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소설 ‘잃어버린 G’ 작가 UCI 김경현 교수 “조기유학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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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미국 조기유학생 지훈(G)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잃어버린 G를 찾아서>.

“동부 명문 사립고등학교에 유학 보낸 아들이 사고치고 행방불명이다. 단번에 압구정동에서 날아 온 극성 엄마. 허울좋은 미국 교수지만 인생이 우울한 삼촌은 어떨 결에 조카 찾는 미국횡단 길에 동행한다. 2년 차 조기유학생, 문제의 그 녀석도 할말은 있다”

사라진 조기유학생 ‘G’와 그를 찾는 어른들의 좌충우돌 미 대륙 횡단기. <잃어버린 G를 찾아서>가 출간됐다. 한국에서 출간 된지 한달 남짓이지만 인터넷을 통해 올라오는 리뷰들이 흥미롭다.

엄마들의 로망인 동부 명문 사립고등학교와 기숙사 생활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풀러튼의 목욕탕, LA의 유명한 콩나물국밥집 등 낯익은 곳들이 등장하니 흥미롭기 그지없다. 마치 한국인과 미국인의 대화를 듣고 있는 듯한 독특한 문체는 매끈하게 읽혀 내려간다.

‘자발적 문화 이산자들의 생생한 성장소설’이라고 명명한 <잃어버린 G를 찾아서>의 작가는 바로김경현 UC어바인 동아시아 어문학과 교수. 미국 내에서는 손꼽히는 한국학 학자이자 비평가다.

이미 ‘잠재적 한류: 세계화 시대의 한국영화(Virtual Hallyu: Korean Cinema of the Global Era)’ ‘한국대중문화교본(Korea Popular Culture Reader)’ 등의 전공서적들을 집필한 ‘교수님’이 통통 튀는문체로 성장소설을 쓴 이유가 궁금했다.

UC어바인 교수촌에서 만난 그도 ‘교수님’보다는 ‘학생’같은 느낌이었다.

“아버지 직업 때문에 9살 때부터 여러 나라를 옮겨 다녔고 15세부터는 미국에서 조기유학을 했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과 모국어가 한국어라는 것을 잊고 있었는데 어느 해 한국문학 포럼에 참여했다가 우연히 ‘사설시조’를 들었다. 온 몸에 전율이 흘렀다. 알고 보니 내가 어렸을 때 그렇게 마당극을 읊고 다녔다고 하더라. 잃어버렸던 과거를 찾은 기분이었다. 나도 모르는 내 이야기들을 끄집어내보자고 마음먹게 됐다”

한 집 건너 조기유학생이 양산된 듯 하지만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넘사벽 엄친아(딸)이거나 마약,폭력으로 얼룩진 실패담 등 양극으로 나뉜다. 어른이 되는 것 하나만으로 버거운 나이에 문화도언어도 다른 곳에서 겪어내야 하는 청소년기는 어떤 것인지, 미국에서 성장한 ‘펑범한’ 조기유학생들의 정체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김경현교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실제 제자들 가운데에도 조기유학 출신이 많다. 대부분 부모들 과의 견해차이,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죄책감으로 고민한다. 교육자로서 경험자로서 부모로서 전달할 수 있을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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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어바인 동아시아 어문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는저자 김경훈 교수..

명문 사립 고등학교에서 홀로 외로움과 싸워야 하는 17세의 한국소년 ‘쥐(G)’와 조기유학으로 성공해 미국에서 교수직까지 얻었지만 삶이 고달픈 ‘켱킴’ 모두 작가의 모습이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생소한 문화권에서 벙어리에 귀머거리가 됐던 충격이 생생하다며 소설에 등장한 ‘G’의 졸도사건 역시 실제 경험담이라고 털어놓는다.

간혹 서걱대며 씹히는 듯한 생경한 영어 단어들이 태연하게 섞여있다. 토종 한국어 사용자라면 어리둥절할 만한 미국식 유머코드와 표현도 심심찮다. 이 또한 인생의 대부분을 두 가지의 언어를 쓰며 살았던 작가가 치밀하게 의도한 바다.

“한국어의 파괴라기 보다는 실제로 존재하는 또 다른 한국어의 사실적 재현이다.압구정 길거리를 걸으면 들을 수 있고 삼백만이 넘는 재미교포 커뮤니티에서 사용되고 있다. 한국어의 오용보다는 확장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영화이야기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그러고 보니 김경현 교수는 1992년 USC 영화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97년 UCI 교수로취임한 뒤 ‘한국영화와 성(gender)’, ‘한국영화와 작가주의’ 등 다양한 주제의 강의를 해오고 있는 ‘영화인’이다.

한국 영화인이나 문학인들을 어바인으로 초청해 미국 학계에 한국문화를 소개하는데 앞장서 왔고 ‘씨네21′ 등에서 영화비평가로도 활동했다. 또한 장편영화 ‘두 번째 사랑’(2007)과 ‘하녀’ (2010) 등의 기획과 제작에도 참여했다.

지난 2007년 할리우드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세계영화재단(WCF)을 통해 한국영상자료원에 8만유로(약 1억2000만 원)를 지원, 김기영감독의 1960년 작 ‘하녀’를 디지털 복원해 화제가 되었던 것도 김경현 교수와의 인연 때문이었다.

“두 번째 사랑의 주연배우였던 벨라 파미가가 마틴 스콜세지에게 내 저서를 선물했고 스콜세지 감독이 만남을 요청해 왔다. 이후 또 다른 내 저서 ‘잠재적 한류’의 서문을 써주면서 더 가깝게 됐다. 그가 한국영화 ‘하녀’를 보고 싶어 해서 필름을 구해주었는데 많은 부분이 훼손되어 있었다. 그는 하녀를 보고 걸작이라고 감탄하면서 복원작업을 지원하게 됐다”

지금도 마틴 스콜세지와는 연락을 하며 지내며 벨라 파미가는 공포영화 ‘컨저링’으로 한인들과 더욱 익숙한 배우가 됐다.

‘잃어버린 G를 찾아서’ 역시 출간 한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영화제작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소설을 읽다 보면 마치 한편의 로드무비를 보는 듯한 느낌도 그와 무관하지 않은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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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에 백팩을 메고 캠퍼스를 누비는 김경현 교수. ‘잃어버린 G’는 조기유학생이었던 그의 유년시절에 대한 기억이기도 하다.

김경현 교수는 <잃어버린 G를 찾아서>가 열 일곱 살 지훈이의 성장소설이지만 성장한 것은 지훈 뿐 만이 아니라고 전한다. 그리고 가장 많은 변화는 자신에게 일어났다고 고백한다.

“소설을 쓰면서 많은 것을 찾았다. 오랫동안 비워두었던 집에 돌아온 느낌이랄까. 마당극을 외고다니던 9살의 나도 만나면서 지독한 외로움에 트라우마로 남아있던 유년기의 기억도 치유됐다. 소원해 졌던 가족들과의 관계도 회복했다. 또한 모국어도 찾았다. 그러고 보니 잃어버린 것들이 정말 많았었다(웃음)”

찬바람이 분다. 바야흐로 좋은 책 한 권을 곁에 두기 좋은 계절이다. ‘쥐(G)’여정에 동행해 보는 건 어떨까. 잃어버린 내 소중한 것을 찾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혜연 기자

<잃어버린 G를 찾아서> 저자 김경현 교수 사인회 및 독자와의 만남

▲일시 : 2014년10월25일(토) 오후 4시~오후 6시

▲장소 : 알라딘 올림픽점 (2777 W. Olympic Blvd. LA, CA 90006 ·한남체인 건너편)

▲문의: hankinseou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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