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은행들도 CEO 물갈이

지난 주 자산 기준 미국 내 3위 은행인 씨티그룹의 비크람 판디트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대형은행 9곳 중 단 2곳만 CEO가 자리를 지키고 나머지는 모두 교체가 됐다.

지난 2008년 연방 재무부로부터 구제금융(TARP)자금을 받은 9개의 대형은행들은 총 1250억달러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이중 7곳은 급격한 실적 부진을 이유로 CEO를 교체했고 2곳만 CEO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두 명은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와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다.

‘떠난 CEO’를 살펴보면 존 타인 전 메릴린치 CEO는 지난 2009년 불명예 사퇴했다. 타인은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합병된 뒤 BoA에서 자산운용부문 사장 자리를 맡았다. 하지만 메릴린치가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BoA가 곤경에 빠지자 CEO 자리에서 사임했다. BoA는 메릴린치 인수 여파로 투자자들에게 거액을 배상했고 이는 올해 3분기 실적이 크게 떨어진 이유가 됐다.

리처드 코바세비치 전 웰스 파고 CEO는 지난 2009년 12월에 회사를 떠났고 존 맥 전 모건스탠리 CEO는 2010년 1월 물러났다. 또 로날드 로그 전 스테이트 스트리트 뱅크 CEO는 2010년 3월에 떠났고 로버트 켈리 전 뱅크오브뉴욕(BNY)멜론 CEO는 이사회와의 마찰로 지난해 9월 사임했다.

은행관련 애널리시트인 버트 엘리는 “금융위기 직전까지만 해도 이들 대형은행의 실적은 나쁘지 않았으나 금융위기 발생하면서 이들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어 결국 대부분의 CEO들이 떠났다”고 설명했다.

한편 씨티그룹 판디트 CEO의 사퇴는 제왕적인 CEO가 이제 사라지는 것이며 월가 금융사 권력 무게중심이 CEO에서 이사회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월가 금융사는 제왕적인 CEO가 지배해왔고 특히 씨티그룹은 씨티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샌디 웨일 전 CEO 등 CEO가 왕으로 군림한 대표적인 곳이다. 반면 이사회는 CEO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판디트 CEO 사퇴는 이사회와 일부 경영진의 계획에 따른 추출로 CEO가 은행을 쥐락펴락하는 시대가 마무리되고 이사회 힘이 커지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될 것으로 뉴욕타임스는 최근 진단했다.


성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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