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가’는 방송계에 육아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는 추성훈 딸 추사랑의 귀여움을 볼 수 있다. 인생황혼기에 접어든 임현식, 임하룡 등이 손자손녀를 돌보는 SBS 파일럿 프로그램 ‘오! 마이 베이비’도 정규편성됐다.
뭐니 해도 지난해 가장 큰 예능 특징은 MBC ‘일밤’의 부활이다. ‘일밤’은 무려 6년간이나 부진했다. 중간에 ‘나는가수다’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코너가 단명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1월 ‘아빠 어디가’가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직전만 해도 성공을 점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방송 1~2회만에 큰 반응이 나왔다.

부자 혹은 부녀가 처음으로 ‘엄마 없이’ 춘천시 동면 오지마을 품걸리로 떠난 낯선 여행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아빠와 아이는 둘이서 1박2일 동안 함께 부대끼며 조금씩 불편함을 잊어가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숙박지를 정하는 과정에서 집이 낡았다며 갑자기 울음을 터뜨려 김성주를 당황케 한 민국이는 결과적으로 프로그램을 안착하게 했다. 또 면을 가장 맛있게 먹는 먹방계의 대가 윤후, 어른스러워서 기특한 성준, 어디로 튈지 모르는 4차원의 상남자 이준수, 예쁘게 자라고 있는 송지아 등 다섯 아이들은 시청자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아이들이 노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해지고 힐링되는 것 같았다.
요즘 자녀를 그대로 보여줄 수 있고, 부모세대가 자녀를 사랑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아이가 체험하면서 느끼는 즐거움도 담긴다. 물론 아빠의 재발견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섯 아빠들도 서로 친해지고 호흡도 좋아져 시청자 입장에서도 이들 가족들과 헤어지기 싫어졌다. 하지만 조만간 공개될 시즌2에는 출연진이 바뀐다. 민국이와 준이는 성장을 해버려 방송의 생리를 알만하게 됐지만 민국이의 동생 민율, 성준의 여동생 성빈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든든한 재목들이다. 류진과 안정환 등도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아빠 어디가‘는 중국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MBC가 포맷을 수출해 중국 전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이 됐다. MBC 김영희 PD가 중국 제작사에 제목을 바꾸지 말 것을 요구해 ‘아빠 어디가’는 ‘빠빠취날’(爸爸去哪儿)로, ‘나는 가수다‘는 ‘워셔꺼슈’(我是歌手)‘로 그대로 번역해 방송되고 있다. 중국판 ‘아빠 어디가‘는 후난위성TV에서 제작돼 지난 27일로 시즌1을 마쳤다. 후난TV는 예능에서 처음 자막을 사용했다. 모두 MBC의 지도와 자문을 받은 것이어서 한국 리얼리티 예능 자막과 유사한 점이 많다.
요즘 중국은 한국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을 구입하는 추세다. 하지만 한국에서 히트한 예능이 모두 잘 되는 건 아니다. 한국에서 대박이 난 ‘1박2일’은 중국에서 리메이크됐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국토 면적이 넓은 중국과 우리의 여행 여건, 취향, 분위기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을 여행하는 것과 중국을 여행하는 데 있어 ‘1박2일‘이라는 기간은 서로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진짜 사나이‘를 중국 방송국에서 수입할지를 아직 결정짓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아빠 어디가’가 중국에서도 큰 반응이 나온 것은 버릇이 없는 중국 아이들을 아빠가 여행을 떠나면서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게 큰 묘미로 작용했다. ‘아빠 어디가’가 동시에 두나라에서 최고의 예능이 될 수 있는 상황을 한 중국 방송관계자는 조금 다르게 설명했다. 방송에서 성장과 인간적인 면, 힐링이 잘 통하는 나라가 한국과 중국뿐이라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은 방송을 통해 ‘힐링‘받고 싶어하지 않지만 한국인과 중국인들은 방송을 통해 힐링받고 싶어한다는 것. 압축성장하면서 힘든 일이 많아져 방송을 통해서라도 위안받으려 한다는 말이다. 중국에서도 ‘아빠 어디가’가 가족간 소소한 일을 겪으며 아이들이 성장하고, 시청자는 유사가족으로 여겨지는 이들을 통해 힐링받는다고 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