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의 뭔소린지]요즘 자영업자로 산다는 것

닭집을 한다. 주방장 없이 직접 음식을 한다. 홀에도 사람은 한명만 쓰고 점심에는 직접 서빙한다.

사장이라면 깨끗하게 차려입고 손님들 사이를 여유있게 오가며 정감어린 미소를 날려야 정상인데 이건 눈 맞출 시간도 없이 정신줄 놓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니 방송 좀 한다니까 얼굴 좀 보자고 오는 손님들은 적잖이 당황해 한다.그러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어요?’라는 동정어린 위로(?)와 ‘정말 열심히 사시네요’라는 격려다. 사실이다.

난 24시간을 정말 치열하게 산다. 대단한 것도 아닌 소스를 직원들 퇴근 후에 만든다고 툭하면 외박하기 일쑤고 그 좋아하던 골프는 5년째 안치고 있다.무더운 여름에 샤워를 며칠씩 못하고 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왜 이렇게 사냐고? 야망과 꿈이 있어서가 아니고 살아남기 위해서 이렇게 산다.

살면서 이런 적은 없었다. 미국생활 23년동안 끔찍한 불경기라는 걸 세번 정도 겪었지만 이건 거의 재앙수준이다. 통계가 나온 건 없지만 한인들이 지난 수십년이래 이렇게 많이 집을 버리고 이렇게 많이 파산하고, 이렇게 버겁게 빚에 허덕여본 적은 아마 처음일 것이다.

이런 세월에 하필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나처럼 참 지지리도 운이 없다. 마케팅? SNS를 통한 고객 다변화? 소셜 커머스를 통한 고객유치? 메뉴개발? 자영업자치고 이거 안 해본 사람 없을 것이다. 나름 똑똑하니까 회사나 가게의 주인일텐데 마냥 손가락만 빨고 있었을까?

그런데 도대체 씨알도 안먹힌다. 내가 이것 밖에 안되나 싶은 절망적인 허탈감에 밤잠 설치는 게 한두해가 아닐 것이다. 아는 형이 생활고에 허덕이다 자살했을 때 통곡했었다. 죽은 형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살아서 당했을 마음고생이 남의 일 같지 않아서다.

돈을 쌓아놓고 하는 비즈니스가 아니라면 자영업자는 돈이 마르면 죽은 목숨이다. 지금이 그렇다. 갑자기 인구가 증발한 것처럼 손님이 뜸해지고, 일하는 인력 잘라내고, 나가는 지출 최소화하고, 그래도 렌트비는 내고, 인건비는 줘야 하고, 야반도주하지 않는 이상 들어온 물건값은 줘야 한다.
 
그리고 웬놈의 세금은 그렇게 많이 내야 하는 지? 하루에도 몇번씩 이걸 왜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습관처럼 일어나 일을 하고 지쳐 잠든다.

이런 세월에도 크레딧 안 깨진 자영업자가 있다면 참 부럽다. 웬만하면 다 모가지까지 차서 더 이상 돌릴 여력도 없고 그러다보니 은행이나 정부대출은 딴 세상 얘기다. 요즘 사채업자가 판을 치는 것도 다 그런 이유다. 그 친구들한테조차 홀대 당하는 자영업자가 한둘이 아니다. 나 역시 사채를 사채로 돌려막는 막장까지 가봤으니까.

가게 이미지가 부정적이 된다고 이렇게 글쓰지 말라고 가게 식구들이 조언한다. 그렇다고 가게 홍보나 자랑하자고 쓸 순 없지 않은가? 아무튼 이게 현실이다. 이게 현실이 아닌 사람들은 축복이다. 헌금 많이 해야 한다. 열심히 살아서 얻은 정당한 댓가라고는 하지말자. 그럼 열심히 살아도 빚에 허덕이며 버티고 가는 사람들은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내가 운영하는 가게가 그렇게 안되나 싶을 것이다.

손님이 줄을 서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파리 날리진 않는다. 제 때 월급주고, 렌트비내고, 밀린 돈없이 그럭저럭 간다. 하도 힘들어봐서 난 이것도 감지덕지다. 그래서 가게 오는 손님들은 다 은인같고 단골손님들은 가족보다 더 고맙다.

여유없이 일하다 보니 그 마음 보여드릴 기회도 마땅하지 않았지만 조금만 살 만해지면 그분들 모시고 골프대회 한번 하는게 꿈이다. 그 사람들이 나와 내 가게를 찾아주는 발길이 헛수고가 되지 않도록,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사람들의 사랑이 증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다. 궁금하다, 이 세월의 끝이. 죽는건 내일도 죽을 수 있다. 그렇기에 오늘을 필사적으로 산다.

내년에는 나아지겠지, 설마 미국이 이렇게 막 가겠어…? 그런 막연한 기대도 이젠 접은 지 오래다. 몇년을 불경기에 허덕이다 보니 나아지지 않고 이대로 갈 수도 있을 거라는 공포감이 현실로 다가온다. 괴롭지만 받아들여야지 어쩔 건가?


김형준/닭 굽는 마을 사장·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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