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강지환, 후반전의 휘슬은 울렸다

“시청률이요? 연연해하지 않아요.” 이 말은 대개의 배우들이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도중에, 그리고 마치고 하는 말이다. 파고들어 물으면, 그제야 “사실..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하고 말문을 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여기, “월요일 밤엔 잠을 못 잤어요”라는 솔직한 배우가 있다. 최근 ‘빅맨’을 마친 강지환이 그 주인공. 그도 그럴 것이 ‘빅맨’의 전작 ‘태양은 가득히’가 지나치게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린 탓에 후속작에 대한 부담감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약 3개월 동안 KBS2 월화극을 보지 않은 상황에서 다음 바통을 이어받은 타이틀롤의 부담감은 본인이 아니면 공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강지환은 끝나고 나니 홀가분하고 시원하다.

“촬영이 끝난 뒤부터 열심히 놀고 있습니다.(웃음). 원래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지난해부터 작품이 끝난 후에 돌아다니고 싶더라고요. 특히 이번에는 한창 날씨가 좋을 때 촬영을 하기도 했고, 안성 등 외곽 지역의 세트장에서 진행하다 보니까 놀러 가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었어요”

“예전에는 스트레스나 아쉬움 등 잔여감이 있어서 작품이 끝난 뒤에도 자유롭지 못했는데, 지난해부터는 달라졌어요. 오히려 놀러 다니고 싶다는 느낌이 좋은 거죠”

전보다는 여유롭게 시작을 말할 수 있다.

“사실 ‘빅맨’은 뻔한 스토리와 결말의 딜레마를 안고 시작했어요. 그렇지만 뻔한대도 볼 수밖에 없는 디테일한 부분에 고민을 했죠. 뻔한데 유치하기까지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별거 아닌 스토리인데도 스태프들과 대화를 많이 했어요. 한마디로, 복수 드라마로 알고 시작했어요. 복수 코드에도 성공한 이유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밝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캐릭터를 잡을 때 ‘순수’를 떠올렸어요. 지혁이란 인물은 누군가를 증오해서 복수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을 위해서 행동을 하는 거죠. 자신이 나약한 존재인 걸 알고, 주위 사람들을 위해 일어서는 것 그 자체로 좋았어요”

시청률에 대한 고민과 걱정, 우려도 모두 이제 떨쳐버린지 오래.

“월요일 저녁에 잠을 못 잤어요. 휴대전화를 잡고 시청률을 보고(웃음). 내가 뭐 어떻게 더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닌데, 놓기가 어렵더라고요. 또 사실 처음부터 바닥을 치면 아예 마음을 비웠을 텐데 7, 8%에 걸쳐 있고. 골인 지점이 있으니까 한번 1등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달린 것 같아요. 결승점이 보이니까 지치지 않고 더 집착했어요(웃음)”

“워낙 경쟁 작품이 쟁쟁했기 때문에 위축된 면도 없지 않아 있어요. 우리는 인천 재래시장에서 힘들게 촬영하고 있을 때, 다른 쪽은 헝가리 등을 배경으로 하고, 또 최완규 작가 등 속앓이를 좀 했죠(웃음)”


이겨내는 방법도 ‘빅맨’이니 가능한 방법이다.

“마인드 컨트롤을 했습니다. 대작과의 경쟁이다 보니, 작품 속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오히려 진짜 겁이 났던 건 ‘밀회’였어요.(웃음) 배우들끼리 농담처럼 ‘밀회’에게 잡히면 다들 은퇴하자고 하기도 했죠. 하하”스트레스가 줄어든 시점은 분명 있다.

“어느 회차부터 탄력을 받았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요. 작가님이 흔들리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빅맨’이 처음부터 추구해야 하는 것들을 되새기게 되더라고요. 배우 욕심에 좀 더 이슈몰이를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도 했지만, 후에 오히려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작가님이 원하는 방향과 정공법 등을 느끼고 나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타이틀롤의 무게는 고스란히 적극적인 자세로 이어졌다. 데뷔 초기와 지금, 가장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작품에 의견을 낼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말로 하기보다는 보여드리는 스타일이에요. NG 없이, 집중에서 한 번에 끝내는 걸 좋아하다 보니, 리허설 할 때 감독님과 스태프들 앞에서 즉흥적으로 보여드리죠. 만약 약간의 충돌이 있다면, 감독님의 방향과 저의 방향 두 가지 버전으로 촬영을 해서 편집하실 때 골라 쓰실 수 있도록 합니다”

주인공이 짊어져야 하는 무게와 책임감은 아직도 마음 한 구석,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타이틀롤을 맡다 보니, 지치기도 했어요. 주어지는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죠.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놓치게 되는 부분도 많았고요. 촬영을 하면서 배우들과의 유대관계나, 캐릭터를 분석할 수 있는 정신적인 여유 같은 것들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힘들었죠. 한 발 뒤에만 있었어도 다채로운 연기를 할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랄까요”

“유독 지혁의 분량이 많았어요. 그만큼 대사도 많았죠. 선배님, 동생들을 잘 챙겼어야 하는 위치였는데 감정신에 대한 압박 등에 그러질 못했죠. 차에서 다른 배우들이 떠드는 걸 보면서 대본을 보고 그런 식이었어요”


하지만, 강지환의 눈은 늘 동료배우들과 스태프들을 훑고 있었다.

“(이)다혜는 아마 극이 진행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거예요. 그런데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줘서 고맙죠. 소민 역시 처음엔 멜로 호흡이 잘 맞을까 싶었는데 특유의 매력이 있는 친구예요”

강지환은 그 중에서도 최다니엘에게 고맙다.

“지금까지 약 10년 동안 연기를 하고 있는데 후배에게 ‘잘해줘서 고맙다’고 최다니엘에게 처음 이야기를 했어요. 나이에 비해 깊이 있는 감정톤으로 적정선을 유지해서 잘 해준 것 같아요. 선배들이 말하는 ‘예쁜후배’의 느낌을 조금 알게 된 것 같습니다(웃음)”

연기 경력이 어느덧 10년을 넘었다. 이정도면 베테랑이다. 강지환의 연기 인생은 ‘돈의 화신’ 전과 후로 나눌 수도 있을 것 같다.

강지환은 지난해 종영된 ‘돈의 화신’ 이후부터 작품에 대한 잔여감이 남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는 것.


사실 당시 그는 일련의 사건들로 복잡한 시기였고, 그래서 더욱 스포트라이트도 집중된 시기였다.

“소속사 문제로 인해 작품 활동에 제약이 있었어요. 이후 처음으로 24부작을 했고, 배우가 할 수 있는 연기를 하나의 드라마에서 다 한 것 같아요. ‘돈의 화신’은 모든 장르가 들어가 있는 집약체였죠. 하고 싶었던 작품을 통해 할 수 있는 걸 다 쏟아냈을 때의 시원함을 느꼈어요. 10년이 넘는 해에 힘든 과정에서, 그리고 3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연기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죠. 후반전 휘슬을 울려준 작품이에요”

모든 것이 타이밍이란 게 있으니까, 정해놓은 차기작은 없지만 올해 안에 하나의 작품을 더 하고 싶은 바람이다. 타이틀롤에 대한 집착은 없어졌지만, 연기에 대한 욕심은 더 커졌다.

“예전엔 제가 주인공이 아니면 대본이 안봐지던 때도 있었어요(웃음). 지금은 완전 달라요. 두 번째 혹은 세 번째더라도 더 튀게 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에요. 역할에 대한 여유가 생겼어요. 반면 연기에 대한 욕심은 더 커졌죠. 다양한 장르를 해보니,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더하더라고요”

관객들과 호흡하면서 끌어가는 연극에 대한 관심도 부쩍 생겼다. 드라마, 영화, 뮤지컬까지 다 해 본 그이지만, 연극은 아직 도전하지 못한 장르다. 한류스타인 만큼 중국드라마 출연도 시기 조율 중이다.

“우스갯소리로 ‘나는 멜로 배우’라고 해요(웃음). 이제는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웃음) 때에 따라 하고 싶은 작품이 달라지는데, 지금 은 감정 기복이 심한 캐릭터보다는 안정적인 인물을 연기할 차례인 것 같습니다”


남자 강지환은 완벽함을 추구하는 로맨티스트처럼 느껴졌다. ‘내 사람’을 만나 가장 좋은 상황에서 가장 좋은 것을 안겨주고 싶다

“인테리어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요. 결혼하기 전 목표도 근사한 집을 짓는거예요. 머릿속에 다 구상하고 있죠. 지금 땅을 보러 다니고 있어요(웃음). 지하에는 수영장, 바도 만들고요 저만의 예쁜 집을 짓는 게 목표예요. 그리고 결혼을 하는…쉽지는 않네요(웃음)”

이상형은 예쁜 사람, 그리고 청소와 요리를 잘하는 사람. 덧붙여서 술도 잘 마셨으면 좋겠다. 밝은 사람이라면 금상첨화.

“원래 서른다섯에 결혼하고 싶었고 ‘젊은 아빠가’ 되고 싶었는데…(웃음). 내 사람을 맞이하기 전에 안락하고 더 편안한 공간을 꾸려놓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래서 늦어지는 걸 수도 있겠네요. 정말 잘해주고, 더 좋고, 더 예쁜 것만 해주고 싶거든요(웃음)”

배우 강지환의 후반전 휘슬은 이미 울렸다. ‘강지환’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강지환’이란 장르를 구축하고 싶다는 그의 소망이 곧 이뤄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hajin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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