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명품대접 비결은 품질 · 디자인 차별화”

연주자의 길 대신 이펙터 개발
국내외 정상급 기타리스트 애용

제이슨 므라즈, 록밴드 본 조비의 리치 샘보라, 올해 그래미상을 거머쥔 개리 클라크 주니어 등의 공통점은 세계적 기타리스트라는 사실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물론(Moollon)’이라는 브랜드의 이펙터(기타의 전기 신호화한 음을 가공해 원음과는 다른 음으로 변화시키는 장치)를 애용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놀랍게도 이 브랜드의 국적은 대한민국이다.

박영준〈사진〉 물론 대표는 “세계적 연주자가 우리 제품을 애용하는 이유는 품질에 대한 신뢰 때문”이라며 “작은 규모의 업체지만 팝의 중심인 북미시장에서 품질로 인정받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03년 설립된 물론은 대중에겐 생소하지만 국내 프로 연주자 사이에선 숨겨진 명품 대접을 받는 브랜드다. 조용필과 위대한탄생의 최희선,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YB의 허준 등 정상급 기타리스트의 무대 위엔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 대신 물론의 이펙터가 놓여있다. 심지어 리치 샘보라 등 몇몇 세계적 연주자는 먼저 물론의 가치를 알아보고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과거 연주자로 활동하면서 외국 유명 브랜드의 장비가 생각보다 제값을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습니다. 마음에 드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 기타와 이펙터를 개조하다보니, 노력하면 우리도 충분히 좋은 소리를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박 대표는 고심 끝에 연주자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이펙터 개발에 매진했다. 또한 박 대표는 설립 초기인 2005년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악기 박람회인 ‘남쇼(NAMM Show)’에 참가하며 세계 시장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 힘썼다. 또한 박 대표는 디자인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대부분의 이펙터가 다소 투박한 디자인을 가진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속(품질)과 겉(디자인)을 모두 차별화해야 시장에 각인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제가 대학에서 미술(홍대 미대)을 전공한 터라 어설픈 디자인의 제품을 내놓고 싶지 않았습니다.”

물론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여전히 세계 악기시장에서 소외돼 있다. 박 대표는 개개의 업체에 대한 지원보다도 음악적 저변 확대가 국내 악기시장 발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현재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컴퓨터와 가상 악기를 활용한 일렉트로닉 댄스뮤직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연주자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K-팝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겁니다. 악기는 더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한 서포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음악적 저변이 확대돼야 악기시장도 발전합니다. 저는 물론이 서포터로서 조금도 손색없는 악기라고 자부합니다.”

물론은 조만간 최희선 시그너처 모델(연주자의 이름을 새겨넣은 악기)을 출시할 예정이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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