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예금주는 ‘역차별’

‘제로(0)’수준의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대출을 받은 가계와 기업들은 혜택을 받고 있지만 반대로 성실하게 대출금을 상환하고 저축을 하거나 이자소득에 의존하는 은퇴자들은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더구나 저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기업들마저 현금을 쌓아놓고 투자하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자 ‘도대체 왜 금리를 인하했는가’라는 비난마저 제기되고 있다.
 
9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7월 이자를 지급하는 예금계좌의 평균 금리는 연 0.99%로 집계돼 지난 1950년대 이후 약 50년 만에 처음으로 연 1% 밑으로 떨어졌다.
 
50만달러를 12개월짜리 CD(양도성예금증서)에 투자하면 이자 소득은 연 1.5%로, 1년에 7500달러를 벌게 되는 셈이다. 이는 3년 전 2만6250달러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올 상반기 미국 내 모든 은행 지점에 예치된 예금규모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는데 이는 이자 소득에 대한 예금자들의 불만을 나타내주는 것이다.
 
저금리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국채나 회사채에 몰리기도 하지만 수요가 몰리면서 채권 값은 치솟고 이자는 미미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위험 고수익의 정크 본드에도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회사채 수요가 몰리는데다 금융권에서도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기업들은 경기 상황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투자를 주저한 채 현금을 쌓아놓기만 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집계에 따르면 비금융권 기업들의 지난 1분기 유동성 보유 규모는 1조8000억달러로 작년 초 1조5000억달러보다 높아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저금리 정책이 무용지물이 됐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기업과 가계가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투자와 소비를 할 수 있게 만들어 경기의 선순환을 도모하는 것이 금리 인하의 목적이지만, 소비와 투자가 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이 때문에 이자 소득에 의존해 생활하는 은퇴자나 예금자들은 기본적인 생계에 위협을 받을 만큼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욕의 자산관리 자문업체인 오핏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수석 투자상담사인 토드 페첼은 “검소하게 살면서 평생 은퇴 자금을 모아왔지만 이자는 미미한 수준”이라면서 “주위에 은퇴를 생각하는 동료들이 많이 있지만, 그들은 이제 죽는 것조차 두려워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뉴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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