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 문화의 편견 깨며 소통 계기도…캐릭터 재미 더하며 대중시선 끌기 성공
TV의 토크쇼는 포화상태다. 웬만큼 새롭게 시도해도 별로 티가 안난다. 지상파나 케이블 채널 할 것없이 실내 토크쇼로 승부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토크쇼는 형식과 촬영 공간 등에 있어 관찰예능과 같은 리얼리티물보다 훨씬 많은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니 토크쇼 PD는 뭔가 새로운 발상을 해야되고, 방송국은 제작진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JTBC ‘국경 없는 청년회-비정상회담’은 아직 3회밖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토크쇼, 진화된 토크쇼라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다. 우선 외국인 패널 11명중 절반 이상이 한국말을 능숙하게 구사했다. 능청맞을 정도였다. 특히 터키인 에네스 카야는 한국사람과 똑같은 톤으로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데다 생긴 것과 달리 심하게 보수적인 생각들을 지니고 있어 캐릭터도 확실하게 잡혔다. MC 유세윤은 “이들이 한국말을 너무 잘하는 것만으로도 웃긴다”고 말했다.
당초 예상한 ‘미녀들의 수다’ 남자판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그림이 그려졌다. ‘미녀들의 수다’는 외국인의 시각에서 한국문화를 한국어로 이야기하는 걸 신기하게 바라보는 프로그램이었고 에피소드 중심이었다. 하지만 ‘비정상회담’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모였는데도 훨씬 더 심도 있고 무게감 있는 토론이 가능해 다양한 국가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들은 너무 깊게 들어가거나 어렵게 풀어나가면 ‘EBS’가 된다며 캐릭터와 재미, 유쾌함도 잊지않겠다고 했다.
외국인 패널은 한국말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한국어로 특정 주제에 대한 토론이 가능한 사람을 기본으로 하되, 어릴 때 한국에 온 ‘무늬만 외국인’이 아니라 성인으로 성장한 후 한국에 온 사람들이다. 그래서 자기네 문화와 풍습이 많이 나온다. 자신의 나라 문화에 외국인 패널의 개성이 더해진다.
![]() |
| 프로그램 제목인‘ 비정상’이 중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각국의 정상(頂上)이 아니라는 뜻과 이상하지 않다는 의미의‘ 정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조금 이상한 발언, 그래서 별종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의견까지도 소화해낸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한국의 현실과 문화, 청춘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유연한 사고를 접할 수 있다. |
‘미녀들의 수다’는 당시로서는 새로운 토크쇼로 주목받았지만, 미녀들의 한국어 실력이 신통치 않아 특정 사안에 대한 토론이 불가능했다. 한마디로 수박겉핥기 수준이었다. 하지만 ‘비정상회담’은 사안에 따라 한국인들끼리 문화에 대해 토론하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미녀들의 수다’만 해도 출연자의 발언을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성상품화 논란에 휘말리기도 하고 ‘루저남’ 같은 발언에 난리가 난 적도 있다. ‘비정상회담’은 아직 좀 더 두고봐야겠지만 혼전동거를 커밍아웃해도 별로 부담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프로그램 제목인 ‘비정상’이 중의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각국의 정상(頂上)이 아니라는 뜻과 이상하지 않다는 의미의 ‘정상(正常)’이 아니라는 뜻이다. 조금 이상한 발언, 그래서 별종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의견까지도 소화해낸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니 초반부터 웬만한 말을 해도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한국의 현실과 문화, 청춘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유연한 사고를 접할 수 있다.
지금까지 ‘15세 자녀의 독립’ ‘혼전동거’ ‘꿈과 현실’을 주제로 다양한 생각과 문화를 알 수 있었다. 토론과정에서 미국사람이 독립하는 평균 시기가 27살로 우리가 실제 아는 독립시기보다 훨씬 늦다는 점, 한국 남자들이 남자에게 향하는 스킨십이 많아 외국인들이 부담스러워한다는 사실 등을 알 수 있었다.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하는 외국인과 외국문화에 대한 편견을 하나씩 깨트려나가면서 문화적 특성에 대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해나가는 건 글로벌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감각이다. ‘비정상회담’이 타인의 문화를 인정함으로써 넉넉해진 마음으로 그들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어나간다면 한결 의미있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 패널 중에는 한국 모텔의 프런트 데스크에서 일한 경력을 지니고 있고 지금은 ‘제2의 샘 해밍턴’이 되겠다는 가나 출신의 방송인 샘 오취리, 사자성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미국인 타일러 라쉬 등 다양한 경험을 지닌 외국인 젊은이들이 있어 현실적 문제에 대해 토크를 펼친다.
무릎팍도사를 기획한 임정아 PD가 ‘비정상회담’도 잘 요리해갈듯싶다. JTBC에서 ‘썰전‘ ‘마녀사냥’ 같은 새로운 토크쇼를 계속 만드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형식과 내용에서 좀 더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케이블이 지상파에 비해 유리한 입장이지만, 그 이상의 내공과 분위기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HOOC 주요 기사]
▶ [DATA LAB] 담뱃값 얼마가 되면 끊을까?
▶ [WEEKEND] ‘겨울왕국’ 속에 들어간 미키마우스
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