 월페이먼트가 급격하게 늘어날 때로 볼 수 있습니다. 테넌트들이 비즈니스를 포기하고 금리가 계속 오르게 되면 결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휘청하겠죠. 한인타운이 아직 그 단계는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주택 시장을 한번 보십시다. 시 정부에서 개발업자들에게 권유하고 있는 주택 가수요자의 인컴 수준이 연봉 4만~5만달러 선이라고 볼 때 이들이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론을 얻으려면 인컴의 30% 선에서 페이먼트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면 월 1,500~1,800달러 이하의 페이먼트가 가능한 주택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현재 타운에 분양되고 있는 신축 콘도의 분양가격이 스퀘어피트당 600달러선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들 가수요자가 구입할 수 있는 주택규모는 300 스퀘어피트 이하라는 겁니다. 사실상 주택으로서 기능하기가 불가능한 규모이지요. 현실적으로 주택 가격과 가수요자의 인컴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게 주택 시장의 어려움이 쉽게 풀리지 못하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임 =
오랜 세월 활동하시면서 후배들에게 어려움 극복을 위한 한 수 묘안을 전해주시지요.

▲한 =
부동산 분야는 평생을 투자할 만한 직업입니다. 에이전트로서 수입도 수입이지만 스스로 좋은 투자처를 찾는 안목을 기를 수 있고, 또 거래가 활발하지 않을 때는 기왕에 익힌 지식으로 매니지먼트를 하면서 계속 이 분야에 머무를 수 있지요. 스스로 이 분야가 천직이라고 생각한다면, 경기가 좋을 때는 좋은대로, 또 나쁠 때는 나쁜대로 할 일이 많은 데가 부동산입니다. ‘항상 몸은 마음이 움직인다’는 신념으로 살아왔습니다. 후배들에게도 두려움보다 자신감으로 일을 대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리=나영순 기자 / LA

<한군석씨는 누구?>
1969년 LA에서 첫 미국 생활을 시작해 지금까지 한번도 LA를 떠나 살아본 적이 없는 토박이 한인 1세대이다. 1942년생으로 고려대학교 정치학과 출신.

1974년 부동산 라이선스 취득 후 럭키부동산을 창립했으며, 한인상공회의소 창단 멤버로서 30여년간 올림픽 라이온스 클럽을 이끌어왔다. 럭키부동산은 후배인 브라이언 황 사장에게 넘겨주고 지금은 벤처커머셜 부동산에서 젊은 에이전트들의 버팀목으로 한몫하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몸담은 지 34년째이지만 단 한번도 다른 분야로 직업을 옮길까 기웃거려본 적도 없을 만큼 ‘변심’을 못하는 단점같은 강점을 지니고 있다.

요즘엔 일을 위해, 또 2세대들과의 융화를 위해 젊은 감각 익히기에 시간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한다. 젊게 사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아직까지 은퇴를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부동산 분야가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게 새삼 다행스럽게 느껴진다”라며 “내가 아는 지식과 경험들은 가능한 대로 후배들에게 다 풀어놓고 싶다”라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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