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한 일상 가감없이 전달하려면 참고 기다리며 멤버 중심 스토리 전개를
SBS ‘룸메이트’는 관찰예능이다. 갈수록 삭막해지는 군중속의 고독을 해소하기 위한 공동주거 프로젝트다. 개개인의 사생활은 존중하되 함께 밥을 먹는다는 셰어하우스 트렌드를 따르고 있지만, 사실은 주거문화 소개를 빙자한 ‘셀럽(셀러브리티)‘들의 사생활 캐기에 다름 아니다.
이 자체만으로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이런 관찰예능이 시청자의 공감을 얻으려면 지켜야 될 룰이 있다. 우선 제작진이 참을성을 가지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출연자의 리얼한 일상의 모습들이 시청자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돼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할 수 있게 된다.
‘룸메이트’는 기다리지 못하고 제작진이 ‘인위적인 설정’과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관찰카메라 형식임에도 스튜디오에서 행해지는 토크쇼의 느낌이 난다. 어떻게 보면 대본이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어 자연스러움을 반감시킨다.
처음에는 억지 러브라인을 만들어나가는 양상을 보이다가, 박봄과 박민우가 사귄다는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룸메이트들을 속임으로써 한 회분을 허비했다. ‘룸메이트‘는 ‘우결’이 아니다.
6일 방송된 ‘청춘은 다시 오지 않는다‘편의 요리대결과 이불빨래도 설정이 가미됐다. 이불빨래는광고 같은 그림만들기를 겨냥한 듯하다. 그리고 이어진 특별손님 이덕화의 방문과 토크로 50여분의 방송분량을 내보낸다는 건 ‘룸메이트’의 원래 취지에 벗어난다. ‘룸메이트‘의 주인공은 성북동의 좋은 집에 함께 사는 룸메이트들이다.
당연히 이들이 함께 살면서 나오는 이야기들로 프로그램이 채워져야 한다. 그러다 보면 진성성도 나오고 함께 살게 된 의미도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하지만 게스트 위주로 방송 내용을 대거 구성해버리면 멤버들의 캐릭터가 잘 안들어진다.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리얼을 표방하는 관찰예능은 시청자와 관계를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니 가능한 한 출연자들이 호감인 게 좋다. 요리를 해도 호감이 하는 것과 비호감이 하는 건 차이가 있다.
자칫 “내가 왜 너희들이 모여서 밥 하고 장난치는 걸 봐야돼”라는 느낌이 들게 해서는 안된다. 물론 ‘룸메이트’ 같은 관찰예능에서 노이즈는 중요한 요소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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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찰예능‘ 룸메이트’는 제작진들이 그냥 놔두어야 될 곳엔 작위적인 개입이 이뤄지고 있고, 개입을 해야 할 곳은 그냥 두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시청자와의 좋은 소통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
논란이 생기면 포탈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화제가 된다. 하지만 출연자가 특정한 행동을 하거나 논란의 중심에 설 경우 그 이유와 근거가 무엇인지를 성의있게 보여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초반 조세호를 무시하는듯한 철없는 행동과 나대는 모습으로 악플에 시달렸던 애프터스쿨 나나가 “예능을 하다 보니 성격도 나오고 방송이니 더 오버해서 하는 부분도 있다. 적응이 안 되시는지 안 좋게 보시는 분들이 많더라. 이젠 말 한 마디를 할 때도 조심스럽다”라고 심경을 고백한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다음 주 방문한 조세호의 부모와 나나의 힐링을 연결시키는 분위기를 보여준 것은 자연스럽지 못했다.
조세호 어머니가 조세호가 일이 없어 힘들었던 시절의 이야기를 해주고, “이제 세호에게 의논할 사람이 곁에 있고 외롭지 않아 보여서 좋다”고 말한 것은 룸메이트뿐만 아니라 시청자의 공감도 충분히 이끌어냈다. 하지만 조세호 부모의 방문으로 힘든 나나를 구출해내려는 모습은 프로그램을 작위적으로 보이게 했던 요인이다.
마약류 밀반입 논란을 일으킨 박봄은 오히려 제작진의 개입이 필요했던 상황이다. 논란의 사실성 여부를 떠나 문제가 됐다면 방송을 보면서 불편을 느끼는 시청자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집이나 자막을 통해 박봄의 상황을 설명해주면 된다. 하지만 제작진은 촬영해둔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
‘너희들이 떠들건 말건 우리 식대로 간다’는 방식은 좋은 소통법이 아니다.박봄이 앞으로 계속 출연한다면 그에 대한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면 된다. 그렇지 못하고 하차하게 되더라도 이유는 알려주는 게 시청자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다.
이를 통해 출연자들도 마음놓고 말을 하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 초반 허당끼와 4차원의 매력을 보여주고 여자들에게도 마음껏 접근하던 서강준이 왜 입을 조금씩 닫아가고 있는지를 볼 필요가 있다.
‘룸메이트‘는 그냥 놔두어야 될 곳은 작위적인 개입이 이뤄지고 있고, 개입을 해야할 곳은 그냥 두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시청자와의 좋은 소통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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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